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독자노선을 비판함
        2009년 11월 17일 04: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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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28 재보궐선거 이후 진보세력은 여러 갈래의 모색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민주노동당 중앙당에서 2010 지방선거를 위한 토론회(11.13)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성패를 가를만한 중요한 쟁점들이 제출되었다.

    이에 2010 지방선거를 앞두고 형성된 여러 쟁점들을 소개하고 필자의 견해를 말해 보겠다. 사안이 중요하고 시급한 만큼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적어 보겠다.(더 많은 필자의 견해는 non.or.kr 을 참조하기 바란다)

    1. 10.28 재보궐선거 평가

    대부분 10.28 재보선 결과에 대해 반MB 정서의 확산, 민주당ㆍ친노의 선전, 진보세력의 패배라고 평가한다. 필자는 여기에 다음의 몇 가지를 첨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민주당ㆍ친노가 단순히 반MB 정서에 기대 반사이익을 챙긴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정치적 결집을 이뤄낸 점이다. 2009년 상반기 서거 정국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은 민주당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친노에게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 되었다.(2008년 촛불시위 과정에서 이들의 정치적 입지와 비교해 보라) 따라서 민주당ㆍ친노의 결집은 단순한 반MB가 아니라 민주당ㆍ친노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둘째, 세종시를 둘러싼 친박과 친이계의 갈등이다. 세종시는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약점을 잡고 대권을 향한 1차 승부수를 띄웠고 이는 충청도민의 대대적인 이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재보선에서 의미있게 고려해야 할 점은 보수세력의 분열과 충청도민의 반발이다.

    셋째, 부산양산 선거는 결과적으로 보면 민주노동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않고 박희태 후보를 떨어뜨리는 것이 옳았다.

    2. 이명박 정부의 성격과 관련한 몇 가지 문제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권(심지어는 민간 파시즘)으로 규정하고 모든 것을 반MB에 집중시킨 것이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7년 자산버블과 사회적 양극화가 정점에 이른 시점에 대자본과 수도권 중도층을 핵심기반으로 출현한 비주류 보수세력이다. 이들 수도권 중도층은 이념지향적인 전통 보수세력과 달리 실용적이고 글로벌한 우파이다.

    따라서 2009년 6월 이후 이명박 정부가 중도실용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진심(?)이다.(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경제와 실용’을 핵심 의제로 등장한 CEO형 정권이다. 여기에는 태국의 탁신,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대자본의 이익은 감세, 규제완화 등을 통해 충분히 보장해 준 반면 이를 상쇄할 수도권 중산층의 자산소득(부동산과 주식), 저소득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유지할 물적 기반이 없는 점이다.(2007~8년을 경계로 자산버블 국면이 자산축소 국면으로 전환되었고, 과도한 감세ㆍ재정지출로도 일자리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친부자ㆍ독선적 이미지가 결합되어 이명박 정부는 충성도가 낮은 느슨한 40% 지지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이는 정치적 쟁점이 명료해지면 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뜻한다)

    그런데 2008년 촛불, 2009년 서거 정국에서 이명박 퇴진을 내걸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민주노동당 독자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2009년 서거 정국은 2009년 10.28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친노의 결집으로 나타났다. 냉정히 말하면 서거정국은 ‘김대중-노무현’ 10년에 대한 공과를 명확히 하는 기반 위에서 민주주의와 통일정책을 계승하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두 측면이 결합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2009년 서거 정국은 전자에 집중됨으로써(후자를 무시하고)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과 친노 세력에게 승리를 안겨준 아쉬운(정확히는 퇴행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서거 정국에서 이명박 퇴진을 외친 것은 민주당과 친노를 강화시키는 우경적인 노선이었다.(이명박 퇴진의 본질은 진보진영의 지지기반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국민대중의 막연한 심지어는 퇴행적인 정서에 영합한 우경적인 노선이다)

    문제는 그랬던 사람들이 10.28 이후 진보세력이 패배하자 이제는 ‘민노당-진보연대’ 강화와 같은 극좌 노선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MB를 독재정권 심지어 파시즘으로 규정했다면 반파시즘 연대의 관점에서 민주당과의 연합은 전략적인 노선이다. 그런데 지금은 진보대연합도 아니고 진보진영의 일부인 ‘민노당-진보연대’를 강화하자는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향후 정국은 남북관계의 발전, 중국의 부상, 신자유주의의 약화 등을 고려할 때(이에 대해서는 non.or.kr에서 자세히 기술하겠다) 조선일보류의 보수우익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대자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대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향후 대권은 ‘MB를 제물로 MB보다 합리적인 보수 주자’를 중심으로 ‘사회개혁이 동반되지 않는(또는 제한적인) 보수적인 재편’을 기도할 것이다.

    전반적인 상황이 그러하기 때문에 반북ㆍ반공을 이념적 지반으로 한 민간독재(또는 파시즘)는 한국에서 정착되기 어렵다. 4대강ㆍ세종시를 둘러싼 보수진영의 갈등(세종시ㆍ4대강이 국민정서와 멀기 때문에 보수세력의 분열을 주장하고 진보개혁세력을 강화시키는 요소가 있다), 선거에서의 잇따른 패배(파시즘이었다면 그런 결과를 낳을 선거를 그냥 보고 있지 않는다), 정연주ㆍYTN 등의 해임에 대한 무효 판결 등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경계해야할 것은 독재, 파시즘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비주류 보수+민주당 우파+친노 일부’까지를 포함한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세력이다. 이 경우 보수 양강 또는 보수 대 중도(내용적으로는 보수에 가까운) 양강 구도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이는 진보세력의 고립, 분열, 약화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기 대중적이고 통합된 진보정당의 출현은 사활적인 과제이다.

