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한겨레만 헌재 성토
        2009년 10월 30일 10: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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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는 29일 지난 7월 국회에서 강행 처리된 신문법과 방송법의 가결 과정이 잘못됐지만 무효로 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누리꾼들은 ‘도둑질은 위법이나 장물은 가져도 된다’거나 ‘대리시험은 위법이나 합격은 인정한다’ 등으로 헌재 결정을 비꼬고 있다. 30일자 대부분의 아침신문이 이를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비중 있게 다룬 가운데, 이를 지적하는 신문은 사실상 경향신문과 한겨레뿐이다.

    종종 ‘청와대 핵심관계자’라는 익명을 자처해 ‘이핵관’으로 불리던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언론사 익명보도 관행을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은 30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세상의 창 63년, 20000번의 기록 >
    국민일보 <헌재, 미디어 3법 유효 결정>
    동아일보 <헌재 "신문-방송법 국회가결 유효">
    서울신문 <헌재 "미디어법 절차 위법…가결은 유효">
    세계일보 <헌재 "미디어법 가결·선포 유효">
    조선일보 <‘10000명 취업’ 약속 지킨 잡월드>
    중앙일보 <‘DDos 테러’ 진원지는 북 체신청>
    한겨레 <헌재 "언론법 절차 위법"…법 효력은 ‘유효’>
    한국일보 <헌재 결정 ‘본론-결론’ 달랐다>

    국민·서울·세계·한국도 "헌재 결정 존중"

       
      ▲ 한국일보 10월30일자 1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외에 당장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할 생각이 없거나 여력이 없는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의 사설도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포함 6건, 중앙일보 역시 6건, 동아일보가 7건의 관련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6건, 한겨레는 가장 많은 11건의 기사를 지면에 담았다. 사실을 전하는 1면 기사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안쪽에 실은 분석기사나 사설은 논조 차이가 크다.

    한겨레는 3면 머리기사 <‘위법’ 짚고도 무효화 안 해…자기모순 빠진 헌재>에서 "헌법재판소는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강행처리에 대해 ‘심의·표결권 침해’라며 칼을 뽑아들었지만, 결국 법안 가결을 무효화하지 않은 채 칼집에 도로 집어넣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권한쟁의심판 판단과, 문제가 된 법률을 무효화할지는 다른 문제라는 이유로 언론관련법 가결·선포의 효력을 무효화하지 않았다"며, "헌재는 신문법, 방송법의 유·무효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이를 판단해 달라는 청구를 기각한 것뿐"이라는 헌재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 경향신문 10월30일자 3면.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법학계와 법조계에서도 ‘정치적 판단’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김승환 전북대 교수(헌법학)는 "국회가 자율적 판단을 하지 못해 헌재로 사건이 넘어왔는데 다시 국회로 보내버렸다"며 "헌재는 법률안 처리의 ‘절차적 정당성’은 부정하면서도 ‘실체적 정당성’은 인정하는 모순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에 이어 4면에서도 <‘조중동 방송’ 시기만 남아…’코드 보도’ 불보듯> 등에서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3면 머리기사 <헌재, 신문·방송법 무효청구 기각 / "처리 과정은 위법, 법안은 유효" 희한한 결정>에서 "이번 결정으로 미디어법은 다음달 1일부터 효력을 갖게 됐지만 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헌재가 대리투표와 재투표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어 사설 <헌재의 ‘미디어법 결정’, 기만 아닌가>에서 "헌재의 어정쩡한 결정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헌재가 미디어법 통과를 정당화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헌재가 앞으로도 집권당의 직권상정과 강행처리를 용인할 것이라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성토했다.

       
      ▲ 한겨레 10월30일자 2면.
       
      ▲ 한겨레 10월30일자 5면.

    한겨레는 사설 <헌재, ‘날치기는 위법이니 국회가 바로 잡으라’>에서 국회와 정부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으나, 바람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한겨레는 "입법부의 일에 대해선 사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헌재의 뜻이 이렇다면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개정안을 내는 등 정상적인 재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정부는 관련 시행령이나 행정조치를 서둘러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신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향후 일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조선일보는 3면 머리기사를 <탄력 받은 방송 개편…종편 내년 상반기 선정될 듯>으로 올리고 헌재 결정 논란보다 앞으로의 일정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가 전망한 향후 일정은 다음과 같다.

    "방통위는 우선 이르면 내달 초순쯤 방송법 시행령부터 통과시킬 전망이다. 시행령은 일간신문사의 방송 사업 진출 때 제출해야 할 자료와 공개 방법, 종편·보도사업자의 승인 유효기간 등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자 선정 요강(RFP·Request For Proposal)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을 위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방통위는 이르면 다음 달 2일, 또는 그 다음 주 열리는 전체회의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조선일보 10월30일자 3면.

