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살리고, ‘세종시’ 모른 척
        2009년 11월 02일 1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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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국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세종시’ 문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야권에서 "비겁하다"며 총공세를 펴고, 박근혜 전 대표도 정운찬 총리라는 우회 공격로를 거쳐 이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도 예산안을 논의하게 될 정기국회가 2일 오전 10시, 이 대통령의 ‘201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개막했다. 정운찬 총리의 대독으로 진행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예산안 최대 쟁점인 ‘4대강 사업’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세종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시 따르는 정운찬 총리

    때문에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해 정운찬 총리가 시정연설문을 대독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었으나 김형오 국회의장이 “시정연설 전 의사진행 발언의 사례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단상에 오르는 정 총리를 둘러싸고 항의하기 시작했고, 이를 한나라당 의원들이 막아서면서 정 총리는 연설을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한나라당 의원 쪽에서 "총리는 연설문을 읽으라"는 소리가 나오자 정 총리는 연설문을 읽기 시작했다. 

       
      ▲정운찬 총리의 연설문 대독에 항의하는 자유선진당 의원들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막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문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해 도산 안창호의 ‘강산개조론’을 언급하며 강행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단순히 강을 정비하는 토목사업이 아니라 방치된 강들을 친환경적으로 되살려서 강답게 만들고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며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까지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간다면, 우리는 수자원 강국으로 도약하고 새로운 국부 창출의 기회와 함께 한층 여유롭고 품격 높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찍이 ‘강산(江山) 개조론’을 역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과 사회통합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중앙 주도의 산술적, 획일적 균형이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는 특성화된 국토발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세종시를 의식한 듯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에 도산 안창호 동원

    한편 이 대통령은 국가경제상황에 대해 “우리 경제는 올해 상반기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9위권으로 도약하였고 2/4분기에는 전기대비 2.6% 성장한데 이어 3/4분기에는 2.9% 성장하는 등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경제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잘 대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말 까지 2010년도 업무보고를 끝내고 재정의 조기집행과 공기업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공공부문이 경기보완적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출구 전략은 지난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준비는 철저히 하되, 경제회복 기조가 확실시되는 시점에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010년도 예산안이 “서민과 중산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한편, 우리경제의 회복과 위기 이후의 도약을 뒷받침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며 “각종 특례제도의 비과세, 감면을 축소함으로써 세 부담의 공평성을 높이고 재정건전성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일자리 대책에 대해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희망근로사업과 청년인턴제 등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지원사업을 내년까지 연장할 것”이라며 “올해 시행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은 충실히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제공하는 일자리가 국민들, 청년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일자리는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좋은 일자리는 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규제개혁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자평했다.

    또한 북핵문제에 대해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일괄타결 방식의 ‘그랜드 바겐’을 제의했다”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도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며 ‘그랜드 바겐’의 지속적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 진행해달라"

    이 대통령은 그 밖에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안’을 코펜하겐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12월 초까지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으며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과 부수 법안들”도 통과를 당부했다.

    또한 “행정체제 개편과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시켜 달라”며 “국회 논의가 구체화되면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제창 민주당 대변인은 “서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제시는 외면한 체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기 급급한 일방통행식 연설”이라며 “국민 대다수 반대하는 4대강 사업 홍보에 열중했고 일자리에 대한 대통령-정부의 안일한 인식에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제도 개편 주장은 이미 민주당이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으나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 계산하며 구체적 선거제 개편방안에 대해 외면했다”며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지역편중 완화와 정치효율성 높이기 위한 선거제 개편에 진정성 있다면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프로그램 제시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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