    3. 진보신당에 대한 평가

    이번 11.13 토론회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보신당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민주노동당 독자노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진보신당은 고립ㆍ와해의 대상인 듯하다.(그렇지 않으면 진보신당의 노선을 문제 삼고, 진보신당을 폄하하는 발언을 지속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지면의 성격상 발언 내용 인용은 생략)

    진보신당은 수도권 청년ㆍ지식인층의 정서와 부합하고 민주노동당은 지방의 조직화된 노동자ㆍ농민의 정서에 부합한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이 민주노동당보다 진보신당에 친화력이 있는 것이 이런 이유이다.

    필자는 <한겨레>나 <경향신문>을 문제삼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와 유사한 성향을 가진 진보신당에 대한 과도한 폄하 또는 적개심(?)은 냉정한 정치적 판단의 결과라기보다는 경험적인 감정과 향후 지향해야 할 노선이 개입되어 있다. 다음은 이에 대해 말해 보겠다.

    4. 민주노동당 독자노선의 문제점

    1) 2010 선거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의 후보 조정에 실패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예상된다.

    첫째, 수도권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 날 것이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는 한나라-민주ㆍ친노 양강 구도에 밀려 10% 이하의 저조한 득표를 할 것이다.(따라서 이번 재보선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회찬 대표이다) 반면 민주노동당 후보는 현재 거론되는 후보로는 3% 이하의 득표를 할 것이다.

    한편 수도권의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경합하여 상당 지역에서 낙선할 가능성이 높다. 진보신당의 경우 존립 자체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조직 지반이 있는 수도권에서 후보를 낼 것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유리한 지역은 동시에 진보신당에도 유리하다. 따라서 양자가 경합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둘째, 영남에서는 한나라당-친노의 양강 구도가 될 것이다. 제2정당으로써의 민주노동당의 입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울산ㆍ창원ㆍ거제 등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친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후보가 경합하고 후보 조정에 실패하면 대부분 낙선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호남의 경우 이전 시기가 민주당의 퇴행적인 행보에 따라 민주노동당이 성장하는 국면이었다면 이후에는 호남의 재결집에 따라 민주노동당 성장 국면이 정체될 것이다.

    후보조정이 이뤄지면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다.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양강 구도이고 진보후보의 득표율이 저조하겠지만 진보정당에 대한 입지는 유지될 것이다. 기초의 경우 야권까지를 포함한 후보 조정이 이뤄지면 상당한 숫자의 당선이 예상된다.

    영남의 경우 민주노동당으로 후보조정이 이뤄지는 지역은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진보개혁 진영(친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합치면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친박후보와 무소속이 한나라당을 분열ㆍ약화시킬 것을 고려하면 경우에 따라 영남의 정치지형은 상당한 변화가 가능하다.

    호남은 후보 조정 여부와 상관 없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 후보 조정 여부는 당락을 떠나 진보정당의 사활이 달린 중요한 문제이다.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약화된 조건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경합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의 정치적 위신이 추락하고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며 방관ㆍ절망 등의 비관적인 정서가 확산될 것이다.

    또한 MB 정권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민주개혁 세력 상당수가 친민주당ㆍ친노로 경도되거나 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을 대신하는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진보연대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보연대 강화의 핵심은 민주노총의 가입 여부인데 이게 아직도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걸까?

    5. 후보 조정 시점의 문제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후보 조정을 천천히 해도 좋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시점이 늦어지면 후보 조정이 불가능하거나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이 높다.

    10.28 재보선에서 국민대중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게 던진 질문의 핵심은 왜 분열했는가, 그리고 왜 재통합하지 않는가이다. 거리에 나가 사람들에게 물어 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보정당에 관심을 갖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이것이다. 지난 4.29 재보선 울산 선거에서 후보단일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러한 압박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에 들어가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경합하는 모든 지역에서 이 물음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끝내 이에 실패하면 유권자는 표로 심판할 것이다. 이것은 2000년 이후 본격화된 진보정당운동의 조종을 의미할지 모른다.(어거지를 써서라도 민심에 부응해야 할 진보정당이 당연한 민의를 부정하는 조건에서 국민대중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또한 후보 조정 의제를 선점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에 불리하지 않다. 후보 조정이 부담스러운 것은 오히려 진보신당이다. 진보신당은 존립 자체가 의심스러운 조건에서 어떻게든 독자 출마를 통해 당의 존재를 대중에 알려야 한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수도권에 유력 주자가 없는 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보신당보다 유력한 후보와 조직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수도권에서는 대연합이라는 명분을, 지역에서는 당선이라는 실리를 취할 수 있다.

    6. 2010년 민주노동당의 목표

    필자의 주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거창하고 관념적인 담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아주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2010년 민주노동당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조정을 통해 진보정당 운동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 민주노총 등 대중단체의 분열을 막고 진보진영으로의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다.

    셋째, 민주당 소수, 친노 일부, 시민사회진영 등 범야와 진보 사이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개혁 세력을 최대한 진보진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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