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MB-반신자유주의 모두 넘어야”
        2009년 10월 26일 03: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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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창 상임운영위원(사진=이재영) 

    내년 지방선거 개입을 내걸고 출범한 ‘희망과 대안’의 하승창 상임운영위원은 “‘반MB민주대연합’이든 ‘반신자유주의진보연합’이든 좁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승창 위원은 “반MB민주대연합은 민주당 중심으로 이기자는 것이고, 반신자유주의진보연합은 민주당 빼자는 걸로 인식된다”며, “넓은 판을 만들고, 진보정당이든 민주당이든 그 안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대중들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승창 위원은 지방선거 선거연합이 “정치공학적으로 이기기 위한 전술만으로는 안 된다”며,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한 가치 기준으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은 이런 과정을 통해 “리더십을 보일 사람과 정당이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라 내다봤다.

    “대중 평가 속에서 리더십 드러날 것”

    또한 하승창 위원은 내년 지방선거 선거연합의 틀에 민주당 참여가 매우 중요함을 개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아 강조했다. 하 위원은 한미FTA, 파병 등 “지나간 것을 지나치게 따져서는 안 되며, 민주당도 합의할 수 있는 정책 기준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승창 상임운영위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22일 오전 인사동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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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과 대안’을 구성하면서 낙천낙선운동이나 매니페스토 운동, 2006지방선거연대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는가?

    = 특별히 비교하지는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시민운동에서는 정치적으로 큰 활동이 없었는데,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면서 ‘정치가 이렇게 세상을 다르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되새기게들 되었고,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지난 1년 정도 사이에 ‘정치적 중립’에 대한 강박을 넘어서야 한다는 공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특정 정당 지지는 아니다.

    – ‘희망과 대안’에 대해, 시민단체 출신들이 지방선거 때 뭔가 하겠다는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인식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건가?

    = 아주 구체적인 계획은 지금 세우는 중이다. 먼저 큰 틀로 사람을 모아놓고 11~12월에 계획을 세우려 했다. 현재 상태로는 첫째, 정책과 메시지는 기존 싱크탱크들과 이야기해보고, 둘째, 연합정치에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후보단일화 작업보다는 비전이나 가치담론 중심으로 만들려 한다.

    이처럼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도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민주당이든 진보정당이든 이 문제에 의미를 두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를 위해 11월부터 연속 토론회를 시작하려 한다.

    셋째, 좋은 후보를 추천하려는데, 아직 구체적인 추천 일정이 잡힌 건 아니고 추천 기준부터 만들려 한다. 넷째, 출마하려는 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지역과 협의하여 연말연초에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한다.

    정치공학만으로는 안 된다

    – ‘단일화보다 가치’라는 건 무슨 뜻인가?

    = 민주당 중심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많은 분들이 민주당을 대안정당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출발하면 지역에서 영향력을 얻기 어렵다. 그리고 진보정당도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고.

    정치공학적으로 이기기 위한 전술만으로는 안 된다. 그렇게 접근하기보다는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한 가치 기준으로 다르게 접근하려는 것이다. 그래야 시민들도 더 쉽게 호응할 것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리더십을 보일 사람과 정당이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다.

    – 7월 9일 서울포럼 토론회에서 “연대의 세 가지 원칙 중 ‘반신자유주의’가 들어간다면 민주당과의 연대는 쉽지 않을 것…오히려 공통적으로 동의 가능한 ‘분권과 자치의 확대’ 바탕으로 하는 것이 연대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가치’에 스스로 제한을 두고 있는 것 아닌가?

    = ‘반신자유주의’처럼 뭐가 안 된다는 것보다 포지티브하게 하자는 것이다. 추상적 반대보다는 무엇무엇을 하자고 구체적으로 포지티브하게 하자는 뜻이었다.

    – 그렇다면 ‘반신자유주의’라는 말은 쓰지 않되, 그런 내용의 구체적 정책이 ‘가치 기준’에 포함되는 것은 어떤가?

    = 민주당도 합의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민주당 참여를 우선 목표로 두고, 정책을 거기에 맞추자는 것인가?

