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정산업 뒤 감춰진 죽음
    By 나난
        2009년 11월 08일 02: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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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5일부터 매일 오후 5시만 되면 서울 삼성본관 앞에서는 촛불이 켜진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과 암에 걸린 노동자 24명의 산재인정과 진상규명을 위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의 촛불시위로, 이 중 이미 6명의 노동자는 삶을 마감했다.

    ‘깨끗한 첨단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반도체 산업은 수출 100억 불을 돌파하며 한국 경제의 효자산업으로 칭송돼 왔다. 하지만 그 ‘신화’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대가’를 치르고, 또 치러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는 침묵하고 있다.

       
      ▲ 표지.

    메이데이가 출간한 『세계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테드 스미스 외. 25,000원)는 전 세계 반도체 공장에서 벌어졌던 노동보건과 환경보건을 위해 투쟁했던 사례를 모은 책이다. 이 책은 반도체산업의 신화와 ‘깨끗한 첨단 산업’이란 홍보문구 뒤에 숨겨져 있었던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 전자산업은 노동자와 주변 지역사회 및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전자산업의 발전에서 인종, 민족, 계급, 성별 및 지리적 불평등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 어떻게 해야 세계 전자산업의 생산, 사용, 처리 과정을 보다 지속가능한 체계로 바꿀 수 있는가?
    – 첨단기술의 발전은 폭넓고 공정한 성장을 지속해 갈 수 있는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인가?

    『세계 전자산업…』은 “반도체 산업이 돈을 벌어다 주는 첨단기술 산업이지만, 모든 국민이 환경 문제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고, 반도체가 청정산업(먼지 없는 클린산업)이라지만, 그것은 반도체에만 클린할 뿐, 노동자의 건강과 지역의 환경, 그리고 반도체 폐기물 등에서는 더러운 산업”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전자제품의 기술향상은 환경과 건강 및 안전성, 그리고 사회정의에 대한 기여에서도 동등하고 균형 잡힌 진보를 이뤄야 한다”며 “짓밟힌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환경의 현실을 직시하자고, 불편하지만 외면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피해자로서의 고통을 딛고 저항의 주체로 나선 사람들의 용기와 노력을 담은『세계 전자산업의…』는 “희망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며 “엄청난 부와 권력으로 제압하는 반도체·전자산업 자본에 맞서기 위해 노동운동과 지역운동과 환경운동이, 서로 다른 공장과 마을과 국가의 저항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 * *

    저자 – 테드 스미스(Ted Smith)외 33인

    테드 스키스는 ‘실리콘 밸리 독성물질 방지연합SVTC’과 ‘전자제품 되가져오기 운동연합Electronics TakeBack Coalition’, 그리고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ICRT’의 설립자이며, 이 책의 공동 저자이자 공동 편집인이기도 하다.

    역자 – 공유정옥 외 14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소장은 74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94년 고려대 의대에 입학 후 동아리인 ‘상계진료소’ 활동을 하면서 도시빈민, 노동자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크고 작은 사업장들에 대한 노동안전사업 지원, 비정규직의 건강권에 대한 대응사업 등을 다양하게 벌여왔다. 그러던 가운데 2007년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발생사건을 접하게 되며 함께 ‘반도체’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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