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노총, "강제 창구단일화는 교섭권 박탈"
    By 나난
        2009년 11월 12일 04: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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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국회를 통하지 않고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역시 현행법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ITUC-AP(국제노총 아태지역) 일반이사회가 한국 관련 결의문을 채택하고 “전임자임금과 복수노조 문제 등을 비롯한 한국정부의 노동탄압으로 날로 악화되고 있는 한국의 노동기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 임태희 노동부 장관.(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지난 10일,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언론사 사회부장 간담회에서 “법안은 국회로 가지 않고 시행될 것”이라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방안은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행정법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창구단일화는 이미 합의됐고, 구체적 방안은 장관에게 위임됐다”며 “입법기관이 장관에게 법률로 만들어 오라고 위임하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설명하며 이 같이 밝혔다.

    임태희 "창구단일화 못하면 사용자 교섭거부"

    또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노조끼리 교섭 창구를 반드시 단일화해야 하고, 단일화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임 장관은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복수노조-전임자 제도의 시행 여부가 논쟁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며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에서 시행을 할 수밖에 없다”며 2010년 시행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필리핀 세부에서 개최된 제3차 ITUC-AP 일반이사회는 한국 관련 결의문을 채택하고 “한국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하면서 사용자에 의한 전임자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노동 악법을 강행 실시하려 한다”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를 허용할 경우 교섭 창구를 강제로 단일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임자임금 문제는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라 전적으로 노사 자율교섭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교섭창구 강제단일화를 조건으로 한 복수노조 허용은 대다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OECD 권고 내용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제노총 "법적 강제는 단체교섭권 박탈"

    또한 ITUC-AP 일반이사회는 최근 자행되고 있는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과 관련해 “공무원 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과 과도한 정부의 개입은 노동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국제노동기구와 국제노총 등 수 차례에 걸친 국제노동단체의 권고를 철저히 무시하면서도 노사관계 선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한국정부의 노동탄압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ITUC-AP 일반이사회는 노동기본권 수호를 위한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면서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법상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 즉각 폐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시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기도 중단, 노사 자율교섭 보장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및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 △단체협약 해지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 부당한 개입 중단 등을 한국정부에게 요구했다.

    아울러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 등 노동현안에 대해 성실한 태도로 교섭에 임할 것과 △최근의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일방적 노동조건 악화 및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할 것 등을 한국 사용자에게 요구했다.

    한편, 전국여성노조, 전국여성연대 등 여성시민사회단체도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양대 노총의 투쟁에 지지를 보냈다.

       
      ▲ 전국여성노조, 전국여성연대 등 여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자료=한국노총)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임자 임금 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현행법은 모순이며 국제노동기구도 자율적 협상을 통한 해결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노사 자율로 결정해야 할 문제며 정부가 법안을 만들어 강압적으로 시행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월권행위”라고 밝혔다.

    김동만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여성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여성 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반드시 정부의 노동악법을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운동 말살하려는 정부 속내"

    반명자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는 노동운동을 말살하려는 MB정부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노총의 연대,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통해 악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태희 장관의 현행법 시행 방침에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대놓고 침해하겠다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노동부 장관은 부령이나 행정지침을 정할 수 있을 뿐, 이는 권고 수준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오는 16일부터 30일까지 총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뒤 다음 달 중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민주노총도 다음 달 총파업에 돌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노동계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창구 단일화는 노조 자율로 하고,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은 노조법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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