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오 공조’의 프랑스식 윤리경영?
        2009년 11월 03일 0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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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구조조정 투쟁을 했던 위니아만도지회에 이어 충남 지역에서는 또다시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는 사업장이 발생했다. 천안 입장에 위치한 ‘발레오공조코리아’ 라는 차량용 에어콘을 생산하는 사업장이다.

    1987년 대한공조(주) 설립 한국일본 초기합작 설립 (한국주주 50%, 일본젝셀사 50%)

    1994년 대한공조(주) 젝셀 100% 지분참여

    2000년 발레오인수계획 발레오 50% 지분참여, 경영은 젝셀이 담당

    2003년 (주) 젝셀발레오 공조 코리아 회사명 변경 젝셀, 발레오 50%씩 지분참여

    2005년 (주) 발레오 공조 코리아 회사명 변경후 발레오 지분 100% 소유회사

    생산직 노동자들은 1990년 대한공조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2001년 금속노조를 설립한 후 현재까지 대한공조에서 젝셀자본이 인수하고 다시 발레오자본으로 넘어가는 동안 투쟁을 통해 단협과 임금을 승계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삭발 중인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이택호 지회장 (사진=금속노조)

    한국 자본이든 일본 자본이든 프랑스 자본이든 라인에서 생산하는 노동자들에게 별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2005년 프랑스 자본이 인수한 후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발레오자본 스스로 ‘윤리경영’을 내세우며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기업경영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자본에 호감 기대

    “프랑스 자본이 100% 인수했다고 했을 때 호감을 갖고 기대한것이 사실이죠. 사업장 여기저기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포스터를 붙여놓기도 하고, 앞선 선진노사문화를 실현하겠다고 말하니까, 뭔가 한국이나 일본의 자본과는 다른 기대치가 있었죠.”

    이택호 지회장은 말한다. “그런데 발레오가 인수한 2005년 바로 복지부분을 일방적으로 축소하고 단협을 이행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임금지급을 지연하기도하고 사내운동장을 매각하기도 했죠. 노사협의나 임단협 교섭을 무시하고 회피하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까 당연히 노사관계는 대립으로 가게 되죠. 선진노사관계라는 것이 지들이 필요할때만 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1987년 설립된 이래 항상 회사는 어렵다고 말했고 한국, 일본, 프랑스 자본으로 공장이 인수되었지만 20년동안 변함없었던 것은 매년 흑자를 기록해 왔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작년10월 외환위기 이후 물량이 줄기 시작했고 올초부터는 물량이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 회사는 금속사용자단체를 탈퇴했고 임금교섭을 회피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인적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는데 60명 희망퇴직 및 20% 임금삭감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10월에는 신라인을 일방적으로 폐쇄했고 새로운 인적구조조정안을 발표했는데 전체직원 185명 중 92명 희망퇴직, 남은인원의 임금 41%를 삭감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조합원 전원 해고 통고

    지난 10월 21일 회사 사무직 직원들은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조합원들 중에도 35명이 퇴직을 했다. 26일에는 공문을 통해 당일부터 공장을 폐쇄한다고 통보해왔고 2차 희망퇴직을 29일까지 받되, 남은 인원은 30일 해고통보를 발송하겠다고 역시 공문을 통해 알려왔다.

    10월 30일 회사는 퀵서비스를 통해 11월 30일자로 남은 조합원 전원을 해고하겠다는 통보를 보내왔다. 또한 아직도 출근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불법점거라며 공장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10월 30일 현재 103명의 조합원이 날마다 출근을 하며 공장을 지키고 있다.

       
      ▲ 집회 중인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조합원들 (사진=금속노조)

    “어떤 노동조합이 이런 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여기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 보통이 15년 이상 일한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20년을 우리가 일해서 회사가 이윤을 냈는데, 이제 1년 어렵다고 다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습니다.

    적자라지만 지금도 매출의 2.4%를 본사 브랜치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 숫자가 100여 명이라고 아무 때나 문닫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가족들까지 수백 명의 생계가 달린 문제입니다. 선진적인 다국적 자본을 말하고 글로벌한 프랑스 자본이 프랑스에서는 윤리경영을 하며 노동권과 인권을 지키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방식의 일방적인 폐업과 해고는 횡포입니다.”

    어려운 시기 지회투쟁을 이끌고 있는 이택호 지회장은 다른 수가 없어 단호하다고 한다.

    다국적기업 철수에 단위노조로는 불강항력

    “다국적기업이 우리나라에 와서 이윤 빼먹고 하루아침에 철수하는 문제는 단위사업장의 힘으로는 돌파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계속 같은 방식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가 나서서 돌파구를 마련할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렵지만 일본원정투쟁을 비롯해서 다양한 투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노동조합이 빼도박도 못하는거죠. 싸우는 것 말고 다른 수가 없습니다. 다 나가라는데 뭘로 타협을 합니까.”

    상하이 중국 자본은 쌍용자동차에서, CVC 미국 자본은 위니아만도에서 알맹이를 빼먹고 노동자들의 뼈를 깍아 아직도 이윤을 남기며 마지막 단물까지 빼돌리고 있다. 이제 발레오 프랑스 자본 역시 알맹이를 다 빼먹었으니 노동자들 뼈를 깍자고 덤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무얼하는가? 20년을 일한 노동자가 어제처럼 오늘도 출근했더니 ‘공장점거’라고 불법이라고 공문이 오는 걸 보니, 더 버티고 투쟁하면 잘난 한국 정부는 쌍용자동차에서처럼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할 것인가? 이 지경이 되도록 구경만 하다가 노동으로 먹고사는 것밖에 모르는 노동자를 ‘불법폭력’ 집단으로 만들어 ‘엄단’하며 준엄한 법치를 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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