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곡보도 vs 지지댓글, 전쟁 중
    By 나난
        2009년 11월 26일 09: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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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는 파업을 하면 오히려 국민 대다수가 불편을 감수하고 지지해준다는데, 이 나라는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자부터 호들갑을 떠니 매번 부정적인 여론만 쌓여간다.”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기태)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파업”이란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관련 기사에 네티즌이 올린 댓글이다.

    26일, 철도노조가 코레일(옛 전국철도공가, 사장 허준영)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를 이유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일부 보수언론은 ‘노조 이기주의’, ‘국민 발 볼모’ 등을 내세우며 파업 흠집내기에 들어갔다.

    허준영 사장 역시 “철도를 세우는 것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면 국민들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화했다. 하지만 여론은 그들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노조에게 온갖 부당한 짓 다해 놓고 국민을 볼모삼아 파업을 못하게 막는다”며 “자기들이나 국민을 볼모로 삼지 말라”(대화명 ‘꽃보다열매’)는 것.

       
      ▲ 25일자 <연합뉴스> ‘국민의 발 볼모… 되풀이 되는 철도 파업’기사에 달린 비판 댓글.

    25일자 <연합뉴스> ‘국민의 발 볼모… 되풀이 되는 철도 파업’기사는 “철도 노사 간 갈등이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반복돼 터져 나오면서 애꿎은 승객들만 불편을 겪게 됐다”며 “노사 양측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면서 ‘국민의 발’은 꼼짝없이 묶이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9월 8일 공사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이유로 철도노조가 시한부 파업에 들어갔을 당시, <매일경제>는 기자24시 ‘신물 나는 철도파업’에서 “국민의 발을 볼모로 태업, 파업을 일삼고 있는 노조는 더 문제”라며 “일반 기업에 비해 급여와 복지 수준도 높은 편이다. 동정 여론을 얻을 수 있는 생존권 투쟁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편파적 보도에 네티즌들은 비판 댓글로 응수하고 있다. 25일자 <연합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인 ‘이관희’(대화명)는 “파업은 ‘볼모’로 하는 것”이라며 “왜 파업이 일어났는지, 어떤 놈이 더 나쁜 놈이지 그걸 가려야”한다며 파업을 노조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을 비판했다.

    ‘백컴’은 “국민의 발을 볼모로 제대로 협상 안하는 정부는?”이라고 반문했으며, ‘duson’은 “파업권은 기본적 권리로 모든 파업은 볼모가 필요하다. 왜? 노동자는 파업 외 투쟁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며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불편을 겪는다면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하게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볼모 운운하는 것은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계층을 이간시키기 위한 책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킹울프’는 “파업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 이명박 정부의 노동관계에 적대적인 자세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며 “모든 걸 힘의 원리로 지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파업의 부정적 여론 조성은 언론뿐만이 아니다. 교섭의 당사자이자 파업의 원인으로 뽑히는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철도노조가 툭하면 법을 빙자한 불법 태업과 불법파업을 벌이면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국민의 철도를 세우는 것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부당하고 불합리한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면 국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여론 형성을 부추겼다.

    코레일의 이 같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노조가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자 자체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철도노조와 화물연대의 공동파업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이 78.8%로 높게 나타난 반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8.7%에 불과했다”며 “파업에 대한 국민정서가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코레일의 여론조사 문항에는 지극히 주관적인 요소가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파업 참가자에 대한 조치를 묻는 항문에 “철도노조의 16일 파업은 현행법상 불법”이란 전제를 달았다. 또 파업의 이유가 적절한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공기업 노조의 철도노조가 구조조정 저지와 임금인상 등을 내세워 파업을 하기로 했다”고 전제를 달았다.

    공기업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때마다 ‘시민 볼모’, ‘고임금 노조의 이기주의’를 내세운 정부와 보수언론의 여론 호도에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 파업”, “공기업 노조인 철도노조”라는 전제는 부정적 답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단체협약이 1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레일이 24일 돌연 단체협상 해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코레일이 교섭이 예정된 상황에서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노조의 파업을 예고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과 관련해 “공사가 파업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정부나 철도공사 사측 등은 현재의 이슈 즉 4대강 사업을 ‘파업’으로 흐리게 하려는 의도가 확연히 보이는 것 같다”며 “더 이상 국민들이 바보는 아니”라고 비판했다. 또 “파업은 노동자 최후의 수단으로 불법이 아닌데 불법이라고 몰아붙이고 자신들은 책임 없는 양 국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한다고 언론 플레이한다”고 꼬집었다.

    노조에 따르면 코레일은 그간 임금삭감과 성과성 연봉제 및 정년 연장 없는 임금피크제 등 8개에 달하는 임금개악안과 무쟁의 선언 등 새로운 요구안을 내놓아 “사실상 노조의 항복 선언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허준영 사장은 “철도노조는 지나치게 많은 전임자수를 유지하면서 휴일 축소, 근무체계 합리화에 반대하는 등 잘못된 관행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며 “부당한 요구를 계속하면서 교섭을 결렬시켜 더 이상의 단체교섭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벌어진 공사의 도발이 철도파업을 유도하는 것으로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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