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장례 치르게 해달라”
By mywank
    2009년 11월 14일 06:34 오후

Print Friendly

“조금 있으면 해가 바뀝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해를 넘길 수 없습니다. 300일을 맞는 유족들의 고통을 헤아려주십시오. 올해 안에 반드시 장례를 치러, 이 시대의 비극을 하루 빨리 끝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 용산참사 300일 대국민호소문 중

14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300일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한 유족들의 호소는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용산참사가 발생했던 겨울이 다시 다가왔지만,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이명박 정권의 후안무치한 태도는 유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1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는 500여명이 참석한 ‘용산참사 300일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대회에 참석한 유족들.(사진=손기영 기자)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무대에 올라 “이 나라가 유족들에게 사과 한마디를 하지 않았지만, 저희와 함께하는 국민들이 있기에 주저 않지 않겠다”며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잃지 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용산 범대위’에서 활동하는 최헌국 목사도 대회사에서 “용산참사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제는 이명박 정부를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강제 퇴거’시키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용산 유족들 "이제 시작이다"

이날 추모대회에 참가한 시민 500여명은 집회를 마친 뒤,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오후 5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서울 도심 곳곳으로 흩어져 1인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시청광장 광화문광장 주변을 봉쇄하고 종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든 펼침막을 빼앗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용산 범대위’는 서울 도심을 13개 구역(동서로 서대문역서 동대문운동장역 부근까지, 남북으로 안국역서 서울역 부근까지)으로 나눈 뒤, 시민들에게 무작위로 번호표를 나눠주고 장소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용산참사 해결하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사진 상단은 1인 시위를 위해 서울 도심을 13개 구역으로 나눈 지도 모습. 한 시민이 1인 시위에 나서기 전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 밖에도 이날 추모대회에는 정부의 미디어법 및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용산참사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유독 이명박 정부와 그의 졸개들만 이 문제를 모른 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환경단체도 적극 동참

최 위원장은 이어 “용산참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언론을 지키는 일이고, 언론을 지키는 일은 4대강을 살리는 길”이라며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 사회의 모든 양심들이 힘을 합쳐서 이명박 정부를 무릎 꿇리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그날을 함께 만들자”고 호소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미디어법 개정은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유족들이 300일이 되도록 고인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뻔뻔하게 대통령으로 앉아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편 ‘용산 범대위’는 조만간 언론 및 환경단체들과 함께 ‘시국선언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손기영 기자 

정치권도 용산참사의 조속한 해결을 약속했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참사 발생 300일을 맞은 유족들을 보니까 눈시울이 뜨겁다. 300일이 될 때까지 용산참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며 “국회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용산참사가 누구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인지 밝히기 위해, 우선 수사기록이 공개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첫 번째 요구”라며 “야4당 국회의원들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 형사소송법 개정 노력키로

박김영희 진보신당 부대표는 “얼마 전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을 때 유족 한 분에게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리는 아직 지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대회는 오후 4시 10분경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 되었으며, ‘용산 범대위’는 참사 발생 300일이 되는 오는 15일 오후 3시부터 용산참사 현장 일대에서 풍물패연합의 ‘용산참사 해결 염원 한(恨)․굿’ 등 추모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