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비판세력 발목잡기 위한 구실”
    보수 "교회신도가 십자가 부정한 격"
    By mywank
        2009년 10월 28일 1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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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례에 대한 정부의 ‘해묵은’ 탄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3일 열린 전국통합공무원노조의 ‘전국 본․지부장 간부 토론회’에서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를 치른 것과 관련해, 참석자 200여명 전원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중의례에 대한 ‘해묵은’ 탄압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 측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3조와 지방공무원법 제55조의 품위유지 의무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공무원노조 측에서는 "노조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 및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위쪽)과 ‘용산참사 추모대회’에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는 각계 인사들 (사진=손기영 기자)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정부의 방침을 거들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26일자 사설에서 “정신 나간 일부 공무원들은 태극기 대신 무엇에 경례하고 있으며 공무원노조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대한민국 국가로 삼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라며 “하루빨리 국가와 국기, 순국선열을 거부하는 정신 나간 공무원들을 내쫓을 수 있는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문화일보>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의 궤변, 곧 ‘애국할 나라가 아니라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한다’ 운운하며 대한민국 정체성을 정면 부인한 사실만으로도 ‘민주노총 식민지’ 자임이라는 일관된 비유가 적실함을 재확인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보수신문-단체들도 공세 나서 

    일부 보수단체들은 ‘물리적인 폭력’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지난 19일 조계사에서 열린 ‘희망과 대안’ 창립식 행사장에 난입해, 주최 측이 국민의례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소란을 부리는 등 국민의례를 강요하는 보수진영의 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민중의례는 국가에 의해 강요되는 국민의례에 반발해, 지난 1980년대부터 진보성향의 단체 행사에서 열려왔으며,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애국선열에 대한 묵념 대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한다. 또 이들의 행사에는 태극기가 게양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공무원노조 3개 조직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이 가결된 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이번 사태에 대해, 각계 인사들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민중의례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에 대한 탄압의 구실”이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문화평론가)는 “민중의례는 민주화 과정에서 진보적 단체 혹은 이들의 행사에서 행해져왔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는 국민의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분들에 대한 추모 의미를 더 담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국가-반민족적 의미 없어"

    그는 이어 “정부나 보수단체 등의 ‘액션’은 민중의례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라기 보다는 공무원노조 혹은 진보적 단체 행사에 대한 폭력, 압력이 아닐까 본다”며 “반국가적 반민족인 의미가 전혀 없는 민중의례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보수의 핵심적인 이념은 국가주의다. 이는 사회적인 규율이나 통제를 위해, 국민의례 등 애국심을 강조한다”며 “결국 최근 민중의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공무원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구실로 삼는 것 같다. 그동안 이들이 민중의례를 진행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이를 통해 국가에 대한 종속을 공무원노조에게 강요하는 것 같다”며 “민중의례는 단지 어떠한 단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의례일 뿐이지, 반국가적인 성격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로 도로변에 내걸린 태극기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김태연 노동자전선 정책위원장(용산 범대위 상황실장)은 “민중의례를 했다고 징계를 운운하는 것은 일제시대에 기미가요를 제창하지 않았다고 탄압한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민중의례 문제 때문에 아니라, 민주노총에 가입한 공무원노조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조합 규정에는 ‘국민의례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민중의례는 개별 단체의 행사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문제”라며 “결국 이번 정부의 방침은 공무원노조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속뜻’이 있다”고 밝혔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민중의례는 군사독재와 분단독재를 타도하는 우리 민중의 정서가 배어있다”며 “민중의례를 탄압하는 것은 민중의 정서를 파괴하고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 역사적인 만행은 없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조갑제, "미국 같으면 파면감"

    반면 이번 사태에 대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공무원이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 것은 교회를 다니는 신도들이 찬송가를 거부하고 십자가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그 자체가 반헌법적이고 반국가적인 행위다. 미국 같으면 파면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중의례는 80년대 운동권의 낡은 잔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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