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와 이재용과 그 아들의…상속
        2009년 10월 26일 05: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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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노무현과 홍석현. 노무현은 권력을 삼성에 넘겼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의 기이한 판결로 마무리되었다. 주식을 3자배정 방식으로 저가 배정하면 배임이고 주주배정 방식으로 하면 배임이 아니라는 이 판결도 판결이지만 일부 유죄가 확정된 부분만 하더라도 엄청난 액수인데 형량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과 이건희 일가는 법 위에 군림하는 일종의 현대판 권문세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상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정 개인 내지 가문이 지배하는 이사회가 저가로 신주를 발행하여 상속을 하였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인데 대법원은 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인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논리로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2.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일까? 몇몇 재벌의 위치는 너무나 확고하고 그들의 권력은 웬만한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들은 법을 운용하는 자연인인 개인들을 사회적 영향력을 통하여 간접 지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금 제대로 집행되면 재벌 지배력 약화

    그러나, 여전히 재벌은 형식적으로는 여론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상속세,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2003년도 말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하였기 때문에 여전히 이재용씨는 자신의 아들에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50%의 높은 증여세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고, 이 정도의 세금이 제대로 집행된다면 재벌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왜 이토록 막강한 재벌조차 이 상속세 및 증여세 법 개정을 막지 못했을까. 당시는 한나라당이 제1당이던 시절로 탄핵 이전인데도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완전포괄주의를 비교적 순탄하게 수용하였다.

    3.

    여기서 재벌의 원죄가 나온다. 원죄를 언급하는 것이 다소 촌스러울지 모르지만 박정희가 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듯이 한국의 재벌의 성장사 또한 아직까지도 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다. 이병철, 정주영이 뛰어난 기업가일 수는 있어도 그와 그 후손들이 국가의 엄청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그토록 많은 부를 축적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채 이자율이 50~60%를 넘던 시절에 정부의 반 강권과 국민들의 엄청난 저축열기로 모은 자금을 10%대의 이자를 통해 국유화된 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은 것 자체만으로 이는 엄청난 특혜였다.

    재벌의 비업무용토지 보유가 그토록 비난을 받았고 이문옥 감사관이 이 실태를 폭로하여 감옥까지 가야했던 이유 또한 여기에 있었다. 은행에서 싸게 빌린 돈으로 부동산투기를 했다면 그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하는 점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재벌가의 후손들은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이행되지는 않지만 천문학적 액수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하거나, 어찌되었든 재판에 앞서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을 하는 그들은, 당연하게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형식적으로는 회장직을 사임하고 저자세로 나가는 것을 보면 분명히 자신들의 원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그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유시장경제라면 이건희씨가 그토록 저자세일 이유가 하등 없을 것이다. 법원이 정한 형벌만 이행하면 되었지 아무런 근거 없이 사회에 기부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4.

    복잡한 정치경제학적 이론을 구사하지 않더라도 한국재벌은 처음에는 부정축재자로 감옥에 갔다가 박정희의 은전에 힘 입어 석방된 후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의 ‘역군’으로 나서게 된 것이었다. 그들이 가지는 기업의 지배권이라는 것은 사실 매우 애매한 것이었고, 정권이 설정한 경제적 목표에 부합될 때만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었다.

    재벌들의 원죄

    이후 한국비료 및 동양방송 국유화, 국제그룹 해체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국유화된 은행과 남산으로 상징되는 폭압적인 권력으로 그 지배권은 얼마든지 타인에게 이전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사채를 동결한 전무후무한 조치인 8.3 조치가 가능했고, 전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혔듯이 외환위기 직전 많은 재벌들은 8.3 조치와 같은 사채동결을 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박정희가 천수를 누려서 짐바브웨의 무가베처럼 아직도 권력을 잡고 있다면 아마도 어느 재벌가도 자신의 기업에 대해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5.

    어찌되었든 이제는 재벌의 소유권을 문제 삼는 이는 없다. 노무현조차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했는데, 여기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재벌이기 때문에 이 말은 권력은 재벌에게 넘어갔다는 말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업적 중의 하나인 완전포괄주의는 아직 살아 있다.

    이를 인식해서인지 전경련 등은 완전포괄주의가 위헌이라는 등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고, 상속세를 폐지한 몇몇 나라의 예를 들어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면 재벌들은 다음 승계에 있어서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논쟁점은 완전포괄주의가 위헌인지 여부로, 이것은 아마도 헌법재판소를 매개로 펼쳐질 것이고, 다음으로는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날 것이다. 당장에 폐지가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아마도 초기에는 상속세율을 낮추려고 할 것이다.

    6.

    아마 증여세와 완전포괄주의와 상속세의 존속 여부가 한국에서의 재벌의 권력에 대한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다.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완전포괄주의가 폐지되고 상속세마저 약화 내지 폐지되면 재벌은 한국사회의 지배자로서 그 지위를 확고하게 굳힐 것이다.

    그렇다고 이 제도가 유지된다고 해서 재벌의 지위가 얼마나 흔들릴지는 또한 의문이다. 혹자는 스웨덴식으로 재벌과 타협을 하자고 하나 우리는 재벌의 타협을 이끌어 낼만한 압도적인 노조와 정당이 없다는 것이 진보진영의 딜레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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