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엇갈린 평가, 험난한 앞날
        2009년 11월 19일 09: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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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파업을 ‘영웅적 투쟁’으로 칭송하든, ‘노동자들의 처절한 생존투쟁’으로 규정하든, 100일이 지난 지금 그들의 당초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그렇다고 현단계에서 이에 대한 저항투쟁을 펼쳐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평가’와 ‘대책’을 말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힘 없는’ 연대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전체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쌍용차 노조의 그 동안의 활동이 연대를 어렵게 한 측면은 없지 않나 성찰적으로 되돌아볼 필요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평가와 함께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돌파할 것인가 대책 마련도 중요한 부분이다.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박유기 집행부의 금속노조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노동공동체’를 제안하는 등 ‘쌍용차 대책팀’을 꾸리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민주노총은 지난 7월 21일 쌍용차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사진=이은영 기자)

    77일간의 옥쇄파업이 풀린 직후 여기저기서 쌍용차 사태에 대한 평가가 쏟아졌다. 쌍용차 지부는 물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에 대한 평가와 민주노조운동의 현실과 경제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평가가 있어 왔다. 하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런 움직임을 “성급한 평가”라고 말한다. 

    김선동 쌍용차 정리해고 특별위원회(정특위) 의장은 “쌍용차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저런 평가를 내놓은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부에서 나온 ‘영웅적 투쟁’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잘못된 평가”라며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회적 타살에 의해 순수한 노동자가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결국 공권력과 용역에 의해 무너진 싸움"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영웅적 투쟁’을 한 것이 아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회사의 정리해고에 공권력 투입이라는 자본과 권력 동맹군의 ‘연대탄압’이 쌍용차 사태의 핵심이었다는 설명이다. 쌍용차 사태는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노동자’의 문제였으며 따라서 연대투쟁은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투쟁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쌍용차 지부는 지난 투쟁기간 동안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보여준 연대투쟁에 대한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다. 김 의장은 “민주노총이나 금속이 총파업을 하지 못했던 게 안타깝다”며 “실질적으로 총파업을 했다면, 쌍용차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정리해고 회오리바람에 휘둘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맹섭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 역시 “연대에 참여한 동지들에게 감사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공권력 진입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반복된 총파업 선언에 “80만 민주노총의 10분의 1만 파업했어도 쌍용차 사태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을 비롯 시민사회단체들이 평택공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등 대응은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결과적으로 “총파업 선언”을 남발했을 뿐 실천에 옮기진 못한 것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투쟁 현장에서는 “총파업의 의지가 없다”, “제대로 싸우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으며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평택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비난까지 나오게 됐다. 

       
      ▲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쌍용차 투쟁이 한창이던 지난 봄과 여름, 몇 차례에 걸쳐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에서 연대투쟁을 전개했지만 매번 경찰에 막혀 공장 진입에 실패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총파업은 특정 개인 의지로 되는 것 아냐"

    반면 조건준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총파업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있지만 총파업은 특정 개인의 의지가 문제가 아니”라며 “조합원들은 총파업에 기대를 했겠지만, 투쟁 전술을 짠 단위에서는 실현성을 낮게 봤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 동안의 쌍용차 투쟁이 공장 안에 머물렀던 것과 관련해 “쌍용차 노동자의 자기 고백이 있어야 한다”며 “시민에 호소하고, 다른 노조에 연대 파업을 요청할 때는 그 동안 시민사회의 호소와 그 노조의 파업 요청에 제대로 연대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총파업 실현 유무에 대한 논쟁보다는 쌍용차 사태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쌍용차 지부는 물론 금속노조, 민주노총, 연대단위에 대해 현실과 상황에 맞는 분석과 더불어 투쟁에 실패했던 이유만 찾을 것이 아니라 자기반성을 기본으로 한 향후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 국장은 “투쟁 실패의 이유만을 찾고 있다”며 “당시와 현재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속노조가 투쟁은 하지 않고 협상만 했다고 하지만, 결코 아니”라며 “쌍용차 투쟁 실패 요인과 관련 내부에서 적을 찾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단계에서 쌍용차에 대한 평가는, 투쟁이 진행형이라는 차원에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 이 같은 평가작업은 향후 대응책 마련을 위해서라도 필요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대책도 세워져야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쌍용차에 노조가 두 개가 생겼으며, (민주노조로부터의)독립노조는 회사의 ‘종속 노조’ 성격을 띨 수밖에 없고, 지부는 공장 밖으로 내몰린 상황이며, 투쟁하는 쪽 역시 무급휴직자, 희망퇴직자 사이에서 분열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평가는 대책 마련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2의 투쟁 예고

    현재 쌍용차 정리해고자를 중심으로 농성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제2의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정특위는 총회를 열고 규정 채택 및 임원을 선출하며 활동에 들어갔으며, 비정규직지회는 노사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며 1인 시위 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6일 노사는 확약서를 통해 “회사는 사내하도급업체의 인력에 대해서는 현재의 공정을 유지하고 기고용계약이 해지된 일부인원에 대해 회사 내 업체에 취업을 알선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노조가 두 동강이 나고, 함께 싸워야할 동료들이 제각각 흩어진 상황에서, 공장 밖 투쟁은 여전히 ‘그들만의 투쟁’이 되기 십상이다. 이에 금속노조는 ‘쌍용차 대책팀’을 구성하고 선언적 투쟁이 아닌 현실적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대책팀 활동의 핵심은 민주노조 사수와 정리해고자 복직 문제 및 생계대책 마련”이며 “쌍용차 지부가 아닌 독자노조가 들어선 상태에서 지부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구속자와, 비정규직, 정규직, 희망퇴직자 등 여러 분야로 나눠져 있는 현재 상황에서 노조의 조직체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현재 노조가 지부와 쌍용차 노조로 분리됐으며, 지부는 정리해고자들을 중심으로 한 정특위와도 갈라진 상황이다. 

    조건준 국장은 “지부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이와 함께 정리해고자에 대한 생계문제 해결을 위해 대책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속노조 법률원과 함께 조합원들에게 걸려있는 손배가압류 부분에 대한 법률적 대응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복직을 위해 제2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은영 기자)

    금속노조 ‘노동공동체’ 제안

    금속노조 내 쌍용차 대책팀은 대부분의 정리해고자가 쌍용차 출신이라는 이유로 재취업에 실패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노동공동체’를 제안한 상태다. 노동부가 평택시를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선정하며 실업자를 신속히 구제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기업에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속노조는 이런 상황을 개선해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개발촉진지역에 지급되는 지원금을 직접 받아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조 국장은 “관계인 집회에서 쌍용자동차의 회생안이 부결되고, 상하이차의 기술유출인 확인된 상황에서 쌍용차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며 “쌍용차의 장기적 전망을 고려한 대응 전략 차원에서 포장마차나 쌀 배급소 등 쌍용차 노동자들이 모여 함께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장에서는 ‘조합원이 아파하는데 간부가 무엇을 하느냐’는 비판이 있다”며 “때문에 현장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쌍용차 사태가 잊혀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쌍용차 지부가 스스로 다시 일어나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사업장 순회 투쟁 등도 계획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사태가 끝맺음과 함께 다시 시작된 지 100일 지났다. “쌍용차 투쟁의 1편은 졌지만 정리해고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김선동 정특위 의장의 말처럼 공장 안보다 공장 밖에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자본의 공격에 맞서 이들은 쌍용차 투쟁의 힘겨운 제2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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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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