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는 존재하는가?"
    2009년 11월 14일 08: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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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찰스1세, 루이16세, 에리히 호네커, 사담 후세인, 한 국가의 원수를 지내다 법정에 세워져 단죄된 사람들이다. 각자 ‘정의’의 이름으로 죽어간 사람들, 그들의 죄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은 올바른 법적 절차에 의해 죄의 대가를 받았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언론법에 대해 ‘절차적 위법성은 인정되나 법의 효력은 유효하다’는 코미디 같은 판결을 내렸다. 덕분에 집권정당은 ‘법의 효력’이라는 날개를 얻었으며 국민여론과 야당들의 요구는 상관없이 미디어법 시행준비에 돌입했다.

이처럼 정치권력의 힘에 따른 말도 안 되는 재판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현실은 지난 역사에서도 부단히 반복되어 왔다. 신간 『나는 죄 없이 죽는다』(존 래프랜드, 책보세, 22,000원)는 지난날 국가원수들을 국제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행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사법 정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승자의 위선과 불의를 지적한다.

이 책은 영국의 왕 찰스 1세부터 사담 후세인까지 18개의 범주에서 행해진 국가원수들의 재판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주권자로서 행한 정치적 행위에 대해 새로운 주권자가 정적 제거의 목적과 지위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 재판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또 영국과 프랑스의 혁명재판소가 행한 재판의 목적처럼 오늘날 국제재판소가 연속성이 아닌 단절을 강요하는 ‘파괴의 재판’을 하고 있으며, 아울러 국가제도 자체를 강제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비난한다. 죄가 유무를 떠나 법적 절차와 기소하기 위한 소급적 법률 행태들에 대해 과연 보편적 정의가 실현되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의 기록을 통해 이들이 처한 상황을 서술하고 변호사적 입장에서 이들을 옹호한다. 다만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을 재판하기 위한 뉘른베르크 재판이 가져온 오늘날의 국제재판소에 대해서도 “사회계약의 고유한 속성으로 알려진 흥정의 측면을 충족시키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국제재판소는 자신의 행위를 관할권 적용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귀속시키는 정치적 책임에 관한 어떠한 시스템에도 종속되지 않으며, 국가 입법부의 통제도 받지 않고, 정치문화나 국민 여론의 간접적인 지배도 받지 않”는 “3만 피트 상공에서 떨어지는 폭격”의 다름 아니라고 일갈한다.

이 책은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에리히 호네커, 장 캄반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등 ‘악명높은’ 인물들에 대한 사법 절차적 변호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그 지위를 상실해 가는 ‘사법적 정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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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존 래프랜드(John Laughland)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파리와 로마 소재 대학에서 정치학과 철학을 가르친 바 있다. 《오염된 근원 : 유럽 사상의 비민주적 기원The Tainted Source : The Undemocratic Origins of the European Idea》 (1997) 과 《모조품 :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재판과 국제 정의의 타락Travesty : The Trial of Slobodan Milosevic and the Corruption of International Justice》 (2007) 을 포함해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스펙테이터》 《가디언》 《메일온선데이》를 비롯해 영국과 유럽, 미국의 여러 신문에 글을 기고했다.

역자 유영희
한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사랑하는 체게바라》 《움프쿠아처럼 체험을 팔아라!》 《그린칼라 이코노미》 《더 라스트 북》 등이 있다.

역자 함규진
성균관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왕의 투쟁》 《108가지 결정》 《왕이 못 된 세자들》 등의 책을 썼으며, 《마키아벨리》 《록펠러 가의 사람들》 《죽음의 밥상》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번역했다.

감수 신견식
한국 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비교언어학, 언어 문화 접촉 및 전문용어 연구가 주요 관심 분야다. 현재는 주로 실무 및 기술 번역을 하면서 외국어 관련 자문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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