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또 도진 '색깔론' 병
        2009년 11월 12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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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가 12일 1면에서 "10일 서해 대청도 인근 해역서 벌어진 남북교전을 ‘대청해전’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날 동아일보 4면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역시 ‘대청해전’과 ‘대청교전’ 가운데 명칭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충돌이 있고 난 이틀 뒤 12일자 조간신문 지면에는 남한 군의 호전성을 강조하거나 북한의 의도를 추측하는 기사들이 넘쳤다. 조선일보 4면에 실린 <우리 해군 고속정 완승 요인은>, 세계일보 1면에 실린 <북, ‘참수리 325호’만 표적 공격> 기사 등이 그 사례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가 거의 유일하게 북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주장하는 보수진영을 반박해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이날 4면에 실린 <교전규칙, 교전 아닌 확전방지가 목적인데…>에서 "정전시 교전규칙은 확전 방지란 원칙을 갖고 있다"며 "정치적, 이념적 이해관계 때문에 북한이 국지 도발했다고 해서 무조건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 밖의 주장"이라는 군 관계자 말을 인용, 보도했다.

    다음은 12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견딜 수 있을까, 이 독한 세상">
    국민일보 <‘서해 충돌’ 수시로 발생 우려>
    동아일보 <교전 북 함정 선체 구멍 NLL 넘자마자 예인돼>
    서울신문 <신도시 원룸촌은 쓰레기촌>
    세계일보 <북, ‘참수리 325호’만 표적 공격>
    조선일보 <전체면적 80%에 산업폐기물>
    중앙일보 <법, 이념 앞에서 길을 잃다>
    한겨레 <‘친서민정책’ 속 쫓겨난 서민 민생입법 ‘안전망‘ 구축해야>
    한국일보 <기업 ‘묻지마 해외매각’ ‘먹튀 경종’ 다시 울렸다>

    아프간 한국기업 습격 당해…한국, 파병 결정 전후로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이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한국 기업이 맡은 도로공사 현장을 세 차례 습격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경향신문 1면 <아프간 한국기업 습격 당했다>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밤 12시쯤(현지시간) 한국의 ㅅ기업이 시행 중인 아프간 북부 파르야브주 고속도로 공사 현장을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 6명이 습격했다. 이들은 현지 경비인 3명을 제압한 뒤 굴삭기 등 중장비를 불태우고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 11월12일 경향신문 1면  
     

    이 무장세력은 5일 후인 지난달 13일 오후 10시쯤 야간작업 중이던 이 기업의 발크주 도로건설 현장에 침입, 서류를 빼앗고 차량 방화 및 총격을 가한 뒤 사라졌다. 무장세력은 지난 5일 오후 11시쯤에도 발크주에 있는 이 기업의 자재보관 창고를 공격, 아프간 경찰과 15분여간 총격전을 벌인 끝에 퇴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ㅅ기업의 아프간 지사에는 한국인 근로자 8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없어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은 2면 연계된 기사에서 "무장세력의 이 같은 공격은 정부의 아프간 파병 결정을 전후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무장세력들이 한국 기업이 공사를 맡고 있는 현장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 명백한 만큼 한국을 겨냥한 공격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 경향은 "더욱이 사건이 발생한 곳도 아프간 내에서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알려진 북부 지역이어서 최근 탈레반의 급격한 세력확장과 함께 아프간에 안전지대는 더 이상 없다는 점을 실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를 행운으로 여길 건가"

    한겨레가 칼럼을 통해 조선·동아일보의 곡학아세(曲學阿世)했던 전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동아 사주가 답하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 김종철 한겨레 정치부문 편집장은 프랑스의 나치 부역언론 처단과정을 한국 현대사와 비교한 뒤 "프랑스였다면 두 신문(조선·동아일보)은 당연히 오늘날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11월12일 한겨레 칼럼  
     

