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위대한 승리? 참패, 낙제"
    2009년 11월 04일 03: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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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위대한 승리.’ 10.28 재보궐선거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공식 평가 문구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공식 평가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당내 주요 인사들의 입장이 잇달아 나와 선거평가를 놓고 민노당 내부의 논란이 이어질지 눈길을 끌고 있다. 

민노당은 이번에 경남 양산, 충북 4군, 수원 장안에 자당 후보를 출마시키고 안산 상록을에 야3당 공동후보로 임종인 후보를 출마시켰으나 수원 안동섭 후보가 7.17%를 받았고, 박승흡 양산 후보와 박기수 충북4군 후보가 각각 3.5%, 3.1% 득표에 그치며 부진했다.

한나라당 패배 부각시킨 평가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를 ‘이명박 정부-한나라당 심판’으로 규정하고 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항해 양산을 전략지역구로 삼아 박승흡 후보를 전략공천 한 바 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당시 양산시 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심경숙 후보가 득표한 10.41%의 절반도 따라잡지 못했다.

   
  ▲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를 지원 유세하고 있는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 (사진=박승흡 블로그)

여기에 안산 상록을에서는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가 추진되었고 지난 22일에는 강기갑 대표가 “안산에서 임종인 후보로 단일화를 이룰 경우 당의 다른 후보들이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다”며 민주당과 ‘정치적 거래’를 제안해 당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선거 직후 공식논평을 통해 “독재정권의 일방독주를 막을 수 있는 힘은 오직 우리 국민들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우리 국민들의 작지만 위대한 승리에 함께 기뻐한다”며 “이번 선거 결과가 주는 교훈은 오만과 독선의 정치는 오래가지 못하며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MB심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야권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문제는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야권 전체의 심각한 과제로 남아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아쉽게도 낮은 득표에 그쳤지만, 그 한 표 한 표는 고착화된 거대 양당구도 속에서도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는 진보적 가치와 야권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의 정치에 과감하게 던진 표이기에 소중한 자산”이라고 평했다.

당으로서는 실질적으로 패배한 선거였음에도 재보궐선거 전체 판세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킨 평가인 셈이다. 그러나 민노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새세상연구소>가 발행한 11월 웹진에서 김창희 남양주시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10.28 재보궐선거는 참패”라며 “당은 상투적 문구만 나열하며 반성과 대책의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다”며 이 같은 평가를 강하게 비판했다.

상투적 문구 나열, 대책 번지수 잘못 찾아

특히 몇몇 인사들은 민주노동당의 선거전략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내걸은 ‘이명박-한나라당 정권 심판’이 사실상 민주당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양당구도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존재감을 스스로 부각시키지 못한데다 강기갑 대표의 마지막 ‘협상카드’는 당의 향후 진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정성희 소통과혁신 연구소장은 “민주노동당의 완주는 ‘진보정치’라는 측면에서 당연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완주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총선에 임하면서 내건 ‘이명박 독재 심판’이란 구호는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세상연구소> 웹진에서 김창희 위원장도 “재보궐선거가 시작되자 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구호 한 장을 공천장으로 갈음하여 투입했고 그 결과 ‘한나라당을 혼내주려면 사표가 되는 진보진영보다 민주당으로 표를 결집시켜야 된다’는 논리 앞에 민주노동당은 아주 왜소하고 한미한 존재로 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촛불 이후 계속되는 ‘제 논에 물대기’ 오류를 상습적으로 범한 것”이라며 “반MB의 차별화 전략의 수립 없는 연대전술은 ‘구걸전술’”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연대전술은 마지막에 쓰는 카드가 아님에도 타이밍을 놓치고 자체 지지율로도 승리가 예상되는 민주당에게 1:3단일화를 요구함은 힘도 없는 것이 ‘한 푼 줍쇼’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언제부터 민주당과 연합전술이 아무 시비 거리 없이 공론화되었는가”라며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한나라당과 별 차별 없는 보수정권의 연장 10년이란 역사적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지 않는 상태에서 진보진영의 그 어떠한 전략과 전술도 허무맹랑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설사 전술적으로 단일화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받지도 않을 1:3단일화론은 국민들이 볼 때는 ‘교보재용 후보’라는 인식만 우리 후보에게 심어주었다”며 “이는 막판 선거판에 민주당으로 표를 결집시켜주었고, 민주당 2중대 2소대 2분대가 되어버린 우리 후보의 표를 박살내는 아주 치명적 우를 범하였다”고 비판하며 지도부의 답변을 촉구했다.

"민주당 2중대 2소대 2분대"

같은 웹진에서 노세극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이번 선거를 “낙제점수를 면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았다”고 총평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민주 양강 구도에 휩쓸려 존재감조차 미미해 지게 된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 아래서 치러지는 선거는 내내 정권 심판 논리로 갈 텐데 과연 우리가 설 자리는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강 구도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조직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데도 조직을 쌓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앞으로 모든 선거는 조직적 성과가 남는 선거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우리 안에 있다”며 “언제 부턴가 당 조직이 잘 가동되지 않고 조직이 활성화되지 않은데서 문제의 근본 뿌리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당내 리더십의 문제점이 있었다”며 “지도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사람을 정파 간 담합으로 대표로 앉히는데서 당이 어려워 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차기 대선 주자도 없고 정치적 행보를 할 수 있는 존재도 없어 새로운 리더십이 요청되고 있다”며 “향후 10년 안에 반드시 집권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면 기본에 충실하고 다시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서 새 출발하는 것이 당이 진정으로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리더십 문제 있다"…"지도부 책임져야"

다만 노 연구위원은 ‘선거연합 전술’에 대해서는 “당이 제안 한 내용(강기갑 대표의 제안)은 좋았으나 시점이 문제”라며 “연대 연합 전술은 항시 필요한 것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보수 독점적 형태를 들어 이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좌편향”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연대 연합전술은 중앙당에서 방향만 정하고 세부적인 것은 지역 실정에 맞게 풀어 가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양산 선거에서 전략후보가 공천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김창희 위원장은 “언제부터 민주노동당은 자랑스러운 당의 상향식 공천제도가 전략 공천이란 이름으로 무너졌는가”라며 “정당 지지율 20%가 넘어가면 ‘공천심사위원회’가 ‘당선전략’이란 이름으로 설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의 지역 활동을 중심으로 평당원으로부터 평가 받는 상향식 공천제도는 어떠한 경우도 지켜야 할 민주노동당의 마지막 원칙”이라며 “원칙을 망각하고 훼손하는 지도부는 정치적 책임보다 더 과중한 역사적 평가를 고민해야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양산을 전략지역으로 결정했던 시기는 충북4군과 수원장안 등이 아직 재보궐선거가 확정되지 않았던 시점"이라며 "한나라당 심판을 기조로 잡은 만큼 박희태 전 대표가 출마하는 양산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전략지역으로 선정해 놓고도 다른 지역과 선거운동상 차별성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한나라당-민주당보다 민주노동당이 못하는 것이 바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라며 “다른 당은 선거 후 평가가 공론화되고 지도부가 책임지는 반면 민주노동당은 그러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진보신당의 경우 본격적인 선거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진보신당은 지난 31일 전국위원회 회의를 열었으나 대표단에서 재보궐선거 평가가 나오지 않아 전국위원회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성화 진보신당 사무총장은 “선거 후 바로 전국위원회가 열려 시간적 준비가 짧았고, 안산선거는 공동선대본 평가 이후 당 차원의 평가가 필요해 이번 전국위원회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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