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아메드, 서안에서 총맞아 죽은
    2009년 11월 16일 09: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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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삶과 문화를 마음속 깊이 심어주는 ‘팔레스타인 영화제’(이하 영화제)가 시드니 영화 애호가들을 즐겁게 했다. 반응이 뜨거웠던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 올해는 시드니(10월 29일~11월 1일), 멜본, 아델레이드 세 도시에서 열렸다.

   
  ▲ 영화제 포스터

모두 14편의 영화들(단편영화, 다큐멘타리, 만화영화 포함)이 상영되었다.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후보에 올랐던 ‘The time that remains, 남아있는 시간’(2009) 상영으로 영화제는 시작되었다. ‘Divine Intervention, 신의 개입’으로 2002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로마에서 ‘최우수 외국 영화상’ 수상으로 명망이 높아진 ‘엘리아 술리에만(1960) 감독 작품이다.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영화 몇 편을 소개해 본다.

‘The time that remains’의 기본 줄거리는 술리에만 감독의 가족 이야기다. 1948년 이스라엘 ‘반대 투쟁’에 동참했던 아버지 일기, 남편의 정치적 활동으로 강제로 쫓겨난 어머니의 편지들. 그리고 감독 자신의 기억들을 토대로 자신들의 땅에서 ‘이스라엘 아랍인’으로 취급당하며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들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적인 삶을 차분하게 다룬 영화다.

   
  ▲ 영화 <The time that remains> 

이스라엘-아랍인의 삶

‘The Edward Said: The last interview’(2004)는 제목 그대로 미국 콜럼비아 대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의 마지막 인터뷰다. 10년 넘게 백혈병으로 고생하다 생의 마감 일년 전에 병색이 짙은 얼굴로 그의 삶과 교육, 병과의 싸움, 저술한 책들, 팔레스타인 투쟁등을 열정적이면서 진솔하게 얘기하는 모습은 생의 마지막 불꽃처럼 강렬했다. 400 좌석을 꽉채운 관람객들은 2시간 다큐멘타리에 몰입했고 끝나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저명한 팔레스타인 학자이자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 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사이드는 인터뷰에서 아라파트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겨준 ‘오슬로 협약(1993)’을 불공평한 협약이라고 차갑게 비판한다.

“이스라엘은 PLO의 팔레스타인 대표성만을 인정했다. 반면에 PLO는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함과 동시에 이스라엘 파괴 활동과 반 이스라엘 무장 투쟁 포기를 약속했다.” 오슬로 협정 이후 세이드는 공식적으로 PLO 지지를 철회하고 “아라파트와 PLO의 정치적 실패”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불공평한 오슬로 협약

‘The Heart of Jenin, 예닌의 심장’(2008)은 실화 다큐멘터리다. 독일 영화제작자 마르쿠스 베테르의 작품이다. 2005년 예닌 서안지구에서 11살 팔레스타인 소년 아메드가 이스라엘 군인 총격으로 사망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치료를 받다가 죽은 이스라엘 병원에서 “장기를 기다리는 이스라엘 어린이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부인과 상의한 뒤 아들 장기 모두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전 세계 메스컴이 생생하게 보도했다. 6명의 이스라엘 어린이들이 새 삶을 얻었다.

   
  ▲ 영화 <The Heart of Jenin>의 한 장면

일년 뒤 이스마엘 카팁(소년의 아버지)은 아들의 장기를 이식한 이스라엘 어린이들을 방문했다. 팔레스틴-이스라엘의 적대적 관계로 모든 방문이 편안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딸이 신장을 기증받은 정통 유대교인 가족을 방문할 때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마지못해 방문을 허락한 그 딸의 부모는 팔레스타인은 ‘유대인을 살해하는 악마’라는 편견에 찌든 사람들이다.

이스라엘 어린이와 함께 있는 아들

차 한 잔 하며 나눈 짧은 대화 중 유대교인 가장이 “지내기는 어떠냐?”고 가볍게 묻자 “팔레스타인은 살기가 어렵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럼 딴 나라로 이민가는 것은 어떠냐?”고 되묻자 “여긴 우리 땅이니깐 가면 당신네가 가야지”라고 응수하자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방문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장기 기증은 정치적 행위가 아니었다. 유대인이든 아랍인이든 상관없다. 모두가 사람들이다. 이스라엘 어린이를 만날 때 내 아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장기 기증은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전하는 하나의 메세지다. 분쟁과 관계없는 어린이들을 쏘지말라고…”

베를린 영화제에서 ‘평화상’을 받은 필름답게 감동적인 인류애를 잔잔하게 그려낸 ‘예닌의 심장’이 반대 세력을 물리치고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팔레스틴 라말라 두 도시에서 상영되었다는 사실은 팔레스틴 평화의 진일보다.

점령지역의 암울한 삶

‘파테나'(2009)는 팔레스타인 최초의 3D 만화 영화다. 아마드 하바쉬(1976)감독 작품으로 가자 지구의 28살 팔레스타인 여성이 유방암과 싸우는 이야기다.

종기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 병원을 몇 군데 찾아갔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해서 듣는다. 낙후된 팔레스타인 병원에서 제대로 진단을 못한 것이다.

   
  ▲ 3D 만화 영화 <파테나>

이상해서 몇달 뒤 다시 병원에 가니 ‘유방암’이라고 진단하면서 이스라엘 병원에서 치료받으라고 한다. 까다로운 서류 준비와 쉽지 않은 검문소 통과로 날들이 흘러갔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현대식 이스라엘 병원에 갔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파테나(Fatenah)’는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을 갈갈이 찢어놓는 이스라엘의 높은 콘크리트 장벽과 곳곳의 검문소들이 얼마만큼 팔레스타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구속하고 자유로운 통행을 힘들게 하는지를 선명하게 증언한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가슴 뭉클해지는 애니메이션이다.

“전쟁과 폭력으로 각인된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지우고 팔레스타인의 문화와 삶의 이야기로 팔레스타인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주최자의 바램이 착한 열매를 거둔 영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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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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