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의도 평화체제 부각? 南 주도 못하나?
    2009년 11월 11일 01: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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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오전에 발생한 3차 서해교전을 둘러싼 북한의 의도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우발적 충돌’로 보는 시각은 북한이 최근 대남 유화책을 구사했고 북방한계선(NLL) 월선의 사전 징후가 없었다는 점, 인근에서 중국 어선이 조업 활동을 하고 있어 북한 경비정이 단속에 나서다가 NLL을 월선 했을 가능성, 예전과 달리 경비정이 1척만 내려왔다는 점, 남북 함정의 대치 상황에서 북한 해군의 지원이 없었다는 점, 교전 당시 북한이 대구경포를 사용하지 않고 소구경포만 사용한 점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반면 ‘계획적 도발’에 무게를 두는 시각은 북한 경비정이 여러 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에도 퇴각하지 않은 점, 남측 고속정의 경고 사격 직후 조준 사격에 나선 점 등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계획적 도발’이라면 북한 최고 지도부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최근 북한의 대미·대남 유화 노선에 불만을 품은 군부 일각의 군사적 모험인지에 대한 분석도 엇갈린다.

   
  ▲ 지난 1999년 서해교전. 우리 해군의 참수리 고속정이 북한 경비정의 선체에 부딛쳐 막는 ‘밀어내기 기동’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특히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북한의 의도는 ‘오바마의 방한과 보스워스의 방북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이 NLL 인근 수역을 분쟁지역화함으로써 북미 직접대화가 시작되면 한반도 군사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켜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것이다.

‘자기 충족적 예언’의 위험성

북한의 NLL 월선 및 교전 행위가 계획된 것인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북한의 의도를 따지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 충족적 예언’이다. 즉, 향후 북미회담이나 6자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부상할 때, ‘내 말이 맞지 않냐.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계해야 할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의 계획성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시기적으로 평화체제 논의는 3차 서해교전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협상의 핵심은 북한 핵무기 및 핵물질의 폐기 논의가 될 것인데, 이는 ‘행동 대 행동’ 및 상응조치 차원에서 평화체제 논의와 병행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역시 “북한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대규모의 경제 및 에너지 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포괄적 패키지’를 밝혀왔다.

끝으로 ‘자기 충족적 예언’이 품고 있는 ‘자해적’ 위험성이다. 흔히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것을 북한에게 시혜를 베푸는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방적 시각이다. 평화체제에는 한국과 미국의 대북 불침공 약속뿐만 아니라 북한의 불침공 약속도 포함되기 때문에,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증진시키는 ‘윈-윈 게임’이다.

또한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할 수 있는 유력한 지렛대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부정적·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한국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이 논의를 주도해야 할 까닭이다.

평화체제는 열쇠이자 기회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비핵·개방 3000’에도,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표방하면서 선보인 ‘그랜드 바겐’에도 평화체제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의 결여 때문인지, 평화체제 문제를 ‘잃어버린 10년’의 유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로는 결코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때마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8일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울을 다녀간 이후에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이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된다는 의미이다. 꽉 닫혀 있는 한반도 비핵평화의 문을 여는 열쇠는 한국에게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병행해서 할 의사가 있다’는 제안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결코 북한에게 6자회담 복귀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한미 양국이 북한에게 이행을 요구하는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는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제안은 한미 양국이 9.19 공동성명 이행 의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의 약속 이행을 유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바라는 모든 나라들과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이다. 현실적으로 평화체제 논의 없이 북핵 해결은 불가능하다. 또한 ‘오바마의 미국’은 한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한국의 입장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의 열쇠와 기회가 바로 평화체제에 대한 한국의 태도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랜드 바겐’에 어울리는 ‘그랜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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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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