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 세련된 파시즘 장치될 수도"
    By mywank
        2009년 11월 07일 03: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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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저녁 6시 30분부터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언론노조 주최로 미디어법 판결의 문제점을 집어보고 국회 재논의를 모색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었다. ‘만민공동회’라는 행사 명칭에 걸맞게 토론회에는 변호사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미디어법 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 등 1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밤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광우병 쇠고기 정국에서 벌어진 ‘밤샘 토론회’를 연상케 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으며 시민들은 토론자들이 현 정부를 향해 일격을 가할 때마다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프레스센터 앞을 경찰버스로 봉쇄하는 등 행사를 방해했다.

    우선 1부 토론에서는 법, 언론, 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해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재논의 돼야 하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제기했으며, 국회의장 등이 끝내 이를 무시할 경우 새로운 법적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관심을 모았다. 

       
      ▲6일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만민공동회’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김정진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미디어법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됐고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국회가 법적 하자를 해소하라는 것”이라며 “국회가 자율적으로 시정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헌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위헌적’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제성 변호사는 “헌재는 국회의장에게 미디어법 위법에 대한 시정의무를 부과했다. 만약 의장이 시정조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부작위(不作爲)’로 인한 새로운 권한침해가 발생 된다”며 “결국 또 다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법적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미디어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은 ‘저항권’의 행사다. 지금 저항권을 행사할 때가 되었다”며 “일례로 민변은 헌법재판소 등 최근 사법부 판결과 그 문제점을 담은 백서를 내야 한다. 언론노조는 헌재의 미디어법 판결에 대한 보도투쟁을 각 매체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시장에 맡기면 안 되는 공공재”

    이 밖에도 토론자들은 향후 미디어법이 가져올 파국을 경고하기도 했다. 1부 사회자로 나선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을 경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언론은 시장에 맡기면 안 되는 공공재이자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다. 언론을 시장에 맡기자는 것은 민주주의를 없애자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지금 ‘불도저 정부’에 맞서 많은 분들이 투쟁하고 있지만, 언론은 별다른 관심이 없고 그 위험성을 제대로 지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2009년의 대한민국도 위험한 사회인데, 미디어법으로 인해 언론의 구조가 바뀐다면 훨씬 더 위험한 지경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그맨 노정렬 씨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론에서, 시민들을 대표해 나온 이들이 미디어법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씨는 “미디어법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는 국민들의 분노와 반감을 키우고 있다”며 “법안의 문제를 헌재도 인정했기에, 국민들은 원천무효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패인 대표는 “미디어법을 막기 위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미디어법 때문에 여의도 강바람이 추운지 처음 알게 되었다”며 “하지만 헌재는 저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비겁한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천천히 승리하고 있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그동안 헌재가 판결을 내릴 때마다 헌법의 근간이 흔들린다. 특히 이번 미디어법 판결은 헌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판결이라고 본다”고 비판한 뒤 “저희들은 지지 않았다. 단지 천천히 승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설가 현기영 씨는 “20년 전 독재시절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 가슴이 떨린다”며 “현 정부는 미디어법을 계기로 세련된 파시즘의 장치를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먹고살기에 바쁜지 미디어법 문제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싸움이 신이 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는 밤 11시경까지 미디어법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진행되었다. 한 시민은 “지금과 같은 토론회도 중요하지만, 미디어법 문제 해결을 위해 이명박 정부에 맞서 큰 규모의 싸움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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