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거부운동하면 안돼요?"
    By mywank
        2009년 11월 06일 02: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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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만원 세대』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 등 10대와 20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책을 펴내, 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우석훈 박사는 최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부터 전자우편 한 통을 받았다. 거기에는 무시무시한 제안이 하나 들어있었다. 먼저 문제의 메일을 살펴보자.

    "어제 밤에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를 읽은 고2 학생입니다.
    대학입시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책에 용기를 얻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10대의 운동에 대해 미숙하지만 구상해본 것이 있습니다.
    20대 만만치 않게 힘없는 10대입니다.
    여지껏 10대의 입시지옥에 대해서 학생의 목소리를 수용한
    근본적인 논의는 해본 적이 없는 걸로 봅니다.

    아직 초보적인 구상단계이지만,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덧붙여 제가 생각하는 형태는 일단 과격하지만 ‘수능 거부운동’ 입니다."

       
      ▲ 우석훈 박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고2 학생의 메일 내용

    우석훈 박사는 이 고등학생으로 받은 메일 내용을 지난 3일 자신의 블로그 ‘임시연습장(☞바로가기)’에 공개했다. 우 박사는 이 내용을 소개하면서 “요렇게 생긴 편지를 한 통 받았다. 답변은 어떻게 해줘야 할까”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해당 게시 글에는 댓글 논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6일 현재 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여기에는 자신을 학부모, 대학생, 재수생, 고등학생 등으로 소개한 다양한 네티즌들의 의견과 올라왔다. 급기야는 메일을 보낸 고2 학생도 논쟁 대열에 합류했다. 

    용기에 박수는 보냈지만…

    다수의 네티즌들은 그의 ‘용기 있는’ 제안에 대해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수능 거부’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명확히 엇갈렸다. 우선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를 읽은 뒤, ‘혁명’을 꿈꾸게 된 한 고등학생의 모습을 지켜본 일부 네티즌들은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젊은 노인(닉네임)’은 “수능 거부가 혹시 반향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개인이 감당해야 할 피해가 너무 막심하다”며 “또 단순히 개인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교육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엄마(닉네임)’는 “‘68혁명’ 때와 같이 (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낼지 의문이다. 요즘 드는 생각은 부정적”이라며 “소위 ‘좌파’라는 부모들조차 일류대에 목숨을 거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아이들도 부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좌파 학부모’들도 일류대에 목숨 거는 현실

    하지만 ‘수능 거부’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석훈 박사가 저서인『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에서 제안했던 ‘진(陣)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들도 제기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쇳소리(닉네임)’은 “수능 거부를 혼자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최소한 (수능을 보는) 수험생 중 700명 정도라도 수능 대신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침묵시위’라도 해야지 파장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 조직화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서울교육청 앞에 모인 학생들. 수능을 거부한 학생들이 교육과학기술부 앞에 모일 날도 다가올까. (사진=손기영 기자)

    ‘로시단테(넥니임)’은 “(혼자가 아니라) 학생들이 단합해서 ‘수능거부’에 나선다면, 분명히 (교육 당국은) 쫄 것이고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 동참하느냐가 문제겠지만, 수험생 1만 명 정도가 참여한 집회라면 꽤 성공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 박사에게 메일을 보낸 고등학생은 댓글을 통해 “수능이라는 대학입시 제도 아래 우리들은 완전경쟁에 내몰리게 된다“며 “‘수능거부운동’이기 때문에, 고등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범위를 수험생 전체로 확대되면 좋겠다. 재수생 분들도 참여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되겠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수능을 거부한 학생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 수능거부 얘기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이 같은 논쟁이 당장의 수능 거부 운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당사자에 의해 이처럼 ‘운동’ 차원으로 전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는 사실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우 박사는 『88만원 세대』(2007년 발간)를 펴낸 후 가진 독자들과의 대화에서 현재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은,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수험생들의 ‘수능거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으며, "수년 내 학생들로부터 수능 거부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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