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계양산, 4년째 ‘골프장 전쟁’ 중
    By mywank
        2009년 11월 05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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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계양산에는 4년째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강행하려는 (주)롯데건설과 인천시, 이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인천시민들이 그 전장의 주인공들이다.

    시민들은 그동안 골프장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며 계양산 하느재 고개 단식농성, 나무 위 시위, 안상수 인천시장 그림자시위, 롯데백화점 본점 내 피켓시위, 촛불문화제 서명운동 등 안 해본 투쟁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인천시의 전방위적인 지원과 협조 속에 롯데건설 측은 ‘골프장 야욕’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이다.

    총성 없는 계양산의 전투

    사태가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민들은 특단의 대책을 꺼내들었다. 50여 개 인천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 회원들은 지난 4일 릴레이단식 농성장을 계양산 정상(주말은 계속)에서 인천시청 앞으로 옮기며 시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또 이날 ‘계양산 골프장 입목축적조사서’ 허위조작 및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민주당 홍영표 송영길 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공동단장으로 참여한 ‘계양산 골프장 입목축적 허위조작 진상조사단’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인천 계양산의 가을 (사진=시민위원회) 
       
      ▲계양산에서 서식하고 있는 도룡뇽 (사진=손기영 기자)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인 롯데건설이 지난해 인천시와 산림청에 제출한 입목축적조사서에는 ‘계양산 산지전용지의 29.63%가 입목축적률 150%를 초과한다’고 표기돼 있지만, 시민위원회 자체조사 결과 산지전용지의 30% 이상이 입목축적률 150%를 초과됐기 때문이다.

    산지관리법에는 ‘전용하고자 하는 산지 면적 중 30% 이상이 입목축적률(일부분의 산림에서 생육하고 있는 모든 나무의 재적비율) 150%를 초과할 경우, 대중 골프장 등 체육시설을 지을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오는 25일에 인천시청 앞에서 골프장 건설 무효화를 위한 문화제도 개최하는 등 투쟁의 열기를 고조시키기로 했다.

    롯데의 입목축적률 허위조작 의혹

    계양산 사태는 지난 2006년 롯데건설이 인천시에 ‘도시시설결정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회사 소유지인 계양산 71만 7,000㎡ 일대에 ‘다남동 대중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골프장 계획안은 지난 9월 인천시도시계획위를 통과했으며 현재 ‘해당지역에 골프장(체육시설)을 짓는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시측이 확인한 ‘도시시설결정고시’까지 내려진 상태다.

       
      ▲계양산 골프장 예정지 모습 (사진=시민위원회) 

    정승원 인천시 개발계획과 주사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이제 일종의 건축허가인 ‘실시계획인가’ 절차만 남은 상태다.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경우 내년 상반기에는 롯데건설 측이 계양산에 골프장을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는 단지 관련 법규에 따라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인천시민들이 계양산 골프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금 골프장 건설을 찬성하는 분들은 조용한데 반해, 이를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만 주로 언론을 통해서 나가기 때문에 지역여론이 안 좋은 것처럼 잘못 비춰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태계 보전-군 사격장 문제 우려

    계양산 골프장 예정지에는 맹꽁이, 도룡뇽, 늦반딧불이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식물 및 인천시 지정 보호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인근에는 군부대 사격장도 있어 관할 부대인 육군 17사단 측은 안전사고 및 훈련 지장의 이유로 그동안 4차례나 ‘부동의’ 입장을 밝히는 등 ‘부적격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민위원회 측은 계양산에 기업의 골프장이 아닌 역사 문화 생태 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인천시에 대해 “계양산 골프장 논란이 벌어진 4년 동안 롯데에 ‘밀어주기 행정’을 펼쳐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양산에서 벌어진 릴레이 단식농성에 참여한 시민들 (사진=시민위원회) 

    계양산 골프장 문제를 둘러싼 인천시의 행보를 살펴보면,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10여년 간 비행 안전상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한 공군 측을 설득해,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을 해결해 준 서울시 정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으로 육군 17사단은 계양산 골프장 문제와 관련, 지금까지 4차례 ‘부동의’ 입장을 밝혀왔지만 자체 부동의 해소방안을 담은 협의요청 공문을 보낸 인천시의 끈질긴 압력에 지난 9월 결국 ‘조건부 동의’로 입장을 바꾼 사례를 들 수 있다. 시민위원회 측은 진상규명을 위해 조만간 육군 17사단을 상대로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등 강력 대응할 예정이다.  

    계양산 사태, 제2롯데월드와 닮은 꼴?

    이에 대해 시민위원회는 지난 4일 성명에서 “계양산은 인천시민이 사랑하는 진산이며 휴식처다. 설사 골프장을 짓더라도 그 과정은 한점 의혹 없이 투명한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며 “인천시는 매 시기 행정절차를 진행할 때마다 의혹투성이다. 롯데건설을 비호했던 시에 분노를 넘어 측은함까지 느낀다”고 규탄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골프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시민위원회 회원들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향후 계획에 대해 노현기 시민위원회 사무처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롯데 측의 계양산 골프장 입목축적조사서 의혹을 규명하는데 투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조사서의 있는 내용의 사실관계만 확인된다면 산지관리법에 따라 골프장 허가 취소 및 공사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희들의 투쟁에 야당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결합한 것은 계양산 골프장 문제에 대한 인천시민들의 여론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향후 시민위원회의 투쟁의 동력과 인천시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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