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노동자대회 참석은 정치 활동?
    By 나난
        2009년 11월 10일 12: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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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가 전국노동자대회 참석 및 민중의례 실행을 이유로 통합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을 중징계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노동계,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 조직된 단위는 물론 누리꾼을 중심으로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18기념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동영상이 뒤늦게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3일 “공무원 품위에 떨어진다”며 민중의례를 금지한 행안부에 "공무원노조를 징계하기 전에 대통령부터 징계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8일 오후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전태일 열사정신 계승 2009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전국통합공무원노조(사진=전국통합공무원노조)

    행안부가 지난 8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09 전국 노동자대회’에 통합공무원노조가 참석한 것을 두고 "정치색이 짙은 행사에 참석했다"며 “원칙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같은 날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통합공무원노조 전국노조간부 결의대회에서 민중의례를 한 것도 징계 사유가 된다며 중징계 방침을 밝혔다.

    10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행안부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정치적 집회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찰의 채증자료를 토대로 이 대회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날 집회에 참가한 현직 공무원과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과 발언을 했는지를 조사해 실정법 위반 행위가 드러날 경우 중징계할 계획이다.

    행안부 "정치 중립 위반, 불법 집단행위"

    행안부 고위관계자는 “특정 정당과 노선이 거의 같은 민주노총이 주최한 노동자대회는 정치색이 짙어 집회에 참가한 공무원은 정치 중립을 위반하고, 불법집단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정 정당과 노선이 거의 같다"는 이유로 노동자대회를 정치적 행사였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역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규탄하는 구호와 발언이 이어졌으며, 특히 한국노총의 경우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문제삼지 않고 있다.

    이상원 통합공무원노조 대변인은 “한국노총 역시 정부의 정책을 규탄했음에도 민주노총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가 지적한 현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및 노동자 경제위기 전가 등의 문제는 공무원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정치적 집회로 호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전국노동자대회는 기본적으로 노동기본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집회로, 공무원노조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참석할 수 있다”며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하는 단체’임을 감안할 때 통합공무원노조가 법 제도 개선과 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공무원노조에 단결권이 부여되는 순간 이미 예정된 활동임에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 "휴일 집회 참석 문제삼을 수 없어"

    또 권 변호사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일요일에 진행된 것과 관련해 “평일 근무시간 중에 진행된 행사로 인해 근무를 하지 않은 것을 징계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근무시간이 아닌 일요일에 열린 집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징계를 할 순 없다”며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또 같은 날 열린 통합공무원노조 전국노조간부 결의대회에서 민중의례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엄중조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한민국 내 누구라도 누려야 할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마저 정부가 나서 제약하고 있는 것.

    행안부는 앞서 지난달 25일, 통합공무원노조 간부토론회에서 ‘민중의례’를 한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기로 해 반발을 사기도 했으며, 지난 23일에는 공무원노조가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를 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하는 공문을 각급 기관에 보낸 바 있다. 

    이에 권 변호사는 “이날 집회는 공공기관의 행사가 아닌 노동조합 행사로, 공무원행사에서 집단적으로 국민의례를 거부했다고 해도 사실상 징계사유가 되지 않을 뿐더러, 노동조합 행사에서 어떤 의식을 하건 그것은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정당․시민사회, 누리꾼들 역시 이번 행안부의 중징계 방침에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공공운수연맹은 10일 성명에서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두고 집회도 참석하지 말라는 것은 홍길동에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중세 봉건사회와 무엇이 다른가?"고 꼬집었다.

    ‘돼지’(대화명)는 “그럼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는 잘한 짓이냐, 그 논리가 그 논리 아니냐, 그런 논리라면 집권여당 및 현정권을 먼저 징계한 후에 징계 운운하라”고 비판했다.

    ‘malean’(대화명)은 “공무원이 정말 정치적 생각을 하거나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이라며 공무원들은 가장 정치적인 행위인 투표도 하면 안 되고, 지지정당이 있어서도 안 된다는 얘기”라고 비판했으며, ‘휘파람’(대화명)은 “침묵하는 것이 과연 중립적인가? 아니면 독재에 부역하는 것인가"라며 정부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대통령도 ‘임을 위한 행진곡’ 불러

    한편, 지난 28주년 5.18기념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동영상이 온라상에 퍼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에서 이 대통령은 “28년 전 오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숨져간 민주 영령들 앞에 온 국민과 함께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임의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며 공무원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며 "대통령부터 징계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이명박 대통령도 따라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며 "공무원노조에 민중의례하지 말라고 하더니, 이명박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며 "이쯤되면 막가자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도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해 심각한 노동기본권 침해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노동탄압을 일삼으며 노사정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기만적인 태도”라며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이 계속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6자 협의’를 깨고 총파업에 나서는 등 총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야4당 역시 정부의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징계 방침과 탄압에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오전 민주당 등 야4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공휴일에 열린 한법적인 집회에 나갔다는 이유로 징계하겠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심지어 법으로 탄압할 근거가 마땅히 없자 ‘품위유지에 어긋난다’며 제멋대로 규정을 해석하며 칼날을 세우기까지 한다"며 "정부가 상생의 노사관계를 바란다면 통합공무원을 비롯한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노동기본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이번 행안부의 징계 방침과 관련해 “민중의례 금지 조치는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부당노동행위가 명백하다”며 민중의례 및 노동자대회 참석으로 인한 조합원 징계가 내려질 경우 법률 투쟁은 물론 국제사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내 연대 투쟁을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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