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007식 살인면허 취득하다"
        2009년 10월 29일 02: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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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래 진실은 밝히기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세상에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사실에 대한 입장만이 존재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 많은 입장 중에 무엇이 옳은지는 사실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 신의 뜻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다수결과 같은 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그것을 못 받아들이는 자는 폭력에 의지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용산참사 재판은 아무리 우리가 진리의 상대성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근래 보기 드물게 부정의한 재판이다. 부정의하다는 것은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사법체제가 부정의하고, 우리의 재개발 시스템이 부정의하고, 이를 전혀 시정하지 못하는 정치체제가 부정의하다는 것이다.

    2.

    무슨 기밀이 있기에 수사기록 3,000쪽은 아직도 공개되지 못하였다.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수단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해당재판부는 이를 압박할 수 있는 간접적 수단이 있음에도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고,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현행 사법제도 하에서 해당 재판부가 불법을 범하고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경찰과 1명과 철거민 5명이 죽었는데 철거민 5명의 죽음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우리 시스템은 책임을 묻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같은 시간대에 같은 원인으로 죽었는데 경찰관의 죽음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은 것이다.

    즉, 철거민 5명은 분명히 죽었는데 이 죽음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자연재해로 사망한 것 내지 자살한 것 중 둘 중의 하나라는 말인데 이는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3.

    왜 우리 재개발 시스템은 이토록 특정 계층의 일방적 희생과 그들의 격렬한 저항을 야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는가에 대한 아무런 진지한 성찰과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진 바도 없다. 이들이 망루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던 그 원인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놀라운 일이다. 도대체 어떤 죽음이 더 있어야 제도가 개선될 수 있다는 말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의 정치 시스템이다. 결국 제도개선은 정치체제를 통하여야 하는데, 정치체제를 구성하는 주요행위자들에게 용산 사태는 그냥 한순간 안타까워할 정도의 사건에 불과한 것 같다.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나 진지한 대책은 우리의 공식 정치시스템에서 제대로 논의된 바 없다.

    4.

    그런데 너무나 놀라운 일은 이 사건의 재판부는 용산사태에 내재해 있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들은 사후적으로 합리화해주었다는 것이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한강대로변의 건물에 무단침입해 행인들을 위협하는 위험한 농성을 벌이는 농성자들을 신속하게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특공대를 조기에 투입한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했는데 다른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 법정에 나온 증인인 경찰들은 너무나 준비 없이 투입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였고, 한 정보과 형사는 협상 한 번 못해보고 철거민들이 죽었다면 연민의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논란에 대해서 법원은 한마디로 “정당하다”라고 한 것이다. 용산참사와 같은 진압작전이 정당한 공무집행이니 이제 대한민국의 경찰은 일종의 007 살인면허를 취득한 것이다. 아무리 무리한 작전이라고 하더라도 불법의 딱지가 붙은 사람들에 대한 작전은 이제 정당한 것이니 경찰은 이제 거리낌 없이 시민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작전에 임할 것이다.

    5.

    그동안 이명박 정권 하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이 있었고 일부는 재판으로 비화되었다. 무리한 기소로 무죄가 선고되기도 하였고, 정권과 검찰의 의도와 달리 재판 결과가 피고인이나 당사자에게 유리하게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죄 판결이 난 사안과 용산참사 사안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용산참사는 사실 이명박 정권 자체에 대항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생존권적 요구에 발생한 사건이며,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항의인 것이다. 그런데도 여기에 대해서 가혹한 처벌을 하는 이면에는 계급적 시각이 분명히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용산참사 문제 해결 없이 사회정의 없다고 한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가장 박탈당한 계층의 권리나 지위 향상 없이 반MB 민주대연합은 공허하며, 여기서의 민주는 유산자의 민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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