    "…청산되지 못한 과거를 행운으로 여길 건가. 독재 정권에서 신문사 세력을 키운 것도 능력이라고 자랑할 건가. 그래서는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 미래를 지향하겠다면 할아버지대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자신에게 월급 받는 ‘충성스런’ 신문쟁이들이 헛된 논리로 욕된 ‘과거’를 미화하는 곡필부터 막아야 한다. 이들 뒤에 숨어 웃고 있다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앞서 조선·동아일보는 <친일인명사전>에 자사의 사주가 포함된 것과 관련, 사설을 통해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동아·중앙, 또다시 마녀사냥?…마은혁 판사 이념 문제 거론

    중앙일보가 <법, 이념 앞에서 길을 잃다>는 제목의 분석을 1면 머리기사로 세운 뒤 "판사들의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면서 재판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그 대표적 사례로 지난 1월 국회 로텐더홀을 불법 점거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한 재판을 들었다. 민노당 당직자 12명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는 지난 5일 전원 공소 기각했지만, 같은 법원의 정계선 판사는 지난 7월 같은 혐의로 약식 기소된 민노당 당직자 박아무개씨에게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었다.

       
      ▲ 11월12일 동아일보 12면  
     

    중앙의 의도는 1면 머리기사와 연계되는 3면 보도에서 명확해진다. 중앙은 <최후의 갈등 조정자 되레 갈등 더 키우나>에서 "판사들의 이념적·정치적 성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김영삼 정부 첫해인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법시험 합격자도 판사로 임용되기 시작하는 등 1990년대 이후 임용된 판사들의 경우 이전 세대보다 진보성향이 강하다는 분석 등을 내놨다.

    중앙은 이어 3면 하단 기사에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11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후원회에 참석해 후원금을 낸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에 대한 진상 조사를 벌였다"고 전했다. 그나마 중앙은 시스템 문제도 함께 거론했지만 동아일보는 훨씬 노골적이다.

    동아는 12면 <사회주의 혁명조직 핵심멤버였다>에서 "국회 폭력사태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관계자 12명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운영하는 단체의 후원 모임을 겸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물의를 빚은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가 1987년 결성된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인 ‘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연맹(인민노련)’의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당시 경찰발표를 인용, 인민노련이 인천 부천지역 공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사회주의 의식화교육을 시켜왔으며 마 판사는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 조승수 의원 등과 함께 당시 인민노련의 조직원으로 활동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어 마 판사가 1991년 한국노동당 창당에 참여했고 1992년부터는 진보정당추진위원회에서 정책국장으로 활동했으며 1993년 한국외국어대 교지에 실린 ‘민중운동의 개혁과 진보정당 운동의 새로운 모색’이란 글을 통해 “군사파쇼정권에서 (김영삼 정부의) 부르주아 체제로 확립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의 해방이라는 목표를 수행하는 투쟁 조건에 변화가 왔다”, “진보세력의 정치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진보정당이다”고 강조했다고 개인 이력을 낱낱이 보도했다.

    동아, ‘디지털 마녀사냥’ 문제점 지적

    동아의 이런 태도는 ‘사생활 폭로’ 문제를 지적한 같은 날 다른 지면에 실린 보도와도 배치된다. 동아는 이날 3면 전체를 털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신상 털기’ 문제점을 집중 거론했다.

    동아는 3면 <그녀의 모든게 ‘털렸다’, 트루먼 쇼처럼>에서 "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키 작은 남성을 비하해 누리꾼들의 비난을 산 이른바 ‘루저녀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신상정보, 학교생활, 과거사 등 해당 여대생의 사생활과 일거수일투족을 인터넷에 퍼뜨리고 있다. 하루아침에 온라인이 개인의 사생활 폭로 장소가 돼버린 것에 대해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 11월12일 동아일보 3면  
     

    사태의 시작은 9일 오후 11시경. KBS2 ‘미녀들의 수다’ 여대생 특집편에 출연한 H대생 이모 씨가 “키 작은 남자는 싫어요. 요즘 키가 경쟁력인 시대에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키는 180은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자 즉각 온라인에 문제의 동영상과 화면 캡처 사진이 삽시간에 퍼졌고, 비난 글들이 쏟아졌다.

