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플루도 방역체계도 '심각단계'
        2009년 11월 05일 07: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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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전염병 재난단계가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었다. 이와 더불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족되어 본격 대응에 들어갔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른바 ‘신종플루’는 언론에서 요란하게 다루는 것처럼 그렇게 치명적인 것 같지는 않다. 기존의 계절성 독감에 비해 독성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민간의료 중심 체계의 한계

    그러나 이 질병의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전국가적 대책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재난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는 것은 타당한 조치일 수 있다. 하지만, ‘심각단계’로 발표해 놓고서 그 후속 대책이라는 것이 국민들에게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 외에는 기존의 대책과 별반 차별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심각단계 발표 이전까지 정부의 신종플루 대응을 살펴보면, 예방적 수준에서는 손 씻기의 일상화, 기침 에티켓의 실천 등 개인위생의 철저한 관리, 그리고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었고, 치료적 수준에서는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의 확보와 보급, 치료거점병원의 지정과 운영 등이었다.

    사실, 현행 의료체계 하에서는 더 이상의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기도 버거운 상태다. 민간의료기관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민간의료기관에 대해 강제조치를 취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결국, 현재 수준의 방역체계에서 할 수 있는 건 백신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인 11월 말까지 발생자 증가는 어쩔 수 없더라도 언론의 관심이 되는 사망자수가 늘어나지 않는 요행을 바라고, 그 동안에 국민들 개개인이 좀 더 조심해 달라고 하소연을 하는 도리밖에는 없다.

    이미 대유행의 시점에 접어든 상황에서 행정력을 동원하더라도 대유행의 증가 추세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2009년 말까지 전체인구의 63%가 신종플루에 감염될 것이며, 백신접종을 하더라도 전체 감염자의 약 6% 정도의 감소효과만 있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주목되는 군 인력 동원 여부

    아마 ‘심각’ 단계 격상 후의 가장 큰 변화는 군 인력의 동원 여부일 것이다. 환자 발생이 미미할 때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하는 방역체계만으로도 충분했으나, 환자 발생이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면 더 이상 보건소의 제한된 인력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방역 현장에서는 11월 중순으로 계획하고 있는 학생 백신접종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건소에서 관할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백신접종팀을 구성해야 하는데, 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도시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부족한 의료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인건비를 올려주기도 하고, 관내 의사회와 병원 측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그래서 심각단계로 격상한 후 군 의료 인력의 즉각적인 지원을 통해 대처하는 방안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과거 사스(SARS)와 조류독감 사태를 겪으면서도 제대로 된 국가방역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 이들 전염병이 다행히 우리나라를 비껴갔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방역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 ‘한국의 김치가 예방효과를 보였다’는 등의 근거 없는 낭설이 난무하였을 따름이었다.

    결국, 이런 비과학적 낭설은 보건당국의 자만을 합리화시켜 주는 근거로 활용되었고, 그래서 평상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비축 물품까지도 소홀히 하는 우를 저질렀다. 하지만, 방역체계에 대한 이 같은 자만심은 이번 신종플루 사태를 거치면서 산산이 무너져 버렸다.

    공공의료 강화로 문제 해결을

    현재 우리나라에서 평상시 전염병 환자 격리병상으로 운영하는 곳은 목포결핵병원, 전북대병원, 서울의료원, 인천의료원, 국립의료원 등 불과 5곳에 불과하다. 빈약한 공공의료 인프라로 인해 치료거점병원은 대부분 민간병원에 의존해야만 한다. 이들 민간병원들 역시 자발적이라기보다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최고 국립대학교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은 치료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하였다가 여론을 뭇매를 맞고 번복을 하는 웃지 못 할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의료체계에서 국민들이 가장 먼저 접촉하는 동네의원에서는 신종플루에 대응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치료거점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기에 바빴다.

    치료거점병원의 수용능력 한계로 동네의원들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 주길 기대하였으나,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의원들이 제대로 기능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신종플루와 같은 대유행 전염병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제대로 기능하였던 곳이 보건소인데, 그 마저도 이미 한계 상황에 다다른 지 오래다.

    결국, 장기적 차원에서 전염병 방역대책을 확립하려면 공공의료 강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GDP의 30%를 재정과 각종 기금으로 충당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적어도 공공병원이 전체병원의 30% 정도만 되어도 공공의료 중심의 국가방역체계는 훨씬 잘 작동하게 될 것이다.

    지구 온난화, 세계화의 가속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와 같은 대유행 전염병이 계속 창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플루 이전까지는 용케 대유행 전염병이 한국을 비켜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로 인해 국가방역체계의 근본적 문제를 점검할 기회를 잃었다.

    방역체계 허술, 공공의료 취약 드러내

    하지만, 이번 신종플루 사건을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의 방역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공공의료의 취약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얼마나 큰 지를 충분히 경험하였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의료민영화의 환상에 사로잡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기본 인프라인 공공의료체계를 확대․강화할 기회를 놓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소도 잃고 외양간도 무너지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전염병은 신종플루와는 달리 치료약제가 없을 수도, 백신에 효과가 없거나, 백신 개발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확고한 국가방역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신종플루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폐기하고, 공공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만약 정부여당이 신자유주의 이념에 사로잡혀 국가가 수행해야 할 의료공공성 기능마저 부정하려 한다면, 이는 신종플루 보다 더 무서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009년 11월 5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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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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