    방통위는 또 내주 중으로 종편 및 보도 사업자 선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할 방침이다. TF는 향후 각종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을 담당하게 된다. 방통위는 이미 TF 관련 인선 작업을 끝내고 광화문에 있는 방통위 건물 15층에 사무실까지 마련했지만 이 역시도 헌재 판결을 기다리느라 공식 출범은 미뤄왔었다. 양유석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도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꼼꼼히 챙겨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통위 실무진은 10월 한달 동안 각계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종편과 신규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여론을 수렴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기본정책 방안과 심사기준과 관련한 내부 검토작업도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 방통위는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말이나 12월 초쯤 사업자 선정 요강 초안을 마련해 2∼3주가량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12월 말쯤 이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업자 숫자와 심사 기준, 항목별 배점 등을 담은 RFP가 확정되면 방통위는 본격적으로 사업자 선정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고 2∼3개월쯤 뒤부터 신청 사업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벌이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에는 새로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2∼3곳과 보도전문채널 방송사업자 1∼2곳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와 일부 경제지가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4∼5면 기사 <종편 사업자 선정 잡음 없애려면 공정 심사뿐>에서 향후 일정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는 4면 기사 <"종편채널 사업자 이르면 내년 2월 선정>에서 향후 일정을 전망하는 한편, 같은 면 기사 <"정치적으로 판단할 생각이었다면 심판청구 들어왔을 때 각하했을 것">과 3면 머리기사 <국회 입법권한 존중…절차 문제엔 "더이상 변칙 안 돼" 메시지>에서 헌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각각 사설 <헌법재판소 신문ㆍ방송법 가결 유효 결정>, <소모적 논쟁 접고 미디어산업 육성에 힘 모으자>, <미디어법의 ‘국민 위한 효과’ 극대화해야>에서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이런 가운데 매일경제는 사설 <건강한 종합편성TV 조속히 출범시켜야>에서 "사업권 확보를 위해 뛰는 언론사들도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미 곳곳에서 타 회사를 비방하는 마타도어가 판을 친다"며 "각 플레이어들은 실력으로 당당하게 승부를 겨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 10월30일자 3면.

    다른 언론사의 사설 <미디어 산업의 새 지형 짜는 데 힘 모아야>(국민일보), <미디어법 ‘유효’ 헌재 의견 존중해야>(서울신문), <헌재 미디어법 결정 이후 논란과 과제>(세계일보), <미디어법 헌재 결정이 일깨우는 것>(한국일보) 역시 어찌됐든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별반 다를 게 없다.

    ‘핵심관계자’ 보도에 발끈한 이동관 홍보수석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29일 "앞으로 (언론 보도에) ‘핵심 관계자’란 용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이동관 "핵심 관계자란 말 쓰지말라"> 기사에서 "어떤 신문을 보니까 핵심 관계자(가 한 말이)라고 계속 (보도가) 나오던데 제가 지목을 당해서뿐만 아니라 정도(正道)를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대한 결단을 내리는 거니까 전폭적 협조를 부탁한다"는 이 수석의 말을 전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 또는 핵심 참모의 말을 인용, ‘효성(그룹 수사)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보도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등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가(家)인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의 해외 부동산 취득 의혹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검찰이 이미 내사를 시작했는데 완전히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기사에서 "실제로 이같은 발언을 한 사람은 청와대의 핵심 인사"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10월30일자 6면.

    이 수석은 그동안 자신을 핵심관계자로 해달라며 해왔던 익명 브리핑에 대해서는 "취재 편의상 흐름을 알도록 해주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익명의 뒤에서 숨어서 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 수석의 이날 발언은 언론 보도에 익명의 취재원이 많이 인용되는 만큼 투명성을 높이자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청와대 직원들은 수석이든 일반 행정관이든 모두 대통령의 비서인 만큼, 자신의 실명을 쓰지 않고 언론에 입장을 밝히거나 의사를 전달해온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 여러 신문이 이 소식을 전한 가운데 가장 강도 높게 이를 비판한 곳은 세계일보다. 세계일보는 2면 머리기사 <청, 언론사 익명 보도 관행 비난 ‘논란’>에서 "이 수석의 화풀이성 대응은 비공식적인 청와대발 기사의 속출로 국정운영에 혼선이 빚어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10월30일자 2면.

    "우선 대통령 메시지를 ‘입맛대로’ 골라 소개함으로써 비공개 발언에 대한 ‘뒤탈’의 불씨를 남겨두는 게 문제다. 허술한 입단속도 한 몫 한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청와대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눈치보기’에 치중하는 탓도 크다. 이러는 동안 이해관계가 맞서는 ‘관계자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흘리며 ‘여론 간보기’를 하는 게 오해와 억측을 부추긴 것"이라며 "이 대통령 책임론도 없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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