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간담회 '파행', 진보신당 '퇴장'
        2009년 11월 06일 03: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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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각 진보정당 및 진보단체 대표, 원로를 초청해 ‘진보정당세력 대단결․대통합과 2010년 승리를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진보신당이 회의 막판에 퇴장하는 등 파행으로 마무리돼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위한 간담회가 분열을 심화시키는 자리가 되고 만 셈이다.

    6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간담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12시가 넘어선 이후 홍영옥 보건의료노조 정치위원장이 진보 양당에 대해 “분당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만 말하고 실질적으로 통합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며 “통합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양당 지도부가 직을 걸고 논의구조를 만들어 내라”며 다소 격앙된 어투로 비판하면서 분위기가 굳어졌다.

    정종권 부대표, 임성규 위원장 발언에 "사실 왜곡"

    홍 위원장의 발언 직후 노회찬 대표가 일정상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 진보신당을 대표해 자리를 지키던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가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 부대표는 “지난 4월 선거 때 양당의 교차지지 선언을 가로막은 것은 민주노총”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노력하는데 진보정당이 노력을 안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교차지지’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단독 출마한 인천 부평을과 진보신당 후보가 단독출마한 전주 덕진에 대해 양 당이 교차로 지지선언하자는 일부 논의를 말한다. 당시 양 당의 일각에서 이런 의견이 나왔으나,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배타적 지지방침’을 근거로 진보신당 염경석 후보의 사업장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 등 냉각된 분위기로 인해 성사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정 부대표의 발언에 대해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울산에서 단일화 성과로 탄생한 조승수 국회의원이 국회 첫 연설에서 사실상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을 비판했다”고 지적했고 이에 정종권 부대표가 “진보정치의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는 발언이었는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정 부대표가 나간 이후 간담회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몇 사람의 짧은 발언으로 5분 내 서둘러 마무리 되었다.

    임성규 위원장이 문제삼은 발언은 조승수 의원이 지난 7월 15일 국회에서 한 당선소감 연설로 당시 조 의원은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들을 거론하며 "진보정당 역시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반대만 일삼는 낡은 운동권, 민주노총과 북한 문제 같은 특정 주제에 대하여 어떤 토론도 비판도 금기시하는 집단 등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간담회 모습(사진=정상근 기자)

    사실상 이날 간담회는 이미 폭탄을 안고 시작한 격이다. 민주노총이 올 3월 부터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통추위)를 조직했지만 ‘배타적 지지방침’과 맞물려 진보신당-사회당-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사노준)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고 결국 통추위라는 명칭 대신 ‘진보4당 TFT’를 구성해 간신히 논의의 틀을 마련한 바 있다.

    "필요하면 진보 양당 해산도 불사해야"

    그러나 민주노총이 지난 9월 11일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신당-사회당-사노준의 반대성명 발표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 세력의 단결과 통합 촉구를 위한 선언문’을 채택함으로서 양 측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져 사노준은 지난달 29일, TFT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전달하는 등 진보진영 내 불만과 불신이 가중되어 왔다.

    이날도 임성규 위원장은 ‘현장정서’를 강조하며 강도 높게 양 당의 통합을 주문했으나 각 정당들은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초청 대상이었던 사노준은 아예 참석 자체를 거부했다. 사노준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치세력화 위기를 양당 분열로 한정지어놓고,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 참석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임성규 위원장은 이날 “단결과 통합의 주체는 민주노총이 아닌 진보정당들이지만, 진보정당들은 단결과 통합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어떤 내부 논의도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민주노총이 그런 역할을 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통합논의를)출발했는데, 이를 불순하거나 폭력적이라 보는 것에 대해 속이 많이 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 역시 자기 반성을 해야 하고, 정당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수 있는 자격은 없지만 올 하반기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와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우리로서는 급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노동자 계급을 기반으로 가진 새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양 당이 2012년, 새 진보정치 세력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지자체 선거가 중요하기에 ‘공동선대본’까지 구성하고, 나아가 공동선대본을 선거용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당을 해산해야 한다면 해산하라”고 주문했다.

    "사랑없는 결혼은 안돼"

    그러나 이에 대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현재 시기를 진보정당 건설기라고 본다”며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으로, 과거에 대해 충분히 반추하고 어떤 점에서 부족했는지 제대로 봐 보완하는 방법으로 나간다면 지금은 고통스러우나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혼을 앞당기면 좋으나 신뢰와 사랑 없는 결혼이라면 무슨 필요가 있나”며 “다시는 실패하지 않는, 마지막 결혼이라 생각하고 당면 과제를 함께 해 나가며 상호 신뢰가 높아지는 속에서 물질적 성과를 쌓아나가며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임성규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사회당 최광은 대표 역시 “‘과거 민주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양당이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물으며 “철저한 반성과 평가, 내외부적 공론화가 없이 하나가 되자는 것은 발전적인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현장의 절절한 목소리로 이해한다”며 “분열 과정에 민주노동당이 더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그 선에서 임 위원장 말에 대해 진정성 있게 깊이 받아들인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은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치 대연합, 대통합에 대해 확인한 바 있다”며 “구체적으로 (통합을 위해)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얘기가 안 나오기 때문에 오늘 나오는 얘기를 더 듣고 당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부분이 있다면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에는 동의, 방식은 서로 달라

    또한 이날 참석한 한국진보연대 소속 원로 및 시민사회 단체장들도 진보정치세력의 통합에는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으나 민주노총이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각 당을 통합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기보다 당과 별개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임 위원장은 이미 정리가 된 것을 말하는 느낌인데, 보다 다른 틀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진보신당 정종권 부대표는 간담회가 파행으로 끝난 후 “임성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최동준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임 위원장의 발언이 다소 과도한 면은 있으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인데 정 부대표도 참지 못한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오늘 간담회에서 진보정치세력을 재구성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서로 이해하고, 특히 민주노총의 사정과 이 같은 발언을 한 문제의식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과 통추위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과 우위영, 이수호 최고위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정종권 부대표, 사회당 최광은 대표,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상임대표와 박석운 대표, 오종렬 전 의장, 조준호-이갑용 민주노총 전 위원장, 청년단체연합 윤희숙 공동준비위원장, 전농 박민웅 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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