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 소리나는 세상, 11일 쌍용콘서트 함께
        2012년 05월 09일 03: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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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악’ 소리나는 세상입니다. KBS, MBC, YTN, 연합뉴스, 부산일보 등 언론사 파업이 오늘 KBS를 기준으로 100일이라고 합니다. 여의도에서 어제부터 텐트농성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민주언론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악’ 소리나는 세상입니다.

    그제는 재능교육 특수고용노동자 투쟁 1600일째라고 문화제와 투쟁 선포식이 있었습니다. 벌써 몇 번째, 몇 십번째 선포식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악’ 소리나는 세상입니다. 며칠 전에는 현재 1930여일째를 맞는 콜트-콜텍 기타만드는 노동자들에게 재해고 통보가 이루어졌습니다. 대법원의 부당해고 판정이 나자, 이를 수용하는 대신, 재해고를 한 것입니다. 듣도보도 못한 신종 노동탄압입니다. 1900일에 대법원 판결까지 희화화시켜버리는 이런 세상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정말 ‘악’ 소리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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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버스 망루 농성과 단식은 50여일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휘황찬란한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영화인들께 지지를 부탁드려달라고 전화가 옵니다. 며칠 뒤에는 근 7년여를 넘게 싸우고 있는 구미의 코오롱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다고 합니다. 저 먼 부산 한진중공업에서는 다시 사측이 합의를 부정하고 생계비 지원을 하지 않고 다시 탄압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현장에서 어렵게 달성한 사회적 합의마저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만 빠지면 헌신짝, 누더기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도대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며칠전에는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악성 뇌종양에 걸렸던 이윤정님이 끝내 산재 판정도 못받고 운명했습니다. 삼성반도체에서 숨진 32번째 희생자, 삼성전자 LCD 사업부와 다른 계열사를 모두 합치면 55번째 희생자입니다. 정말 ‘악’ 소리나는 세상입니다.

    제국주의, 군국주의에 맞서 평화로운 구럼비 해안을 지키기 위해 외롭고 처절하게 싸우는 제주도 강정만 생각하면 저절로 마음이 저 깊은 바다 속처럼 잠겨 끌어올려지지가 않습니다. 정말 ‘악’ 소리나는 세상입니다. 다시 불거진 광우병 소 파동은 어떤가요. 끝내 민영화하겠다는 KTX는 어떤가요. 정말 ‘악’ 소리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통합진보당에서는 이 모든 저항의 목소리들, 아픔의 목소리들을 덮어버리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추문만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수십년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의 고통과 바닥에서의 헌신을 통해 쌓아온 노동자민중 정치세력화의 모든 결실이 사유화되고 거덜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악’ 소리나는 세상입니다.

    그곳에 22번째 정리해고 희생자가 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분향소 하나 차리는 과정에서 십수명이 다시 연행되고, 다쳐 병원에 실려가야 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화는 사회적 광우병’이라며 사회적 상주들이 나서고, 연일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문상을 와주고 있지만 다국적 사측과 정치권은 요지부동입니다. 정말이지 ‘악’ 소리나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정말 ‘악’이라도 한번 소리쳐 외쳐 보자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연대하는 문화제 ‘악, 樂’>과 연대바자회 <눈에 띠네>를 11일(금) 오후 4시부터 서울 대한문 분향소 앞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쌍용차 희생자 100인 지킴이’에서 준비했습니다. 100인 지킴이는 사회 각계 인사들이 23번째 희생자는 절대 안된다는 취지로 모였습니다. 이후 200인, 500인, 1000인 등으로 계속 넓혀져 갈 것입니다.

    문화제에는 영화 <화차>의 감독인 변영주 감독이 사회를, 김진숙이 편지 낭독을, 만화가 박재동 선생이 노래를, 그리고 김재동 씨가 토크를, 저와 심보선, 진은영, 김선우 시인이 연대시낭송을, 그리고 허클베리핀과 킹스턴루디스카의 공연이 이어집니다.

    바자회 <눈에 띠네>에는 수많은 분들이 나눔 물품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정태춘 박은옥 선배님이 얼마전 정말 오랜만에 낸 신곡 앨범을 현장에서 직접 사인해 주시겠다고 합니다. 백기완 선생님께서는 친필 액자를 내주셨습니다. 김미화 선생이 애장품을 내주었고, 김여진 씨가 예쁜 옷과 선글라스 2개를, 정혜신 박사님이 옷과 귀한 만년필을, 질경이 이기연 대표님이 1천만원 상당의 우리옷을 내주셨습니다.

    금태섭, 권영국 변호사님,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님, 영화 <좋은 친구들>의 권칠인 감독님,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님, <분노하라>와 같은 쌍용차 르뽀집을 긴급히 내주기로 한 소설가 공지영, 김탁환, 김미월, 사진가 노순택, 함금선, 박재동, 이동수, 김용민 화백, 판화가 이철수, 이윤엽, 화가 전진경, 정윤희, 조각가 나규환, 이도흠, 강남훈, 우희종 교수님, 녹색병원의 양길승 원장님, 언론노조 이강택위원장,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모임>,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다시 모임>, <달팽이공방>, <이주노조후원회>, <리슨투더시티> 등에서 독자 난장을 꾸려주기로 했습니다. 그 외 수많은 분들이 소중한 마음들을 내어주고 계십니다. 11일날 당일날 가져 오시겠다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이 자리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버스 1차 때 그 먼 부산까지 가서, 공권력과 자본의 담을 넘어 해방의 공간을 열어주었던 많은 분들이, 폭우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아스팔트 위를 지켜주었던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바래봅니다. 분향소가 더 이상은 어둡지 않게, 침울하지 않게, 미군기지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 대추리가 그러했듯, 용산4가 남일당 골목이 그러했듯, 구로공단 후미진 기륭전자 앞이 그러했듯, 저 바닷가 한진중공업 앞이 그러했듯, 오히려 ‘웃으며, 끝까지, 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밝고 활기찬 기운을 보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젠 정부와 자본,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눈물의 호소와 청원에서 끝나지 않고, 이 만연한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비민주주의 사회의 잘못된 구조를 넘어 이제 조금은 다른 대한민국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꿈을 다시 꾸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기업과 공장은 사회화되어야 한다는, 모든 이의 공통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진정한 한국사회의 또 다른 이행을 꿈꾸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연대하는 사람들의 밝고 훈훈하고 즐거운 마음, 그것은 어떤 자본과 권력으로도 살 수도 이길 수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악’ 소리가 모든 이들의 ‘樂’ 소리로 바뀔 수 있게, 해방과 연대의 볼륨을 높여 보았으면 좋겠다. 그 기운으로 5월 19일 더 거대한 범국민대회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쌍용자동차에서 다시 23번째 희생자라는 말이 나와선 절대 안 됩니다. 재능교육, KEC, 콜트콜텍, 코오롱, 전북버스, 대우자판 그 어디에서도 더 이상의 눈물은 안 됩니다. 그런 간곡한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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