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규 KBS사장과 민망한 동아일보
        2009년 11월 25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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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특보 출신인 김인규 신임 KBS 사장이 24일 ‘민망한 취임식’을 가졌다.

    ‘특정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는 공영방송 사장으로 부적합하다’는 노조의 출근저지에 막혀 두 차례 시도 끝에 취임식에 참석했다. 그것도 청원경찰과 간부들에게 둘러싸인 채 정문이 아닌 시청자상담실 출입구를 통해서 KBS로 들어갔다.

    김 사장의 공영방송 사장 욕심보다 더 부끄럽고 민망한 것은 동아일보였다. 동아일보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캠프에서 언론고문으로 일한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하자 대선캠프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는 것은 KBS를 정치세력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2009년 이 대통령 캠프 언론특보 출신인 김 사장에 대해서는 "사장 선임 절차는 적법했다"고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소신과 철학이 바뀔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은 25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세종시 등 국정현안 이 대통령 ‘강공모드‘>
    국민일보 <캐나다쇠고기 다시 수입한다>
    동아일보 <이 대통령 27일 ‘세종시 수정’ 대국민 사과>
    서울신문 <고령운전자의 ‘그늘’>
    세계일보 <국민권익위, 계좌추적권 행사 추진>
    조선일보 <수요예측도 없이 "짓고 보자">
    중앙일보 <MB, 세종시 사과한다>
    한겨레 <세종시로 갈 연구기관들 "부처 안 가면 이전 힘들다">
    한국일보 <고치고 닦고 리모델링 ‘알뜰청사’의 재발견>

    동아, 노무현 대선캠프 KBS사장 반대하더니 MB 대선캠프 사장은 ‘기대’

    "김 사장의 중요한 책무는 KBS를 공적 책임을 구현하는 방송으로 바로 세우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 그대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체성을 지키고, 국가의 격을 높일 과제를 안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인규 신임 KBS 사장의 취임에 거는 기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동아는 사설 <KBS 김사장 ‘좋은 게 좋다’로 노조와 야합 안 된다>에서 또 "김 사장의 이명박 캠프 경력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번 사장 선임 절차는 적법했다"며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포함된 KBS 이사회가 합의를 통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추천한 5명의 후보를 놓고 이사회가 표결을 벌인 과정은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설 어디에도 대선캠프 출신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 동아일보 11월25일자 사설  
     

    동아는 오히려 정치권에 몸 담은 인물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김 사장의 출근을 막은 노조를 나무랐다.

    동아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서라지만 KBS 노조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KBS 노조는 지난 정권이 내려 보낸 사장과 대부분 찰떡궁합을 맞추며 코드 방송을 내보내고 적자를 내면서도 고액 연봉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어 "지난 정권에서 KBS 사장과 노조는 이런 책무(공정성과 공익성)를 망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 탄핵방송과 작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는 편향보도가 MBC와 막상막하 수준이었다고 폄하했다.

    하지만 동아의 이런 비판은 자신이 지난 2003년 사설에서 밝혔던 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낯뜨거운 궤변이다. 동아일보는 당시 노 대통령이 캠프 언론고문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하자 그해 3월24일자 사설에서 왜 정치권 인사가 KBS 사장으로 오면 안 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역대 정권에서 우리나라 방송들은 특정 정파에 치우쳐 사실이나 진실을 왜곡하고 그로 인해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런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집권측이 또다시 공영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 동아일보 2003년 3월24일자 사설  
     

    경향-한겨레, 대통령 특보출신 사장 ‘부적절’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런 보수신문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0면 <KBS 김인규 사장 ‘민망한 취임식’> 기사와 21면 <참여정부 땐 "부적격" MB 정부에선 "큰 기대"> 기사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 사장의 임명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던 보수언론들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 출신인 김인규 신임 사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앞두고 정권에 밉보이지 않으려는 보수언론의 충성경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의혹도 제기했다. 

       
      ▲ 한겨레 11월25일자 오피니언면  
     

    한겨레 박창식 정치부문 선임기자는 칼럼 <진보는 ‘서동구 사장’을 막았다>에서 "영향력이 큰 전파매체를 어떻게든 영향력 아래 두고 싶기는 두 정권이 마찬가지일 터"라며 "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이 관여한 사실을 특유의 솔직함으로 털어놓은 것과 달리, ‘이명박 청와대’는 시침을 딱 떼고 있는 정도가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박 기자는 "좀더 본질적 차이는 서동구씨 때에 진보 보수를 가릴 것 없이 시민운동단체, 언론매체들이 모두 비판에 나섰고, 대통령도 여론을 존중해 자신의 뜻을 바꿨다는 점"이라며 "특히 이 때는 한국방송 노동조합이 앞장섰고, 언론운동 단체와 학계가 뒷받침했다"고 지적했다. 정권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대목이 있더라도 아닌 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건강성이 당시에는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사옥 재건축 위해 전방위 로비

    연합뉴스가 사옥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비용일부를 정부예산으로 충당하기 위해 ‘액션플랜’을 만들어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1면 <연합뉴스, 사옥 재건축 위해 전방위 로비> 기사에서 "연합뉴스의 사옥예산 액션플랜은 9월28일 기획재정부가 2010년도 정부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작성된 것으로 사옥 재건축 예산 확보를 위한 연합뉴스의 구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문건은 정부 예산안에 미디어센터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으므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예산을) 넣는 것으로 하고 국회와 청와대, 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를 총력 설득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11월25일자 10면  
     

    문건에는 이를 위해 1차적으로 재정부 예산담당 공무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출입기자들과 회사 간부들이 직접 스킨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이에 대해 "해당 문건은 사옥 재건축을 위한 다양한 예산확보 방안 차원에서 회사 관계자 1명이 개인적인 생각을 메모 형식으로 정리한 것으로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만든 문건은 아니다"라고 전방위 로비의혹을 부인했다.

    경향신문은 그러나 "홍보강화방안에 등장하는 재정부 공무원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대부분 같은 날짜에 연합뉴스 관계자와 접촉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연합뉴스 간부들은 재정부 공무원 외에도 이달 들어 두 차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과 점심을 먹거나 골프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27일 ‘세종시 수정’ 100분짜리 국민 설득 방송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후 10시부터 100분간 TV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계획의 수정 추진에 대한 견해를 직접 밝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대선 때 9부2처2청의 이전을 골자로 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원안 수정’을 모색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 조선일보 11월25일자 4면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채비"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청와대 내에선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이 대통령이 수정론 쪽의 전선에 직접 모습을 나타낼 시기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며 "선봉으로 나설 것인지 전세를 뒤집을 지원군으로 등장할 것인지, 승패를 가름할 순간에 쐐기를 박는 배역을 떠맡을 것인지 등에 대한 장단점이 두루 검토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청와대가 잡은 D데이가 과연 최적인지는 당장 평가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 대통령이 나선다는 것은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을 위한 배수진을 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정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세종시 수정론을 관철하지 못하면 이 대통령은 임기 중반에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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