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안산도, 수원도 다 가질래'
        2009년 10월 23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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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22일, 안산 재보궐선거에서 ‘임종인 후보로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대신 타 지역구의 민주노동당 후보도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치면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반MB연대’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현재 안산 상록은 단일화가 가능할 수 있는 물리적 시한이 끝나가고 있고 수원 장안은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구애가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정치협상’을 단일화 방안으로 제시하며 민주당과 야당들의 정치적 계산이 분주해진 것이다.

       
      ▲22일 ‘정치협상’을 통한 ‘반MB연합’을 제안하는 강기갑 대표(사진=정상근 기자) 

    특히 안산 상록을의 경우 22일 김영환 민주당 후보 측과 임종인 무소속 후보 측 협상대표들이 오후 2시 협상을 재개했으나, 강기갑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각자의 입장을 재확인하기로 하고 약 1시간여 만에 협상테이블이 다시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접촉을 갖지 않은 양 측은 23일 저녁, 다시 접촉하기로 한 사실만 전해지고 있다.

    안산, 접촉 소강 상태

    김종철 진보신당 임종인 후보 측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이 진정성있는 제안을 한 만큼, 협상재개는 이 제안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때문에 대표회담 등에 대한 민주노동당 제안에 대한 입장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제안이 있었지만 민주당이 김영환 후보를 사퇴시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김영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 자신이 단일화에 대한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후보사퇴 가능성을 일축시킨다.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도 23일 <PBS>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단일화가)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너무 시간이 가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물리적으로 단일화가 무산된 것이란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수원 장안, 충북 4군, 양산에 대한 강기갑 대표의 제안을 쉽게 거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사무총장은 강 대표의 제안에 대해 “앞서가고 있는 후보를 내리라는 것은 굉장히 무리한 요구”라면서도 “(각 지역에서)민주노동당 후보와는 끊임없이 이야기 되고 있다”며 “(단일화가 성사)되면 아주 좋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 역시 “민주당은 남은 기간 동안 반MB연대를 공고히 해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남북관계, 서민경제,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타 지역에서의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다만 노영민 대변인은 안산 상록을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후보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아있는 것은 정치적 타결밖에 없는데 (후보가 자진사퇴하는 방식은)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다만 타 지역구에서의 민주노동당과의 후보단일화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어떻게 받들 것인지…"

    민주노동당은 제안 이후 민주당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위영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의 제안에 대해 즉각 흔쾌히 수용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주당 지도부의 진정어리고도 진지한 고민과 검토를 기대했으나 민주당의 고위당직자들이 ‘소탐대실’과 ‘기득권유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제안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마저 버리는 것이 반MB연대연합의 정신임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민주당이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고 민주개혁진영이 하나로 뭉쳐라’고 하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어떻게 받들겠다는 것인지, 이제는 그 구체적인 답을 국민 앞에 할 때”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당내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논쟁이 오가고 있다. 김인식 서울 중구위원장은 당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과 선거연합은 연대연합을 통한 세력 확대가 아니라 진보정당의 독자성 훼손이라는 부메랑이 돼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민주노동당 후보 사퇴라는 카드를 던진 것은 진보정당의 독자성이라는 대의명분과 정치적 전망의 망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것이 ‘전략 지역’의 당선을 위해 얼마든지 민주당 같은 친자본가 정당과 손잡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당원도 당 게시판에서 “최고위의 오늘 결정은 당원도 아닌 무소속 임종인을 위해 양산이나 충청 등 우리 후보가 나와 있는 지역을 버린다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우리당의 후보와 열심인 당원들에게 상처를 주고 당원들의 의견은 한 번 들어 보지도 않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가”고 아쉬워했다.

    반면 “임종인의 당선은 진보진영의 실질적인 승리”라며 “민주노동당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보다 큰 마음에서 지도부의 결정을 믿어 보자”고 말하는 당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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