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주 전 KBS사장 판결이 알려준 것
        2009년 11월 13일 10: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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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말이 맞았다.

    정 사장은 지난해 방만한 경영을 이유로 감사원이 해임요구에 따라 KBS 이사회가 자신을 해임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기관장들을 무리하게 끌어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정형식)는 12일 정연주 전 KBS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무효처분 소송에서 "해임절차 및 사유에 일부 위법한 부분이 있는 만큼 해임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해 정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 사실을 1면 머리기사로 주요하게 전하고 사설까지 실어 정권의 KBS 장악 논란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정 사장의 해임을 정당화하거나 소극적으로 보도했던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관련 내용을 사회면에 작게 처리했다.

    다음은 13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정연주 전 KBS사장 법원, 해임취소 판결>
    국민일보 <LPG 가격담합 과징금 1조3천억>
    동아일보 <미-캐나다서 태어난 남성 병역 마치면 복수국적 인정>
    서울신문 <언어 외국어 어렵고 수리 쉬워>
    세계일보 <언어 외국어 어려웠다>
    조선일보 <"진주 산청, 안양 군포 의왕은 행정구역 통합 안한다" 행안부, 이틀만에 말 바꿔>
    중앙일보 <군대 다녀오면 복수국적 허용>
    한겨레 <정연주 전 KBS사장 해임 취소 판결>
    한국일보 <"참여정부 실세 3명에 금품 줬다">

    "정권의 KBS 장악 확인한 정연주 해임취소 판결"

    경향신문은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긴 악몽 같았던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에 마침표를 찍는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이 사설 <"정권의 KBS 장악 확인한 정연주 해임취소 판결">에서 밝힌 정 전 사장의 해임과정은 이렇다.

    "돌이켜보면 정 전 사장 해임은 감사원, 검찰,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작전을 방불케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한 보수단체의 청구로 KBS 특별감사에 착수해 당시 정 사장 해임을 정부에 권고했다. 동시에 KBS 이사회는 정 사장 해임에 반대하는 신태섭 이사를 쫓아내고 이사 11명 중 과반인 7명을 친여인사로 채워 해임을 밀어붙였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국세청과의 세금 소송을 조정으로 마무리해 회사에 1892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죄로 기소했다. 불과 석 달 만에 특별감사→이사회 구성 완료→해임→기소까지 군사작전처럼 전개된 공영방송 사장 축출 작업이자 적법을 가장한 권력의 추악한 행위였다."

       
      ▲ 경향신문 11월13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규정했다. "법원이 이러한 정권의 무리수에 대해 줄줄이 사법적 심판"을 내렸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올해 초 신태섭 이사 해임의 부당성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 8월에는 정 전 사장의 배임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번 판결가지 더하면 정 전 사장 해임에서 기소에 이르는 전 과정이 KBS를 장악하려는 정권의 의지에 따라 불법, 부당하게 이뤄진 것임이 확인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경향신문은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리는 데 가담한 가해자들이 책임을 질 차례"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그간 정 전 사장을 죄인으로 낙인찍어 무고하고 정권의 방송장악을 지원한 친여 보수언론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장악, YTN 인사 개입 등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어 온 권력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의 한 꺼풀이 벗겨졌을 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이 정권은 법원 판결의 취지를 되새겨 방송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불법해임한 정연주 전 사장 원직 복귀해야"

    한겨레는 KBS사장 복귀를 강조했다. 한겨레는 사설 <정부는 불법해임한 정연주 전 사장 원직 복귀시켜라>에서 "이로써 정 전 사장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사장 자리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분명해졌다. 이제 정부는 정 전 사장 해임에 대해 사과하고 그를 한국방송 사장으로 복귀시켜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11월13일자 사설

    "법원은 정 전 사장의 해임절차에 문제가 있음은 물론이고,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을 취하한 것을 해임사유로 내세운 것도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해임 절차와 핵심적인 해임 사유 모두 정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판결은 정 전 사장 해임이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각계의 비판이 옳았음을 확실히 뒷받침해준다."

    한겨레는 이어 "이번 판결로 확인됐듯이,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법과 원칙까지 무시하는 무리수를 뒀다. 따라서 정 전 사장을 원직으로 복귀시키는 조처는 방송장악 시도를 반성하고 법과 원칙에 대한 존중을 확인하는 의미를 지닌다"며 "정부는 잘못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기관장 사퇴 무리하게 강요한 정권에 경종 울린 판결"

    한국일보도 "이 대통령으로선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을 정치적 이유로 해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정연주 전 사장 판결이 알려 준 것>에서 정 전 사장을 자질과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적 인사로 평가하고 KBS를 정권의 홍보수단이 되도록 했다고 비판해 다른 신문들과 선을 그었으나 이번 판결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지난 8월 배임혐의에 대한 1심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에 이은 이번 판결로 정 전 사장에 대한 배임이 적어도 법적으로는 부당한 조치였음이 밝혀졌다. 법원도 정 전 사장이 법인세 부과 취소소송을 포기해 KBS에 손실을 입힌 것은 아니지만 만성적자에 허덕이게 하는 등 경영상 과실이 있었던 점은 인정했다. 그렇다 해도, 또 아무리 중립성을 상실한 명백한 정치적 임명이라 하더라도 임기가 남은 사람을 함부로 해임해서는 안 된다는 게 법원 판결의 메시지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고 일부 기관장들의 사퇴를 무리하게 강요한 이명박 정부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 한국일보 11월13일자 사설

    조선 중앙 동아, 단신처리 하거나 KBS 빼거나

    정 전 사장의 판결에 대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보도는 경향이나 한겨레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전하면서 원고 일부 승소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0면 <법원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처분 취소">에서 "재판부는 정씨를 해임하면서 사전에 통지하지 않고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상 위법했다면서 그러나 해임 처분을 무효라고 할 만큼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라고는 볼 수 없고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고 보도했다.

    세 신문 가운데 유일하게 제목에 KBS를 넣지 않은 동아일보도 "재판부는 우선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한에 대해 대통령이 그 권한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또 정 전 사장의 경영상 과실로 KBS가 만성적자 구조가 됐다는 점도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정 전 사장 관련 판결내용을 31면으로 배치하고 분량도 1단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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