    "’루저의 난’… 공영방송 차별조장이 더 문제"

    이른바 ‘루저의 난’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씨는 "정말 문제인 것은 이런 발언을 그대로 내보낸 공영방송 제작진의 의식구조"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31면에 실린 칼럼에서 강씨는 "논란이 커지자 여대생은 ‘(문제의 발언이) 대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고, 제작진은 이를 부인했다"며 "하지만 이 발언이 누구에 의한 것이었는지 무슨 상관인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키 작은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개인의 의사 표시다. 하지만 그들을 ‘루저’라고 하는 건 차별 행위다. 예전에는 인종이나 장애 여부가 미디어의 무신경한 차별의 희생양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외모에 대한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미녀들의 수다’ 제작진은 이번 논란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말하기’의 한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것과 매스미디어가 차별을 부추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MB "KBS사장 선임 오해·논란 없게"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KBS 사장 선임과 관련,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나 부적절한 논란이 없도록 추후 선임 절차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KBS 이사회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최적임자를 뽑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8면 <"KBS사장 선임 오해·논란 없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관련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KBS 신임 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비전과 철학을 갖추고,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미래 방송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한편 앞서 10일까지 공모된 KBS 사장 지원자로는 이병순 현 사장을 비롯해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강동순 전 KBS 감사, 권혁부 전 KBS이사 등 15명이다. 현재 KBS 안팎에서는 이 사장의 유임과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김인규 회장으로의 교체, 제3의 인물 등용 등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겨레, KBS 사장에 출사표 던진 홍미라씨 인터뷰

    이런 가운데 지난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과 동시에 KBS에서 해고당한 홍미라 전 시청자센터 직원이 KBS 사장 공모에 출사표를 던져 화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 계약직지부장을 맡고 있기도 한 홍씨를 한겨레가 인터뷰해 20면에 실었다. 홍씨는 한겨레와 전화인터뷰에서 사장직에 도전한 이유로 “매달 해고되는 한국방송 계약직 노동자들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한겨레 20면  
     

    그는 자신이 사장이 된다면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동일한 노동과 동일한 가치를 창출한 직원들을 동일하게 대우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시청자가 주인이고 공익과 인간이 핵심 가치가 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한국방송의 정체성 확립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자본과 효율만을 강조하면서 프로그램의 품질은 떨어지고 다양성은 훼손되었으며, 사회적 약자는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됐기 때문이라고 홍씨는 인터뷰에서 밝혔다.

    MBC ‘방송평가’ 지상파 4개 채널 중 최하위

    MBC가 ‘2009년 방송평가’에서 지상파 4개 채널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선일보가 2면 <MBC ‘방송평가’ 지상파 4개 채널 중 꼴찌…균형·투명성 등 최하위> 기사에서 보도했다. 조선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 내용의 평가결과를 11일 의결하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며 방통위의 ‘방송평가’ 결과는 3년마다 실시하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점수에서 총점의 50%를 차지하는 중요 기준이라고 전했다.

    조선 보도에 따르면 2008년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에서 MBC는 900점 만점(프로그램 내용·편성·운영 각 300점)에서 705.02점을 받아 KBS1(759.76점)과 SBS(741.11점), KBS2(732.19점) 등 경쟁방송에 비해 큰 점수차로 4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내용과 관련, MBC는 ‘방송심의 규정 준수(100점)’ 항목에서 81점을 받아 지상파 4개 채널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MBC가 지난해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왜곡·과장 보도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제재를 받는 등 방송심의규정 위반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방송 평가’ 보도는 이날 조선·중앙·동아일보에만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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