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우파의 역사적 패퇴
    2009년 10월 23일 09: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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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미국의 트로츠키주의 성향 ‘국제 사회주의 조직’(ISO, 영국의 ‘국제 사회주의’IS 경향과는 또 다른 흐름이다)의 저널 <사회주의 노동자>에 실린 10월 4일 그리스 총선 결과 분석을 번역한 것이다. 필자는 그리스의 급진좌파 조직 ‘국제 노동자 좌파’(DEA)에서 활동하는 안토니오 다베넬로스다. 다베넬로스가 속한 DEA는, 아래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급진좌파연합’(SYRIZA) 안에 분파로서 참여하고 있다. – 역자 주

10월 4일 그리스 총선 결과는 정치적 격변이었다. 이로써 새로운 정치 상황이 열렸다. 톱뉴스는 전통적 우익 정당 ‘신민주주의(ND)’의 패배다. 이 당은 2004년부터 계속 집권당이었다. 이번에 이 당의 득표율은 고작 33.4%이고 의석은 91석을 얻었다. 이것은 2007년 총선의 151석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ND의 이번 선거 결과는 1946~49년의 내전 이후 그리스에서 우파가 거둔 최악의 성적이다.

경제 위기와 청년 봉기가 우파의 참패를 낳다

   
  ▲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투표일 저녁에 ND 소속의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당 대표 직을 사임했다. ND의 참패로 인해서 우파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관측통들은 모두 이 위기가 오래 지속되리라 전망한다. 새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최소한 네 명의 후보가 나서려 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당 대표 선출 방식조차 아직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우파가 몰락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주류 언론은 주로 카라만리스 내각의 장관들이 연루된 스캔들에 주목한다. 하지만 다른 이유들이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끼쳤음이 드러났다. ND 정부가 5년 반 동안 집권하는 중에 노동계급과 청년들은 우파 신자유주의 개혁 때문에 고통을 겪어왔다. 작년 12월에는 청년들이 들고 일어났다. 발단은 경찰이 15세 소년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카라만리스는 이 청년 반란에 폭력 진압으로 대응했고, 그래서 우파는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고립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 위기에 대한 카라만리스의 대응이었다. 총리는 작년 9월의 연설을 통해, 국가 채무와 예산 적자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못 받았다. 그는 심지어 임금과 연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얼어붙은’ 것은 오히려 수십만 노동 대중이었고, 이들은 ND에 등을 돌렸다. 총선 전 몇 달 동안 이 당은 분노의 물결에 휩쓸렸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집권

총선의 승자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가 이끄는 이 당은 43.9%를 얻어 160석을 차지했다. 과반수에서 10석이나 초과하는 성과다. PASOK의 지도자들은 소득 재분배와 사회 지출 증대를 이야기했다. 동시에 노사관계의 “중세적” 상황에 대해 비난했다. 이들은 일종의 “녹색 발전”을 주창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집중했다.

하지만 PASOK은 노동자와 청년들의 요구들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약속들은 결코 하지 않았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담론 전략은 이중의 결과를 낳았다. 한편으로 지배계급은 PASOK을, 카라만리스의 급속한 몰락이 초래한 통치 불안정성의 위협과 정치적 위기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받아들였다. 다른 한편 PASOK은 카라만리스를 심판할 유효한 수단으로 떠올랐고, 덕분에 대중의 분노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하지만 PASOK의 총선 압승은 열정 없는 승리일 뿐이었다. ‘변화’를 바라는 대중적인 흐름을 낳지는 못했다. PASOK은 3백만 표를 얻었다. 이것은 바로 2004년에 ND와 카라만리스가 PASOK에게 승리했을 때 PASOK이 얻은 표수와 일치한다. 이러한 수치상의 역설은 투표율 하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스 사회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전통적으로 ‘과잉-정치화’되어 있다. 1974년 군부독재가 무너진 이후 그리스의 투표율은 평균 약 80%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4년과 2007년의 총선 이후 투표율은 점차 감소했다. 10월 4일 총선에서는 68%로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양당제에 대한 그리스 유권자들의 회의를 반영한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다른 나라들에서도 공히 나타나는 정치 현상이다. 이것은 그리스의 정치 역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총선 다음 날 언론들은 “이 나라에 강력한 정부가 들어섰다”고 논평했다. 또한 대부분의 언론은 두 거대 정당이 얻은 총 득표 수가 높은 수준(79%)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것은 숫자 놀음일 뿐이다. 결코 정치적 분석은 아니다. 바로 선거 당일 저녁에 PASOK의 장관 예정자들은 ND의 급격한 몰락을 보면서, 위기 때문에 “양대 정당 간 정권 교체 주기가 빨라졌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 다른 이유는 경제 사회 정책에 대해 사회민주주의자들과 우파의 입장이 서로 흡사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당의 상황은 겉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 카라만리스를 박살낸 분노의 격류가 이제는 PASOK을 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한 여론이 새 정부를 더욱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새 정부가 진지한 방향 전환에 착수하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안다, ‘밀월 기간’은 매우 짧으리라는 것을.

