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단체, 칼 휘두르며 천막농성장 강제철거
    By 나난
        2009년 11월 12일 03: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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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서산시청 앞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농성장에 90여명의 ‘베트남 참전 유공자 전우회 서산지회’(이하 전우회) 소속 회원들이 찾아와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정부 지원을 받는 관변단체 소속이라는 점에서 지회와 지역 정치․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번 농성장 침탈의 배후세력으로 ‘서산시청’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전우회 회장이 며칠 전 농성장을 찾아 “원하는 게 무엇이냐, 시청에 말해주겠다”고 하기도 했다.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로 대부분의 조합원이 농성장을 비운 7일 오전, 서산시청 앞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천막농성장에 90여명의 관변단체 소속 회원들이 칼로 천막을 찢고 천막 기둥을 부러뜨리는 가하면 이를 말리는 2명의 조합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 관변단체 소속 회원들은 대나무를 조합원 목에 걸어 끌고 다니는 등 폭력을 일삼았다.(자료=서산인터넷뉴스)

    ‘전우회’ 소속 회원들은 대부분 노인들로,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은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한 회원이 농성장 지지 받침대로 사용하던 대나무를 꺾어 조합원의 목에 둘러 조합원을 끌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변보호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저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조합원들은 경찰에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경찰은 “사람이 다치면 그것에 대해 조사하겠다”며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

    침탈 주범, 시청 지원받는 관변단체

    지회는 “농성장 침탈의 주범인 전우회가 서산시의 지원을 받고 있는 관변단체라는 점에 착안에 서산 시청의 동의 없이 이러한 행위를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10일 유상곤 서산시장 면담을 위해 서산시청을 찾았다 또 다시 폭력을 당했다.

    이미 시장실 앞 복도는 30~40명의 공무원들도 가득 매워져 있었으며, 공무원들은 지회에 “정식 절차를 밟고 면담을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회는 이미 지난 1년간 시청 앞 1인 시위와 농성을 진행하며 공문발송을 통해 시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단 한 차례도 성사된 적이 없었다.

    서산시청 비서실장이 조합원들을 향해 욕을 퍼부었고, 사과를 요구하는 조합원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다. 공무원들은 조합원들의 카메라를 빼앗고 촬영을 방해했으며, 어디선가 들려온 “밀어”란 소리에 복도에 불이 꺼지며 30~40명의 공무원이 7명의 조합원을 계단으로 밀어붙였다.

       
      ▲ 자료=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이 사지가 들려 밖으로 내려왔으며 김성영 부지회장이 계단에 머리를 부딪쳐 부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또 이를 취재하던 칼라TV 기자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119구급대에 후송되기도 했다.

    이에 5명의 조합원이 시장 면담과 사과를 요구하며 본관 앞 연좌농성에 들어갔고, 9일 관변단체에 의한 농성장 침탈과 폭력을 수수방관 지켜보던 경찰은 ‘업무방해’라며 이들을 연행했다. 다행히 이들은 11일 모두 석방됐지만, “어떤 업무가 방해됐는지”에 대한 경찰의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선거 앞둔 시점, 부담스러운 장기농성장"

    이에 안병일 진보신당 충남도당 대표는 이번 농성장 강제철거와 관련해 “지방선거가 다가온 현시점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장기농성장을 정치적 부담감으로 받아들여 관변단체를 동원한 것 아니냐”며 서산시청을 비판했다.

    안 대표는 “모닝신화를 이룬 동희오토는 경차판매 1위, 전체 자동차업체 3위의 경이로운 판매고를 이어가며 인정받고 있지만 생산직 노동자 900명 전원을 시급 4,000원의 비정규직으로만 고용하며 해마다 해고자를 양산해 서산지역에 불안한 고용풍토를 조성하는 나쁜 기업”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유상곤 서산시장은 관변단체의 사주 의심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준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향후 관변단체와 시청과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정보공개와 시장 면담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또한 증거사진을 통해 직접적으로 칼을 들고 철거작업에 나선 사람들에 대해서도 고소․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회는 지난 11일부터 서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서산시청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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