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범대위 대표자, 전원 연행돼
    By mywank
        2009년 10월 26일 0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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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소속 단체 대표자들이 26일 △정부의 사태해결과 △정운찬 국무총리와의 면담 등을 요구하며,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도하던 중 전원 경찰에 연행되었다.

    정부, 면담 대신 강제 연행

    범대위는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자의적인 법집행으로 시민들의 언로를 봉쇄하고 있는 경찰이야말로 불법집단이요, 위헌집단”이라며 “정부는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정부의 약속 이행을 기다리다 지친 유가족과 범대위가 직접 총리를 찾아가 사태 해결을 촉구하자, 이들의 모가지를 비튼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식농성을 시도하던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위쪽)와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정부청사 앞 단식농성에는 진보신당 정종권 부대표,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 노동전선 조희주 대표,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상임대표, 용산참사기독교대책회의 최헌국 목사 등 5명이 참여했으며, 수배 중인 범대위 박래군 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 전철연 남경남 의장 등은 명동성당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범대위는 오전 11시 30분부터 기자회견을 연 뒤, 곧바로 단식농성을 시도했다. 이에 ‘구호를 제창하고 피켓을 들고 있는 미신고 불법집회’라고 주장하며 자진해산을 종용하던 경찰은 12시 30분경 농성자들이 자리에 앉자, 병력 수십 명을 동원해 강제제로 경찰버스에 태웠다.

    경찰 "한 점 두 점, 모두 연행해" 

    이 과정에서 항의하던 신원미상의 시민 1명도 경찰에 연행되었으며, 경찰이 들고 있던 무전기에는 “한 점 두 점, 모두 연행해”라는 교신이 들려나왔다. 현재 연행자들은 광진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범대위 대표자들의 단식농성은 원만한 사태해결을 약속했지만 유족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농성자들은 이날 하루 동안 단식을 한 뒤, 이후에도 2~3차 단식농성도 진행하려고 했다.

       
      ▲단식농성을 위해 정부청사 앞에 자리한 범대위 대표자들 (사진=손기영 기자) 

    참석자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 정운찬 총리가 용산참사의 정부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할 때까지 오늘부터 곡기를 끊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정운찬 총리가 끝끝내 용산참사 해결을 외면하고 유족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다면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그동안 범대위 대표자들이 용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인 시위 삼보일대 등 안해 본 게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이건 정상적인 국가, 사회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용산의 ‘용’자도 못 꺼내게 한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안중근 의사가 바랐던 조국의 모습이 이런 모습일까. 공권력이 철거민을 태워죽이고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는 나라를 안 의사가 바랬을까”라며 “정부는 기념식만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목숨을 하늘처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는 “80년 광주항쟁 때 광주의 ‘광’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것처럼 용산의 ‘용’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 용산에서 철거민들은 죽인 이명박 대통령은 광주에서 시민들을 죽인 전두환 대통령과 같다”며 “겨울이 다시 오기 전에 고인들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단식농성에 들어가기 전 열린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안중근 의사는 일본인들에게는 테러리스트였지만, 우리에게는 의사였다. 용산 철거민들도 이명박 정부에게는 테러리스트였지만, 서민들에게는 아픔과 한을 대변했던 분”이라며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한편 당초 이날 기자회견에는 용산참사 유족들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홍석만 범대위 대변인은 “문규현 신부가 단식 중 쓰러졌는데, 범대위 대표자들까지 단식에 들어간다니 유족들의 상심이 커서, 이 자리에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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