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말을 모두 믿지는 말라
        2009년 10월 29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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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벌 받았다는 아이, 어떻게 할까?

    영서가 학교에서 체벌을 당했다. "다음부터 잘하겠습니다"를 외치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했다고 했다. 매주 화요일은 점심식사 후에도 한 시간의 수업이 더 있는데 노느라 바빠서 수업에 늦었다고 한다.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에 나간 것도 체벌을 받은 이유 중의 하나였다. 체벌을 받은 아이는 같이 놀다 온 친구들 8명이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내가 알기로는 거의 첫 체벌을 받았다고 하니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에 또 다시 체벌을 받았단다. 이번에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역할극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고 했다. 지난 체벌보다 수위는 조금 더 높았다. 조금은 화가 났고 초등학교 1학년에게 너무 과한 체벌은 아니었는지 싶었다.

       
      

    "지난 번은 그렇다 해도 요번 거는 너무 과한 거 아니야?"아이들을 재워놓고 아내에게 물었다.
    "글쎄. 나도 조금은 그런 생각이 드네.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라도 봐야 하나?"
    "그럼 내가 내일 선생님께 전화해서 한번 조심스럽게 물어 봐야겠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 선생님한테 전화를 하려고 하는, 아내가 먼저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선생님에게 전화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내가 학부형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알아보니 전화해서 알아보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거였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니 선생님께 전화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아내가 시킨대로 집에 와서 영서의 다리를 마사지해주고 이렇게 얘기해줬다.
    "우와 영서!. 다리가 더욱 튼튼해졌겠는걸!"

    초등학교 아이의 체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1. 아이의 말을 모두 믿지 말라

    아이가 말하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믿으면 안된다. 어떤 체벌을 받았는지, 체벌의 강도는 어땠는지, 체벌 받은 이유는 무엇인지 아이는 얘기해 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니다. 심지어 체벌받았다는 내용도 거짓일 수 있다. 무턱대고 아이의 말만 믿고 아이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겠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2. 선생님을 믿어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가 체벌을 받았다면 그 전부터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선생님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을 보여야 선생님도 아이에 대해 제대로 된 훈육이 가능하다. 학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맡기는 순간 교육과 훈육에 대한 모든 권리를 철저하게 선생님에게 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과 아이들의 문제가 자칫 선생님과 학부모로, 어른들의 문제로 확대된다.

    3. 아이가 상처를 받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체벌로 인해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부모가 먼저 나서서 흥분할 필요는 없다. 아이는 체벌도 어떤 때는 놀이로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학교생활의 하나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흥분하게 되면 아이는 마치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오히려 이때 더 아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4.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마무리 하자.

    아이의 체벌을 "잘못을 했으니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다가가서는 안된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훈육도 필요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부모의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팔을 든 체벌을 당했다면 "팔 힘이 더 세지는 거 아냐?"라는 말도 좋다. 체벌 자체를 견딘 것에 대한 격려도 필요하다. 체벌 자체가 힘든 것이 분명한 만큼 힘들고 어려워도 꾹 참아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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