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자들, 산 자들을 연대하게 하다
    By 나난
        2009년 10월 24일 06:56 오후

    Print Friendly

    노동기본권과 고용을 보장하라며 목숨을 바쳤던 1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생존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며 한 겨울 망루에 올랐다 경찰의 진압으로 목숨을 잃었던 5명의 철거민이 있다. 24일, 이들을 추모하고 투쟁을 결의하는 ‘10.24 비정규노동자대회 및 용산참사 해결 촉구 노동자결의대회’가 열렸다.

    집회 중 철거 소식에 급히 자리 뜨기도

    용산참사 발생 9개월이 넘었다. 피해자들의 싸늘한 시신이 냉동고에 보관된 지도 9개월이 넘었지만 유가족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집회현장 맨 앞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 시각 용산4구역에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철거를 위한 사전준비 작업으로 펜스를 치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들어 해당 지역 철거민들은 집회 중 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학습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회복하기 위해 목숨을 잃은 2명의 노동자의 추모제가 열린 이날, 학습지산업노조 재능지부 노동자들은 사측의 임금삭감으로 인한 674일간의 장기투쟁 기금 마련을 위해 한 켠에서 음식물을 팔아야 했다.

       
      ▲ 민주노총이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연대의지를 밝혔다.(사진=이은영 기자)

    민주노총이 24일 오후 1시부터 조합원 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역광장에서 개최한 ‘10.24 비정규노동자대회 및 용산참사 해결 촉구 노동자결의대회’는 지난날 기억에 대한 고통과 풀리지 않는 현실에 대한 좌절, 그리고 향후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가 함께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그 동안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한편 9개월이 넘도록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행사를 주최하며 ‘연대’를 약속했다. 민주노총이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 단독으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중심, 비정규직 연대투쟁을"

    오후 1시에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대회를 전조직적 주요 사업으로 치러내고, 향후 비정규노동자대회를 전체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주요 투쟁일정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대회를 통해 정규직-비정규직 간 연대 원칙을 확인하고 비정규 노동자 조직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민주노총은 지난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확대정책에 맞서 싸워왔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는 개선되지 않았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뛰어넘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11월8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이명박 정권 노동탄압에 맞서 위대한 투쟁을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 동지들이 먼저 앞장설 것을 제안”하며 “비정규 열사들의 염원을 온몸으로 받아 안아 비정규직 없는 세상, 정리해고 없는 세상,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의 희망을 일궈내자”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비정규사업장 대표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건설노조 강원규 부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뭉쳐 세상을 바꿔내자”고 했으며,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 이상수 지회장은 “정규직-비정규직 차이 없는 하나의 노동자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직지부 김성금 사무국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힘을 합쳐 비정규직을 철폐하자”고 덧붙였다.

    이어진 ‘용산참사 해결 촉구 노동자결의대회’는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의 대회사를 시작으로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 소속 김경호 목사의 발언, 용산참사 유가족인 김영덕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용산참사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는 정부와 피해자들에게 실형을 구형한 검찰을 비판하고 정운찬 총리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노동자, 용산 연대방문 펼치기로

    임성규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그 동안 용산철거민 학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투쟁에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틈틈이 시간을 내 용산 현장에 다녀가자”고 조합원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명박제국’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타도해야 할 제국주의 수장인 이명박 정권 타도는 공화국을 올바로 세우는 정당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소원을 적은 쪽지를 매단 풍선을 하늘에 띄우고 있다. (사진=이은영 기자)

    유가족 대표로 나선 김영덕 씨는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고, 철거민들에게 8년, 7년 무거운 구형만 내려졌다”며 “유가족들은 하루하루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정운찬 총리가 자신 말대로 소신 있는 사람이라면 하루빨리 우리가 원하는 대화에 나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노래패 꽃다지의 공연에 맞춰 각자의 소원을 적은 쪽지를 풍선에 매달아 날리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용산참사 해결”, “책임자 처벌” 등의 문구를 적어 하늘에 띄웠다.

    한편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다음주 경 종교인들의 단식투쟁에 결합할 예정이며 민주노총은 매일 오후 용산현장에서 진행되는 사태 해결을 위한 촛불미사에 결합하고, 연대 방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에 앞서 비정규직 대회에서는 공공노조 서울경인서비스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 정수은 조합원이 ‘이용석 노동자상’을 수상했다. ‘이용석 노동자상’은 한 해 동안 비정규직 투쟁을 모범적으로 벌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