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이 저지른 전쟁, 수습하는 여성
        2009년 11월 22일 09: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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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유사 이래, 인류가 벌여왔던 모든 전쟁은 남성들이 일으켜왔다. 부족간 전쟁, 지역간 전쟁에서 남성들은 더 많이-더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 법을 연구해왔고, 그 피해는 여성들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되어왔다.

    또한 전쟁은 언제나 여성에 대한 가공할 착취와 폭력과 억압이 개입되어 있다. 그래서 여성들이 반전평화운동에 선봉에 나섰다. 전쟁과 폭력에 맞서 저항한 여성들, 신간 『여성, 총 앞에 서다』(삼인. 25,000원)는 세계 곳곳에서 남자들이 저지른 전쟁과 폭력에 맞서 당당하게 투쟁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전쟁이 지속될 수록 여성은 남성의 도구화 되어가고 그들의 삶은 점차 비참해진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은 비참하게 버려진 동료의 죽음에 항의하며 알몸으로 철조망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하고, 아프리카의 무서운 독재자와 단독 면담을 해 호의적 약속을 받아내기도 하며, 삼엄한 미사일 기지 앞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기도 한다.

    남성들이, 경찰이, 우파가, 기성 좌파가, 미디어가, 심지어 같은 여성들조차 비웃고 무시하고 경멸하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굴하지 않고 줄기차게 반전평화와 인권과 해방을 외친다.

    그러나 그들의 외침이 ‘동정’과 ‘연민’에 기대어 있지만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전쟁과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의 저항은 참신하고 진지할 뿐만 아니라 모범적이기까지 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저자는 여성들의 저항이 집단적이고 조직적이면서도 연대와 단결의 풍토를 일구며 폭력적 위계와 권위성, 천편일률적인 저항 방식을 부정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성 좌파의 답답하고 권위적인 저항 방식과 관료주의를 타파하려는 여성들의 노력을 ‘핑크빛 반전평화운동’으로 부르며, 조직 운영 방식뿐 아니라, 대외적 실천에서도 다양하고 기발한 면모를 선보인다.

    또한 여성반전평화운동은 여성들 내부의 차이까지 용인하며 운동을 일구려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그 차이에 대한 긍정에서, 여러 다양한 실천, 욕망, 삶의 면면을 포괄하고 횡단하면서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 가려는 것으로, 기성 좌파의 붉은색을 대신할 더 다층적이고 개방적이며 창조적인 여성반전평화운동의 핑크빛 물결을 도래시키고 있는 것이다. 

                                                      * * *

    저자소개 – 신시아 코번(Cynthia Cockburn)

    페미니스트 연구가이자 작가이다. 현재 런던에 살며 런던 시티 대학교(City University)의 사회학과 방문교수이다. 또한 국제적 네트워크인 위민인블랙(Women in Black)에서 활동한다. 코번은 경험적 사회조사에, 지난 25년 동안 노동 과정과 노동조합, 그리고 조직 변혁 문제를 젠더와 연관시켜 연구하고 글을 발표했다.

    1995년 이후, 코번은 북아일랜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사이프러스 등에 관심을 두고, 무력 분쟁과 평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젠더 문제에 관한 글을 써 왔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책으로는 『우리를 가르는 공간: 갈등에서 젠더와 민족 정체성을 협상하며(The Space Between Us: Negotiating Gender and National Identities in Conflict)』, 두브라브카 자르코브(Dubravka ?arkov)와 공동 편집한 『전쟁 이후: 군사, 남성성, 국제평화유지(The Postwar Moment: Militaries, Masculinities and International Peacekeeping)』, 『라인: 여성, 경계, 젠더 질서(The Line: Women, Partition and the Gender Order in Cyprus)』 등이 있다.

    역자 – 김엘리

     

     

     

    여성활동가이자 여성학 강사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여성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나이 들어 헤이그사회과학연구소(ISS)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사무국장과 공동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부설 여성평화연구원 원장이며, 군사주의에반대하는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의 운영위원으로 있으면서, 성공회대학교 외래 교수로 일한다. 쓴 책으로는 『한국여성 평화운동사』(편저),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의 만남』(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군사화와 성의 정치」, 「현대사회의 안보 담론과 남성성」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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