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인이 학자금대출 받았나 확인하세요"
        2009년 11월 20일 07: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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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고 기다리던 MB의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 실행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마침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한 19일입니다. “뉴스거리가 많은 날을 골라 사람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려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의 구체적인 운용방식은 이미 여러 차례 흘러나온 대로입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소득, 재산, 자동차 등을 합해 년 4,839만원 이하 가정의 대학생이고 △직전 학기 성적이 C 이상이면서 12학점 이상 이수하고 △만 35세 이하이면 누구나 MB의 후불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고금리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대출한도는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입니다. 생활비는 년 200만원까지 가능합니다. 금리는 매학기 다르니 반드시 살펴봐야 하고, 등록 10일 전까지 신청해야 대출이 이루어집니다. 내년 신입생부터 이 제도를 적용받지만,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은 현행 제도와 이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나 부인의 학자금 빚도 떠안아야

    취업 이전에는 원금도 이자도 내지 않습니다. 직장을 구하고 소득이 생기면 그 때부터 상환을 해야 하는데, 기준은 4인 가족 최저생계비입니다. 올해의 경우 년 1,592만원(월 133만원)이 넘으면 빚을 갚습니다.

    대학 1학년때 500만원을 빌렸다고 해서, 상환이 시작될 때의 원금이 500만원인 건 아닙니다. 그동안 8년이 흘렀고 금리가 쭉 5%라면, 8년 동안의 년 5%가 단리로 합산되어 원금은 700만원입니다. 이 700만원에 복리 이자가 붙은 원리금을 갚습니다.

    상환율은 초과소득의 20%입니다. 년 2000만원 소득이면 기준소득 1592만원을 제한 408만원의 20%를 납부하는 형태인데, 실제 계산은 이렇지 않습니다. 연봉에서 소득세법에 따른 공제액을 제하여 소득금액을 산출하고, 이걸 다시 기준소득의 소득금액으로 빼고, 남은 금액의 20%를 상환하는데, 아 어렵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세청에서 다 알아서 해줍니다.

    직장에 다니는 분들은 월급이 입금되기 전에 국세청에서 먼저 거둬갑니다. 사업소득이나 임대수입 등이 있는 경우에는 종합소득세 신고하면서 바로 냅니다. 양도, 상속, 증여도 신고 즉시 납부입니다.

    소득이 없으면 일단 기다려줍니다. 하지만 졸업 후 3년까지 한 푼도 상환하지 않으면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을 조사받습니다. 그래서 ‘돈 있네’라고 나오면, 상환이 시작됩니다. 물론 기준은 상향 조정됩니다. 부부 중 한명이 대출받은 경우는 부부합산 소득이 기준의 1.8배가 넘으면 상환 시작하라고 연락이 옵니다. 부부 모두 대출받은 경우는 2배가 넘으면 옵니다. 미혼인 경우에는 1.5배입니다.

    빚 갚기 시작하라는 연락이 왔는데도 가만히 있으면, 1년이 지나 강제 징수됩니다. 원리금 전액이 내거나 일반대출로 전환됩니다.

    학자금 대출금은 평생 갚아야 합니다. 정부의 7월 발표에서는 ‘최장 25년’이라는 게 있었지만, 이번에 바뀌었습니다. ‘최장 상환기간 없이 대출잔액이 있으면 평생 상환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파산해도 갚아야 합니다. 다른 빚처럼 탕감되는 게 아닙니다. 정부는 ‘교육적 측면 강화를 위해 개인이 파산하더라도 대출금은 채무 면제 대상에서 제외’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꼼꼼히 따져보고 대출받아야…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3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매년 800만원씩 3,200만원을 빌린 학생이 28살에 취업한다고 가정합니다. 상환원금은 이자가 합산되어 4,174만원입니다.

    초임연봉 4,000만원을 받으면, 8년 동안 5,168만원을 내고 상환이 끝납니다. 초임연봉 2,500만원이면, 16년 동안 6,884만원을 내면 됩니다. 초임연봉 1,900만원의 경우에는 25년 동안 9,705만원을 납부합니다. 연봉이 높을수록 빨리 적게 내고 끝납니다.

    그러니 MB 후불제를 이용하는 첫 번째 요령은 ‘연봉이 센 직장’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으면 이 제도를 권장합니다. 가능성이 낮으면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게 낫습니다.

    두 번째 요령은 현행 제도와 MB 후불제를 놓고 따지는 겁니다. 그래서 현행 제도가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그걸 선택합니다. 내년 신입생부터는 년소득 4,839만원 이하인 경우 이 제도만 적용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매학기 등록 10일 전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즉, ‘등록 10일전’이 지나 가까운 은행을 방문하면 현행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요령은 분산입니다. 분산 투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등록금도 ‘분산 마련’이 가능합니다. 교과부는 이 제도에 대해 “이제, 자녀 대학등록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라고 홍보합니다. 학교 다닐 때는 맞는 말이지만, 졸업하고 나면 “이제, 빚 갚는 걱정은 하셔도 됩니다”로 바뀔 수 있습니다. 파산해도 이 빚은 남습니다.

    그러니 이 제도 이용은 가능하면 최소화시켜야 합니다. 생활비 대출은 자제하는 게 현명합니다. 등록금 마련은 부모님, 아르바이트, 다른 대출 등으로 분산시킨 다음, 최후의 수단으로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이 제도로 대출받으면 꼭 등록금을 내야 합니다. 다른 곳에 썼다가는 멀지 않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 요령은 대학본부에 대한 감시의 눈입니다. 이 제도 때문에 대학의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 상한제 등으로 등록금 인상을 제어하거나 등록금을 낮출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대학을 감시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요령은 거짓말입니다. 특히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멋지게 나타나면 MB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가급적 알리지 마십시오. 괜히 말했다가는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말이야 부인이나 남편의 학자금 빚을 떠안을 수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는 겁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앞으로 애인이 생기면 내키지 않겠지만 MB와의 관계를 물어봐야 합니다.

    주요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이 중상층 이상으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제도의 이용자는 적을 겁니다. 중하위권 대학은 그 반대이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히 결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떨 때는 “이게 뭡니까”라며 대드는 것도 요구됩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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