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죽을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
    By 나난
        2009년 11월 17일 01: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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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일간의 공장 점거파업으로 구속된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최성국 씨가 하반신에 마비가 오는 상황에서 평택 구치소가 이를 방치하고 외부 진료까지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씨는 지난 8월 5일 경찰의 공장 진입 작전 당시 조립공장 옥상에서 특공대원들에 둘러 쌓여 집단 폭행을 당하며 이 과정에서 2번이나 기절을 했다. 경찰은 그를 연행한 후 안성도립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지만 오는 19일 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지난 10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를 끝내 구속시켰다.

    의사 만류 불구 끝내 구속

    최 씨가 지난 9일 구속노동자후원회(구노회)로 보낸 편지에 따르면 그는 “목과 허리 디스크가 있는데다 하반신을 전혀 쓸 수가 없고, 불면증 때문에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하는 상태”다. 또 그의 가족에 따르면 최 씨는 병원에 있을 때만 해도 물리치료를 받아 하반신을 움직일 수 있었으나 난방도 되지 않는 차가운 바닥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하며 증세가 더욱 악화됐다.

       
      ▲ 지난 8월 옥상 점거에 성공한 경찰특공대가 쓰러진 쌍용차 조합원을 헬멧까지 벗긴 후 삼단봉과 곤봉으로 집단구타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지난 13일 최 씨를 면회한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은 “면회 당시 최성국 조합원은 경비교도대원의 등에 업혀 면회실로 나왔다”며 “그는 화장실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다행히 현재 생활하고 있는 2인 거실에 같이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가 그의 수발을 들어줘 생리적인 욕구를 겨우 해결할 수 있을 정도”라며 "최 씨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그에 따르면 최 씨는 "이러다가 불구가 돼 버리면 석방되더라도 가족들에게 짐밖에 더 되겠냐"며 침통해 하고 있다.

    13일 현재 최 씨가 생활하고 있는 거실은 바닥 난방이 전혀 없는 상태로, 평택구치지소는 ‘아직 실내온도가 20도가 넘는다’며 복도에 설치해 놓은 난방기도 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상태가 극도로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최 씨는 구속 이후 한 단 차례의 외부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했다.

    "이대로 두면 큰일난다"

    구속 초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특별대책위에서 넣어 준 약과 지난 8일 그의 아내가 넣어준 보름치 신경안정제만을 복용해왔을 뿐이다. 이에 지난 13일 최 씨를 면회한 이 사무국장은 평택구치지소장에 최 씨를 “바닥 난방이 되는 병사로 옮겨줄 것”과 “주기적으로 외부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구노회에 따르면 지소장은 “최근 ‘신종플루’ 위험경보가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올라감에 따라 법무부에서 각 소마다 환자들을 위한 격리사동을 확보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신종플루 격리사동으로 쓰기 위해 현재 평택구치지소 5개 병사를 모두 비우고 있으며, 현재 환자인 재소자들은 치료거실(일반 거실과 똑 같음)에 모아 놓고 의무과에서 별도 관리하고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구노회 확인 결과 현재 병사에 신종플로 확진 환자는 단 한 명도 없는 상태로, 지소장은 “신종플루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 씨에서 병사를 내어주는 건 더 위험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외부진료와 관련해서도 “의무과장의 소견이 필요하다”며 “의무과장이나 공중보건의가 거실을 돌며 환자인 재소자들을 매일 점검하고 있는데 아직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며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사무국장은 “구치소가 계속 최성국 조합원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 둔다면 그의 말대로 불구가 되거나 자칫 생명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최성국 조합원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은 하루라도 빨리 그를 석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 * *

    구속노동자후원회로 온 최성국 씨의 편지 전문
    (11월 9일자 우체국 소인이 찍혀있었음)

    안녕하십니까? 저는 쌍용자동차 전 직원 죽은자 최성국입니다.
    제가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제가 목, 허리 디스크가 있습니다. 통증이 심해서 낮이고 밤이고 거의 잠을 못잡니다. 제일 힘든 것은 하체를 전혀 못쓴다는 겁니다. 경찰들에게 전신 몰매를 맞아 후유증으로 하체를 쓰지 못하고 목,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찰들은 제가 기절을 2번이나 했는데도 계속 때렸습니다. 도와주십시요! 이런 상황에서 구치소에 있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집 사람이 보석을 신청했는데 될지 모르겠습니다.

    부탁 드린 김에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제 방에 같이 쓰는 이주노동자가 있습니다. (불법 체류자) 한국 여성하고 고심 끝에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누구의 신고로 구치소에 있습니다. 이름은 알리, 한국여성 OOO 씨 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네요. 두 분이서 너무 간절히 원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부탁을 해서 이렇게 서신을 띄웁니다.

    우즈베키스탄 알리 동생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도와 주십시요! 한국 여성 OOO 씨 전화번호는 OOO입니다. 한국 여성 OOO 씨와 상의해서 연락도 좀 주세요. 형이 동생 생각하며 몇 자 적었습니다. 꼭 이루어지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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