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한 아프간 재파병을 경계한다
        2009년 10월 27일 03: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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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이다. 지방재건팀(PRT) 인원을 확대하면서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300명 규모의 파병 수순을 밟고 있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아프간 재파병 논란은 또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PRT 확대와 파병 방침은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방한 직후에 나왔고, 11월 중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한 이전에 결정한다는 방침이이서 정부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아프간 재파병을 대가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정 조정 및 북미대화를 포함한 미국의 대북정책 견제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바로 그것이다.

       
     

    재파병한다고 주한미군 차출 안 될까?

    2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나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밝힌 명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42개국 정도가 (아프간에) 파병하고 있다”며, “글로벌 코리아로 가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의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42개국의 파병국가들 대부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로서, 이들 국가는 회원국인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나토 조약의 ‘자동개입’ 조항에 따라 개입한 나라들이다. 더구나 전체 유엔 회원국의 5분의 1만이 파병한 상황에서 한국의 파병을 ‘국제적 의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유 장관이 밝힌 보다 본질적인 명분은 “아프간 정세의 안정은 안정적인 주한미군 주둔 여건을 조성하는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 있다. 주한미군이 아프간에 차출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한국의 아프간 재건 지원과 파병에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곧 미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게이츠 방한을 전후해 “파병 여부는 한국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직간접적으로 재파병과 재정적 지원을 언급했다. 특히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은 22일 주한미군 장병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주한미군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붙박이형 주한미군을 순환배치형으로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을 언급하면서 한국에게는 파병 결정을 압박하는 ‘양수겸장’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멀린의 발언 직후 유명환 장관이 PRT 확대 및 재파병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안정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강조한 것은 미국의 이러한 압박전술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의 PRT 확대 및 재파병 움직임은 아프간 정세 및 관련국들의 분위기와도 어긋난다. 지난 8월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인 아프간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있다. 국제적 압박에 직면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결선 투표를 수용하고 이에 따라 11월 7일 결선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유혈사태와 정국혼란은 더욱 격심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500명의 추가 파병을 검토했던 영국 정부는 아프간 결선 투표 이후로 결정을 늦췄다. 증파 논란에 휩싸인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역시 추가 파병 여부를 선거 이후로 미뤘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군사력 위주의 해법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아프간 전쟁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영국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이 재파병 군불 떼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PRT 확대 및 재파병이 주한미군의 아프간 차출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MB 정부의 기대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주한미군의 차출 여부는 아프간과 이라크 정세 및 미군 증파의 효과에 대한 미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지, 한국의 재파병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이 파병을 통해 주한미군 차출을 막기 위해서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소탕 작전 등 ‘차출된’ 주한미군의 전투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아프간 전쟁은 한국에게도 ‘제2의 베트남 전쟁’이 되고 만다.

    2007년의 참사를 벌써 잊었나?

    더욱 현실적인 우려는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 가중이다. 이미 한국은 2007년 여름 샘물교회 봉사단 23명이 탈레반에게 납치돼 2명이 살해되고 21명이 한국군의 연내 철수 약속으로 간신히 풀려난 ‘끔찍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아프간 재파병이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을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고성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탈레반과 연계된 알-카에다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와 유럽 일부 걸쳐 국제조직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한국의 재파병시 한국인을 공격 우선순위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의 본연의 임무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코리아’와 ‘전략적 한미동맹’이라는 허상에 갇혀 또 다시 이러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 차출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는 한국군의 능력과 미국의 안보공약을 고려할 때 근거가 빈약하다. 안보공백이 우려된다면 적극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안보환경 개선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는 소홀하면서 재파병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를 시도하려는 냉전 시대의 사고 방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까닭인 것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 최근에 쓴 책으로 ‘오바마의 미국과 한반도, 그리고 2012년 체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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