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체계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2009년 11월 12일 08: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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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의 고등학생들과 재수생들이 수능시험을 치른다. 예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신종플루에 대한 염려 때문에 시험장 앞 후배들의 격려 구호와 행사가 사라졌다는 것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평등화 교육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보상할 수 있도록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입학사정관 제도를 통해 새로운 사교육비 유발 실험을 하고 있고,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개혁 성향의 ‘외고 폐지’ 요구는 대통령의 한마디로 수면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위상

우리는 수능시험 일을 맞아, 고사장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의 심정으로 현재의 입시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2020년과 2030년대를 살아갈 미래의 주역을 길러내야 하는 오늘의 입시제도가 과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의 대학입학제도는 지난 50년 간 우리나라 초등 및 중등 교육제도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학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라 고등학교의 교육내용과 학원 과외 등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중학교의 선행학습 여부와 초등학교의 예체능 교육까지 좌우되어 왔던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입시제도가 산업구조와 고용체계에 긴밀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좋은 대학을 가려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직장에 쉽게 취직이 되거나 평생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고, 실제로 어느 대학의 무슨 학과를 진학하느냐에 따라 그 학생의 평생이 좌우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해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7%가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이들 중 졸업 후에 취직을 할 수 있는 인원은 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대학을 다니면서도 학교 공부보다는 각종 고시나 공무원 시험, 공기업 시험 등의 취직 준비를 하거나 이에 요구되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더 이상 학문을 하는 곳이 아니라, 취직을 위해 필요한 기본문서 중의 하나를 만들어 주는 곳으로 전락해 버렸다.

폐혜, 고스란히 기업으로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새로 선발한 신입사원들의 능력이 떨어져 취업 후 몇 년 동안 재교육을 시켜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한 비용은 모두 개별 기업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기업들은 신입사원 재교육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아예 경력사원을 채용하거나, 우수 인재를 다른 기업에서 빼내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국가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하고 싶다. 국가가 수행해야 할 교육에 관한 사회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기업이 받게 되어있다. 친 기업 정책을 표방하는 현 정부에서조차 국가의 교육에 대한 역할이 방기되는 바람에, 국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인재 교육에 대한 부담이 개별 기업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그동안 전면적인 복지,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대학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포함한 교육제도의 개선을 요구해왔다.

첫째, 평생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수능시험 시기의 한 번으로 한정하지 말고 3회 정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모든 교육 기회를 단 한 번의 대학입시로 집중하다시피 한 현재의 대학 진학 체계를 전 생애에 걸쳐 필요한 교육을 그 때 그 때 받을 수 있는 분산형 진학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산형 진학체제로 전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 중에서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직장을 다니다가 다시 대학에 갈수 있도록 해주고, 이들에 대해서는 등록금 면제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 국가가 지원해주는 교육복지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이 필요에 의해서 직원들을 재교육해야 할 경우에는 국가에 의뢰하여 대학에 위탁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50대가 넘어 정년퇴임을 앞둔 사람이라 해도 본인이 원하면 4년 동안 재교육을 받아 70대 중반까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잘 짜여진 ‘교육복지 시스템’이 우선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인 교육복지체계를 구현하게 되면, 결국 "좋은 대학은 한정되어 있는데,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많다"라는 근본적인 입시모순을 완화시킬 수 있게 된다.

사실 “자원은 희소한데, 욕망은 무한하다. 고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라는 논리는 이 시대의 숨은 이데올로기이다. 이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사회적인 다양성을 존중하고 좀 더 다원적인 가치를 개발해냄으로써 결국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방해하고 있다.

각 개인이 저마다 자신의 개성과 독특한 자질에 따라 불편 없이 국가를 상대로 자기를 위한 교육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영역을 다양하게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사회적인 다원성이 확대될 때 제한된 구역 안에서 같은 인간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모순이 완화되고 극복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복지체계의 수립은 총체적인 입시-교육제도와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교육복지 해야 잘 산다

물론, 교육복지체계의 수립에는 많은 재원의 투입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북유럽에 정착해 있는 발달된 교육복지체계가 그 나라들이 원래부터 잘 살고 돈 많은 나라라서 구현한 교육시스템이라는 오해를 떨쳐버려야 한다.

북유럽의 선진국들은 잘 살게 된 후에 이러한 교육복지정책을 채택한 것이 아니라,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부터 교육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그 나라들이 5만 불 이상의 국민소득을 올리는 잘 사는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대학의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학문을 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일반대학과 의학, 법학, MBA 등 전문가를 양성하는 전문대학원 그리고, 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대학의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하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친 서민 민생정책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내세웠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교과부와 기재부의 협의과정에서 출발도 하기 전에 그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철학이 다른 정부에서 경제논리를 이길 수 있는 교육정책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일반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제대로 된 ‘등록금 후불제’를 적용해야 한다.

역할 구분에 따른 대학 체계로 전환해야

또, 현재의 산업대학 수준이 아니라 기업체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높은 수준의 업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직업교육중심대학을 설립하고, 이에 대한 전면적인 학자금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의 대학들은 적극적으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전환하도록 추동하고, 이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대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최소한 16개 광역단위별로 1개 이상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여 포스텍이나 KAIST 정도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 대학에 대해서는 과감한 수준의 연구비를 투입하여 매년 ‘와이브로’ 같은 대규모의 부가가치를 가지는 신기술을 한 두 개 씩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면, 이들 대학에 연구비를 투자하는 대기업은 특혜 수준의 세금혜택을 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른바 일류가 아니라면 몇 년이라도 재수를 해야 하는 대학, 그러나 들어가도 등록금 때문에 부모의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대학, 정작 입학 이후에는 학비와 생활비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입사시험 준비와 스펙 갖추기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대학, 졸업을 하더라도 졸업생의 75%는 취직을 할 수 없는 대학, 기업과 사회와 국가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대학, 이런 대학과 입시 제도를 우리는 언제까지 가져가야 할 것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역할, 근본적 논의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오늘의 대입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세계적인 변화가 너무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고, 우리가 당면해야 될 과제들이 너무나 중차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고, 국가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필요한 교육에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고, 달라진 산업구조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시스템은 사회적 교육복지체계의 건설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이것이 오늘, 수능시험 장으로 가는 우리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기성세대의 역할과 책임을 생각하는 자성의 모습일 것이다. 아무쪼록 모든 수험생들의 건강과 건투를 빈다.

2009년 11월 12일
사단법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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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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