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말로만 비정규직 정당?
        2009년 11월 16일 11: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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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창당 당시 진보신당은 ‘비정규직’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이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을 표명해왔고, 실제 가입하는 당원들에게 ‘비정규직 기금’을 따로 걷으며, 그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진보신당은 지난해 10월 확대운영위원회를 통해 ‘비정규특위’를 개설했다. 당시 확대운영위는 제2창당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이전에는 당원-비당원을 망라하는 주체를 형성, 비정규직 투쟁주체와 결합해 단기 국면에서의 의제수립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키로 했으며, 제2창당 이후에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장단기 과제를 설정키로 했다.

       
      ▲ 지난 해 5월, 제118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를 맞이해 진보신당 당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보신당의 비정규직 사업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특위는 위원장도 없이 사실상 상근자 1명 만이 운영하고 있고, 당 비정규 기금은 마땅한 사용처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사업을 이끌어나갈 주체도, 역량도 없는 것이다.

    유명무실 ‘비정규 특위’

    특히 비정규직 사업의 주체는 비정규직 특위와 노동위원회 사이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특위와 동시에 출범했던 녹색특위는 곧바로 조승수 전 에너지정치센터 소장을 임명하고 사업에 돌입했으나 비정규직 특위는 위원장도 없이 전국 광역시도당에서 비정규직 담당 상근자들이 참석하는 ‘비정규직 전국회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비정규직 전국회의’는 말 그대로 각 지역의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로, 구체적 사업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다. 그리고 그마저도 쌍용자동차 투쟁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노동 담당자는 “각 지역에 대한 상황을 얘기하는 자리”라며 “진행과정에서 전체적 그림이 보고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당 노동위원회가 준비위원회 형태로 구성되어 사업계획을 논의하고 있지만, 당의 핵심 당직자도 비정규직 특위와 노동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분명한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노동위가 구성되는 시기에 (비정규직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현재 이용길 부대표가 (비정규직)부분에 대한 역할을 겸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전국위원회에서 노동위원장 선임과 노동위원회 인준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출범은 ‘언제’하느냐 보다. ‘어떻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정규직 특위의 경우 위원장도 선임하지 못해 제대로 된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유명무실’한 비정규 특위의 실상에 대해 인정한 셈이다.

    비정규직 기금은 남아 돌아

    ‘기금운용’도 수가 없긴 마찬가지다. 현재 진보신당은 보유한 비정규직 기금 중 사업 대상을 선정해 각 지역위원회에 지원하는 형태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당시 사업 대상 선정자로 경북과 마포가 채택되었는데, 이들의 경우 채택 이후 6개월 여가 지나서야 당의 비정규직 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정경섭 마포구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1월 중순 경 사업신청을 마감해 6~7월 전국위원회 이후 기금을 받았다”며 “식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그들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노동’ 뿐 아닌 ‘삶’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음 주 부터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은 ‘2차 사업자’를 공모해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마저도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신당 대구시당 부설 비정규상담센터 김기철 상담실장은 “당의 비정규직 기금 지원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7월 진보신당 전국위원회는 ‘비정규직 연대기금’과 관련, 기금운영과 관련 기획된 사업 내용이 불충분해, 2억2천여만원의 기금 가운데 1억여원의 예산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당시 집행부는 “추가적으로 사업계획을 마련해 차기 전국위원회에서 다시 인준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당의 관계자들은 “구체적 사업 마련이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 움직임 활발

    다만 현재 진보신당의 몇몇 지역에서는 광역시도당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인천과 대구가 비정규직 상담센터 형태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북부지방에서는 당뿐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연계해 비정규직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박대성 인천광역시당 노동국장은 “예전부터 운영해왔던 신용상담센터에, 8월부터 당원으로 등록된 노무사들을 중심으로 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아직 잘 알려지지 않고 ‘비정규직 상담센터’라는 이름이 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해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철 실장도 “6월 문을 연 이래, 청소년-대학생 노동인권교육과 비정규직 노동자 상담과 관련된 일을 주로 하고 있다”며 “현재 고등학생과 대학생 아르바이트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토론회를 조직하고 의제화하려 하고 있고, 지역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네트워크’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에 대한 지원이 광역시도당과 ‘후원금’에 기대고 있어 효과는 미지수다. 각 광역시도당의 노동담당자들은 “반드시 당의 지원을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사업을 찾지 못한 중앙당과 ‘사업’이 있음에도 지원을 받지 못한 지역에서 진보신당의 현 주소의 일단을 알 수가 있다. 

    이성화 진보신당 사무총장은 “당의 역량에 한계가 있기에 현안대응만으로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지만 비정규직을 전담하는 상근자도 한 명 채용했고, 노동위원회도 구성되고 있어 곧 구체적 사업계획을 마련해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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