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사장 후보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
    By mywank
        2009년 11월 16일 03:5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솔직히 제가 사장이 될 가능성은 0%라고 본다.”

    16일 오전 KBS에서 만난 홍미라 언론노조 KBS 계약직 지부장에게 ‘KBS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이야기를 꺼내자, 곧바로 나온 답변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농성중인 사장 후보인 그를 ‘바보 이반’에 비유하며 “평범했던 이반이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를 건설했듯이, 이 시대의 보통사람인 그가 꿈꾸는 공영방송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보 이반’이 사장이 된다면?

    홍 지부장은 이병순 현 KBS 사장,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강동순 전 방송위원, 이봉희 전 미주한국방송 사장 등과 함께 사추위의 서류심사를 통과한 5명의 사장후보 중 한 명이다. 다른 이들이 ‘화려한 경력’을 가진 반면 그는 KBS 시청자상담실에서 10년간 일한 평범한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지난 13일 KBS 본관 민주광장에 마련된 KBS 노조 농성천막에 자리한 홍미라 언론노조 KBS 계약직 지부장(오른쪽)의 모습 (사진=언론노조) 

    홍 지부장에게 사장후보 신청서를 낸 이유를 묻자 “이병순 사장이 연임하더라도 기존의 방침을 고수할 것이고, 나머지 후보들 역시 ‘전임 사장이 했던 일’이라고 모른 척할 것이다”며 “지금 상황에서 KBS 사장이 누가 되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자는 고민 끝에 그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KBS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써 ‘더 이상 정치적인 인물이 사장이 되면 안 된다’는 절박함도 있었다"며 "현 정권의 코드를 따르는 이병순 씨가 KBS 사장이 되었기 때문에, 계약직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인물이 사장이 된다면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계속 재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부장은 △국가와 시장권력으로부터 독립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여성 지역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존중을 통한 휴머니티 구현 △풍부한 정보와 개방적인 참여 다양한 목소리를 통한 다양성의 구현 △정직 성실 공정에 대한 책임 경영 등 KBS 사장 후보로서의 ‘7대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국가와 시장권력으로부터 독립

    KBS 계약직 지부 조합원들은 이날 낮 12시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려한 경력도 배경도 없는 홍미라 후보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홍 후보의 추천이 단순한 구색 맞추기 용이 아닌, 공영방송의 가치와 지향 점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과 숙의, 공론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3일 민주광장에서 쫓겨난 일부 KBS 계약직 지부 조합원들이 KBS 본관 밖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하지만 ‘공영방송’ KBS는 사장 후보로 나온 홍 지부장에 대한 취재를 봉쇄했다. 홍 지부장이 지난 13일부터 △고용안정위원회 구성 △해고자 복직 및 계약해지 철회 등을 요구하며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자, KBS 측은 외부인 접촉 및 본관 밖 출입을 제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 홍보실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KBS 계약직 문제와 관련해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다. 회사 내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취재를 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청경들도 본관 입구에서 출입자의 신분을 일일히 확인하며 직원이 아닌 이들의 출입을 제한했다. 결국 조합원들의 도움으로 청경들의 눈을 피해, 잠시 KBS 본관 밖에서 홍 지부장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KBS노조에 마음이 아팠다"

    홍 지부장은 4일째 벌이고 있는 농성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사측에서 KBS 본관 민주광장에 농성천막을 펼치지 못하게 해서, ‘정치 사장 선임반대’를 촉구하며 KBS 노조가 설치한 농성천막에서 잠시 같이 생활을 했다”며 “노조 천막이 저희들을 지켜주는 ‘방패’처럼 느껴져 고마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오늘 아침 갑자기 KBS 노조 측에서 ‘투쟁의 목적을 구별하자’며 농성천막을 (민주광장의) 다른 곳으로 옮겼다. KBS 계약직 조합원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6일 본관 밖에서 농성을 벌이던 KBS 계약직 조합원들이 본관 민주광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이날 KBS 본관 밖에서도 KBS 계약직 조합원 10여명이 바닥에 주저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13일 조합원 40여 명이 민주광장에서 농성을 시도했지만, 홍 지부장 등 20명(현재는 9명 남음)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은 청경들에 의해 본관 밖으로 쫓겨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도 본관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청경들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해숙 언론노조 KBS 계약직 지부 부지부장은 “저희들은 활동이 자유롭기라도 하지만, 본관 안에 계신 분들은 사측의 제지로 더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KBS 계약직 지부 조합원은 총 112명으로 현재 57명이 계약해지를 당했으며, 내년 6월에는 조합원 전체가 KBS에서 내쫓길 위기에 놓여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