    = 수도권에서는 그래야 활로가 생길 것이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는 다를 것이고, 호남 같은 곳에서는 오히려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들 중심으로 협력의 틀이 생겨야 한다고 본다.

    수도권에서는 민주당 참여 꼭 필요

    – 한미FTA, 파병, 비정규법, 뉴타운을 기준 정책으로 삼아본다면 어떨까?

    = 그 각각이 성격이 다르다. 파병은 이미 지나간 것이고, 한미FTA도 비준만 남은 상태다. 지나간 것을 지나치게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개인 생각이다. 민주당이 뉴타운 같은 걸 또 다시 내세운다면 우리 영역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 특정 정당 지지가 아니라고 하지만, ‘희망과 대안’의 대표적 인사 여러 명이 구여권 출신이다. 박영숙씨와 양길승씨는 구여권의 최고위 그룹이었고, 백낙청 선생도 구여권 지지 활동을 한 게 아닌가?

    = 백낙청 선생의 활동은 순수한 민간통일운동이다. 박영숙, 양길승 선생은 구여권을 떠난 분들이다. 그분들이 오히려 특정 정치색을 가지는 걸 강하게 반대하신다. 우리가 잘 모르는 정치 영역에 대해 조언하고 문제점을 지적해주실 수 있을 것이다.

       
      

    – ‘반MB민주대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반MB민주대연합’이든 ‘반신자유주의진보연합’이든 폭을 좁히는 것이다.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MB민주대연합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올바르게 지적한 것처럼 민주당 중심으로 이기자는 것이다. 반신자유주의진보연합은 민주당 빼자는 걸로 인식된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작할 때부터 그래서는 안 된다. 넓은 판을 만들고, 진보정당이든 민주당이든 그 안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대중들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제일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민주당이 양보하라’고 말한 게 아니겠는가.

    –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연합이 2012년 대선이나 총선까지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지금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총선까지도 갈 수야 있겠지만 수준이 다르지 않겠는가. 총선이나 대선에서는 공동정부 구성 같은 조건이 없으면 연합이 안 될 것 같다.

    정당들이 못하면 우리가 한다  

    – ‘희망과 대안’이 ‘가치와 기준’ 중심으로 움직일 거라고 말하지만, 지금까지는 별 내용이 없다. 결국 ‘거간’에 그치는 것 아닌가?

    = 기존 정당들이 내용을 못 내면 우리가 내용을 낼 것이다. 물론 우리 내부에서만 내용을 정하는 게 아니라 밖의 당들까지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하니, 가상 시나리오라도 이야기해보자.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 조정이 어떻게 될 거 같은가?

    = 어떤 식으로든 협의 테이블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이번 안산 상록을 경우를 보며 그럴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들 있을 것이다.

    그런데 테이블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고, 시대적 과제에 대한 공감 없이 단순히 정파 간의 조정이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야4당 대표 원탁회의를 하며, 아직 그런 공감이 형성돼 있지 않고 각 당 이익을 앞세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 오픈프라이머리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던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울산북구에서 한 것처럼 특정 단체 구성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민중경선’ 같은 것도 있다.

    = 옛 민주노동당과 환경운동단체가 과천 기초의원 후보를 공동 선출한 예도 있다. 그 때는 새 단체를 만들고 그 단체 안에서 경선을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새 단체를 만들고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 최근에 야4당 대표들의 접촉이나, 개별적 접촉이 있었는가?

    = 없다.

    – 언제쯤 회합을 재개하자고 제안할 것인가?

    = 두 번째 원탁회의 때 그런 제안을 했었는데, 다들 아직은 아니라며 거절했었다. 일단 재보궐선거가 끝난 후에 어찌할지 고민해볼 생각이다. 재보궐선거를 평가하며 토론회를 시작하려 한다.

    – 정리 말씀 해달라.

    = 운동이든 정치든 막혀 있고 밀리는 상황이다.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고, ‘희망과 대안’은 그 변화를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런 시도 없이 변화를 이룰 수는 없다. 물론 이런 모험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과중감을 느끼고 있다. ‘희망과 대안’은 ‘우리가 대안’이라는 게 아니라, 대안을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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