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의 ‘문화서울’은 파시즘 모습”
        2009년 10월 27일 0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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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부터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는 ‘2009 서울 디자인 올림픽’, 그리고 광화문 앞 길게 늘어선 ‘광화문 광장’,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을 강조하며 각종 문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정작 서울시민들에게 어떠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 달여 기간의 디자인 올림픽을 위해 천문학적인 세금을 지출하고, 광화문광장에는 시민들이 모여들 자리가 없을 만큼 조형물이 빼곡해 불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자인 서울’의 명목으로 건물을 다시 짓고 공공시설물을 교체하고 있지만 “모양은 이쁘되 불편하다”는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 디자인 서울 팜플렛

    27일 진보신당 서울시당과 문화연대가 문래동 예술촌에서 개최한 ‘문화도시 서울,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는 ‘디자인 올림픽’ 등 위계적이고 독선적인 서울시 문화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주민들의 소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도시디자인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공론 없이 집행"

    이 자리에서 김상철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은 ‘디자인올림픽을 통해 본 서울 문화정책의 한계’라는 발제를 통해 “오 시장의 문화정책은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되기 전 정책화되었다는 한계를 지닌다”며 “어떤 평가나 논란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문화적 취향은 서울이라는 도시정부의 수장이 되었을 때 파시즘의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디자인’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디자인 거리 조성 사업,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서울시가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해왔던 주요한 사업들의 진행과정을 되집어 보면 공공디자인으로서 가지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디자인올림픽’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지난해 디자인올림픽 개최 실적으로 7,800억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계산했지만 타당성이 의심되는 것은 물론 혹여 진실이라도 한 달 새 나타나고 사라지는 금액이라 실제 경제구조에는 별다른 효과를 끼치지 못했다”며 “디자인 올림픽은 도대체 왜 하는 사업인지 해명할 수 있는 근거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문제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서울의 모습이 무엇이냐는 것이며 외국인을 위해 화장해야 하는 서울시민들의 삶은 행복한 것이 아니”라며 “필요한 것은 디자인수도를 차지하기 위한 올림픽경기가 아닌 어떤 얼굴의 서울이 필요한지 질문을 시민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듯한 디자인뿐"

    이어 ‘서울의 문화경관과 도시디자인’을 발제한 김강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도시에서의 시각적 경관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기억과 연관을 맺고 있다”며 “서울시가 경관적 풍경을 변화시켜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문화를 대상화하며, 삶에 스며있는 ‘문화’를 읽지 못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의도는 ‘도시의 기억’ ‘서울시민들의 기억’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그럴듯한 건축설계와 디자인뿐”이라며 “개발논리의 도구로 전락한 문화와 예술은 공공의 시선 안에서 또다시 ‘규격화’되고 삶을 피폐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서울시가 낙후공장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사업을 벌이고 있는 문래동을 예를 들며 “최소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재래산업으로 여겨지는 철공노동과 예술노동이 진정으로 어우러져 즐거운 도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이 돕는 것, 그것이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과 김강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의 발제와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송수연 퍼블릭 아트 고물상 활동가가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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