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노세력, 자화자찬 감수성의 문제
        2009년 11월 09일 09: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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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참여정부 당시 한국경제가 좋다고 했었다. 경제성장률도 양호하고, 수출도 잘 되고, 주가도 팡팡 올라가며, 외환보유액도 막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외환보유액은 김영삼이 거덜 낸 것을 김대중-노무현이 살렸다는 식으로 집중 칭송의 대상이었다. 또, 김대중 정부가 수출로 한국을 외환위기에서 구한 것은 누구도 흠집 낼 수 없는 성역이었다.

    얼마 전에 노무현 정부 지지세력과 자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참여정부 당시 한국 경제는 민생파탄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그러자 바로 나온 얘기가 ‘그건 <조선일보> 논리잖아요. 경제 좀 공부하세요’였다.

    <조선일보>는 한국 경제가 좋다는 노무현 대통령에 맞서서 거시지표의 잔치 속에 가린 서민들의 피눈물을 집요하게 부각시켰었다. 노무현 지지 세력은 여기에 대해 유감이 많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참여정부 당시 한국경제가 얼마나 좋은 상태인지를 설명하는 칼럼들이 많이 등장했었다.

       
      ▲ 민주통합시민행동 창립대회 축사 중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이런 것들까지 있었다. ‘동네 고기집에 갔더니 자리가 없더라, 경제 정말 좋다.’ 또는, ‘밥도 못 먹던 시절에서 이젠 마음만 먹으면 술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호시절이 됐는데 아직도 만족할 줄 모르다니, 너무들 한다’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낯 뜨거운 얘기들이다.

    그들은 2008년에 외환보유액을 거덜 낸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집중 공격했다. 주가가 떨어진 것도 물론 문제가 됐고, 당시 기준으로 차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던 경제성장률도 당연히 문제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위업

    그리고 지금 상황은 어떤가. 소비심리는 최고 수준이고, 수출의 확대로 한국경제는 세계가 놀랄 만큼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내외적으로 한국경제의 놀라운 회복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OECD 사무총장이 한국의 경제회복이 놀랍다며, 한국 정부의 정책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노무현 대통령은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이시며, 모래알로 쌀을 만드시고’식의 찬양가가 경쟁적으로 발표됐을 것이다.

    올 3분기의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2.9%로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분기 성장이 재정, 환율, 유가라는 삼중고 속에서 이루어낸 서프라이즈라고 기염을 토했다. 주가도 예전 버블시기처럼은 아니지만, 세계경제위기에 비추어 나름 선방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올랐다.

    외환보유액은? 한국은 10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2,641억 9,000만 달러로 사상최대치 경신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제통화기금 회원국 중에 한국이 올해 외환보유고 증가액 1위다. 과거 외환위기는 세계경제가 멀쩡한 상태에서 우리만 위기를 겪다가 탈출한 것이지만, 이번엔 전 세계가 동시에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국이 약진한 것이어서 더욱 빛난다. 이런 엄청난 치적에 한나라당 지지세력이 대대적인 잔치를 벌이지 않는 것을 보면, 참여정부 당시 지지자들보다는 어느 정도 판단력이 있는 것 같다.

    묻지마 연합 이전에 신뢰회복이 있어야

    노무현 정부 지지자들은 요즘엔 과거 <조선>의 논리를 내세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지표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중산서민은 괴로울 뿐이며, 경제지표는 공허한 선전수단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젠 민중의 고통에 눈을 뜬 것일까? 이걸 믿을 수가 없다. 바로 이 점이 ‘묻지마 민주대연합’이 위험한 이유다.

    감수성의 문제다. 백성들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있는가. 그리고 백성들이 내지르는 비명을 들을 귀가 있는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이 있는가.

    그런 감수성이 있다면, 그런 열린 귀가 있다면, 그런 판단력이 있다면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행태는 절대로 나타날 수 없었다. 지금 그들은 중산서민을 내세우며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무현 정부는 잘못이 없다, 노무현 정부를 온전히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지금 내세우는 중산서민 민생 논리와 참여정부 당시 <조선>이 내세웠던 민생파탄 논리 사이에 차이가 무엇인가? <조선>은 정권이 바뀌자 민생 정도는 가볍게 잊어버렸다. 민주화 우파도 막상 정권을 잡게 되면 다시 경제성장률과 종합주가와 수출총액과 외환보유액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신뢰가 생기려면 그들 내부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대단히 냉혹한 평가가 나와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거듭 났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백성들이 피눈물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주가 올라간다며 좋아하고 국민들에게 투자하라고 권유했던 대통령. 대형마트로 서민경제가 무너져가고 있는데 한국 유통업이 선진화됐다며 좋아했던 대통령. 교육, 의료 등을 산업화하려고 하며 교육개방이 미진한 것을 안타까워했던 대통령. 자본시장자유화를 추진했던 대통령. 민생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한미FTA에 몰두했던 대통령.

    이런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하는 감수성이라면 신뢰하기 힘들다. 민주대연합은 민생대연합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민생적 감수성과 고통의 근원인 시장주의의 문제를 통찰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민주대연합이 단지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되지 않으려면, 이 문제에 대한 신뢰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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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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