게다가 PASOK 같은 모순적 정당(카라만리스와 똑같은 정책을 추구하면서도 민중주의적 수사를 남발해야 하는)은 노동자․청년 운동의 타격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게 드러날 것이다.

사회민주주의 왼쪽의 좌파 정당들의 답보 상태

하지만 그리스 좌파는 이번 총선에서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 총 득표율은 예전과 같은 수준, 즉 13% 대를 유지했다. 그리스 공산당(KKE)은 제3당 지위를 유지했다. 득표율은 지난 총선의 8.2%에 비해 조금 떨어져 7.5%를 기록했다.

이러한 정체 상태는 이 당의 지도부가 취한 전술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리스 공산당은 당 밖의 대중운동과 나머지 좌파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게다가 스탈린주의 교조를 완강히 고수한다. 이번 총선에서 공산당은 당 바깥에 있는 ‘다른 좌파들’의 지지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성공하지 못했다.

대규모 노동계급 밀집지에서 공산당 지지율이 심각하게 추락했다는 사실은 이 당의 정치적 약화를 선명히 보여준다. 당 총서기 알레카 파파리가는 새 총서기에게 자리를 물려줄 수도 있다는 성명을 냈다. 이것은 새로운 당 내 상황이 전개될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급진 좌파의 광범한 공동전선 조직인 ‘급진좌파연합’(SYRIZA)은 4.6%를 얻어 13명의 의원을 당선시켰다. 2007년 총선의 5%에 조금 못 미치는 결과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대단한 성공으로 평가받았다. 득표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이 결과를 승리로 인정했다.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SYRIZA의 지지율은 의석 획득 하한선인 3%에도 미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기대치가 이렇게 낮았던 것은 PASOK이 원내 다수 확보를 위해 사표 심리를 부추기며 SYRIZA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PASOK은 SYRIZA 내의 최대 다수 경향이자 개혁주의 좌파 정당인 ‘생태 및 운동 좌파 연합’(Synaspismos) 내 우파의 중도좌파 지향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SYRIZA는 무엇보다 좌익 성향 당 지지층의 결연한 지지 덕분에 이 위험천만한 시험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것은 선거운동의 승리이기도 했다. SYRIZA는 ND의 실정을 구체적으로 공격했고, PASOK의 정책들을 비판했으며, 사장들의 공세로부터 노동 대중과 청년들을 지킬 ‘방패막’을 요구했다.

당원들은 SYRIZA의 요구들을 열정적으로 선전했다. 그 중에는, 비정규직 철폐, 병원 및 학교 증설을 통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 임금 및 연금의 실질 인상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SYRIZA는 이를 통해 카라만리스와 정면 대결하면서 동시에 PASOK 노선과 분명한 차별선을 그었다.

   
  ▲ 급진좌파연합(SYRIZA)의 시위

한편 극좌파의 여러 조직들도 ‘전복을 위한 반자본주의 좌파 협력’(약칭은 ANTARSYA)이라는 선거연합을 결성해 선거에 참여했다. 이들은 2만 5천 표(0.36%)를 얻었는데, 이것은 극단적 종파주의 집단인 낡은 스탈린주의-마오주의 그룹들보다 조금 더 많이 얻은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 동지들이 저항 운동에 부단히 참여하면서 열정을 바치고 있는 점에 견주어 볼 때 이들은 분명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많은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에서 극좌파가 전국 선거에 대응하려면 반드시 보다 광범한 공동전선을 결성해야만 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종주의적 극우 정당인 ‘대중 정통 운동’(LAOS)은 5.6%를 얻었다. 이것은 우파 거대 정당 ND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그 반사이익을 노리던 이 당의 애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AOS의 위장 파시스트들은 여전히 심각한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반인종주의 투쟁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SYRIZA는 이를 당의 주요 과제들 중 하나로 채택했다.

PASOK 정부의 등장은 새로운 위기를 예고할 뿐

유럽 언론들이 “PASOK의 승리의 귀환”이라고 부르는 바에 대해 좀 더 논평을 해야겠다. 이것은 분명, [독일 등지에서] 잇단 총선 패배로 고통 받는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을 띄워주려는 시도다. 이러한 자아도취는 현실과는 완전히 유리된 것이다. 그리스 자본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스 은행 총재는 신임 정부에게, 연말까지 적자가 GDP의 12%로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따라서 카라만리스 정부가 감히 추진하려 하다가 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긴축 정책이 다시 부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PASOK 신임 정부의 정책으로서 말이다.

동시에 대중 저항 운동들은 후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와 청년들의 크고 작은 지속적인 투쟁들이 이제는 파판드레우에게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전투적이고 거대한 저항은 ‘강력한 정부’를 붕괴시킬 수 있는 저력을 가졌음이 이미 입증되었다.

2년 전 PASOK이 아직 2007년 총선 패배로 인한 위기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SYRIZA의 지지율은 18%로까지 치솟았다. 사회민주주의의 지지 기반 중 한 부분이 급진 좌파 쪽에서 희망을 찾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관 작용은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이번에는 이것이 단지 신문지상의 여론조사 결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거리에서 폭발할 것이다. 노동자와 민중을 위하겠다고 말하면서 은행가와 사장들의 이익의 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 정책들에 맞선 투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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