• MB식 등록금 후불제 본색 드러났다
        2009년 11월 26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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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향안정 추세에 들어선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이른바 ‘친서민정책’ 행보로 보인다. 보금자리 주택정책, 미소금융을 통한 서민 소액융자 지원 정책, 그리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등이 소위 친서민정책들을 떠받치는 기둥 노릇을 하며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구체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이명박 지지율 상향안정의 배경

    그런데 과연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추진되고 있는 것일까? 정권의 실체와 정치인의 진정성은 예산과 인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국 인사와 예산을 보면 누구를 위한 정권인지, 그들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 예산안에 나타난 정책의지를 확인해 볼 때,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이 추구하는 실체를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이 제도가 친서민정책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이명박 정부가 제출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지난 7월 30일 대통령이 직접 대학생들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빌려 공식화한 것이다. 당시 이 제도가 발표되었을 때 많은 대학생들과 전국의 학부모들은 한 줄기 희망을 얻었다며 환영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19일 교육부가 발표한 이 제도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살펴보면, 이 제도는 그동안 시민사회와 관계 전문가들이 주장해온 진보적 친서민정책인 ‘등록금 후불제’의 취지에 근접한 것이 전혀 아니고, 사실상 ‘재학 중 이자 유예제도’로 전락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교육부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우선 그 지원 대상을 소득 7분위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성적 제한도 두어 C 학점 이상을 요구하는 것에 더하여, 12학점 이상을 이수한 자로 그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제도의 핵심은 그 상환 방식에 있다. 우선 학자금의 상환 징수를 국세청에서 담당하며, 그 이자는 시중 금리 수준과 차이가 없게 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본인이 상환을 하지 못하면 배우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도록 하고 있고,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일반대출로 전환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내용들은 사실상 상업은행의 직원들이 추구 할 내용이지 정부의 학자금 정책으로 보기는 어려운 부분들이다.

    철학 없는 제도

    ‘등록금 후불제’가 구체적인 제도의 설계과정에서 이렇게 왜곡된 이유는 이 정부가 대학생들과 학부모의 부담 완화보다는 재정부담의 완화를 우선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과 교육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순된 정책지향을 밀어붙였고, 따라서 제도의 근본 취지보다는 제한된 예산환경 속에서 재정부담 완화에만 초점을 두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이것은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부재하여 나온 결과인 셈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그동안 국가의 발전을 위한 기본투자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교육복지제도의 정착을 촉구해왔다. 이 땅의 학생들이 그야말로 돈 걱정 없이 학업을 계속 할 수 있고, 학업에 전념하는 동안은 등록금 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국가로부터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그것이 결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 확대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그나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조차 그 시작부터 너덜너덜한 제도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우리가 더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렇게 교육복지 분야에서 재정부담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이 정부가 오히려 청와대 관련 예산은 크게 늘이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예산 중 4대강 개발을 제외한 모든 부처의 예산은 동결이나 삭감이 되는데 비해, 청와대 예산은 9.6%나 증가하여 제출되었다. 특히, 이중에 특수활동비(143억 원), 업무 추진비(44.6억 원)를 포함하는 업무지원비는 37.9%나 증가되었다.

    이는 청와대의 정무직 10인, 비서관 47인, 선임행정관 40인 등 87명의 직원들이 1인당 연간 5,057만 원, 월 421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각 부처의 장관 업무추진비 보다 많은 액수이다.

    이와 함께 국정 평가관리비라는 명목으로 45억 원을 책정해 놓고 정책 소식지 발간, 대통령 메시지 운영, 청와대 기념품, 대통령 친서 등의 항목을 배치해 놓고 있기도 하다. 이는 사실상 평가 관리비가 아니고 일종의 홍보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업무추진비나 명목이 애매한 홍보비 등의 예산들은 우리가 보기엔 친 서민 정책을 표방한 대통령이 시장에 가서 떡볶이 사먹고, 할머니에게 목도리 둘러주는 데 사용되는 돈 정도로 보일 뿐이다. 이런 정치 쇼에 사용되는 돈은 늘리면서 실제 교육복지에 투자될 만한 돈은 쥐어짜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학생들은 과도한 상환 부담 때문에 향후 소개팅이나 맞선을 할 때 마다 상대편이 대학 재학 중 ‘등록금 취업 후 상환제’ 융자를 받았는지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내년 지방선거와 이후의 총선,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의 학자금 대출 상환 제도에 실망한 대학생들이 시외로 놀러가지 않고 투표장에 갈 것으로 확신한다. 그 때쯤이면, 청와대 업무추진비가 아니라, 등록금 이자율을 낮추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정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더욱 뼈저리게 느낄 것이 때문이다.

    2009년 11월 26일
    사단법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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