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노조 향한 정부의 '무차별적 공격'
    By 나난
        2009년 10월 23일 1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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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단체’ 간주, 단체협약 무효, 복무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안 입법발의, 위원장 불구속 입건, 민주노총 가입 철회설까지 정부와 보수언론의 공무원 노조 탄압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공무원 노조 3개 조직이 통합 및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한 이후 본격화된 이번 움직임의 목표는 결국 ‘공무원노조 와해’를 통한 ‘민주노총 흔들기’로 해석된다.

    전국통합공무원노조는 노동부의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취소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공무원이 정부 정책을 반대하지 못하도록 한 복무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안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정부의 ‘공격’에 공무원 노조 역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만큼 양쪽의 정면충돌이 전망되고 있다.

    노동부가 단체협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부의 단체협약 개선 책임자로서 전공노 산하 전남 무안군청 지부와 전북 전주시청 지부의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도록 했다는 혐의다.

    무안군청, 전주시청 지부에 대한 시정명령 불이행 혐의

    노동부는 22일 “두 지부의 단체협약이 노조가 임용권에 개입할 수 있게 하고, 유급 전임자를 인정하도록 하는 등 위법사항을 담고 있어 지난 7월 시정을 명령했지만 시한 내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전공노가 전국 단위 조직이고 지부 또한 지침을 따르는 같은 단체로 볼 수 있기에 실질적인 책임은 손 위원장에 있다고 간주했다”고 밝혔다.

    현행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동부는 단체협약에 위법한 내용이 있을 경우 노동위원회 의견을 통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노사 양측이 시정하지 않을 경우 최대 벌금 500만 원 이하의 처벌이 내려진다. 하지만 노동부는 손 위원장을 불구속 입건한 반면, 지방자치단체장(사측)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단체협약의 위법조항을 시정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단체협약의 위법조항을 이유로 노조 대표가 사법처리된 것은 199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만들어 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노동부의 이번 처사에 ‘정부가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전공노는 “단체협약은 노사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로, 자의적 잣대를 들어 시정명령을 내리고, 처벌절차까지 밟는다는 것은 정부가 노사관계를 지배․개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22일 경기도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안양시 소속인 손 위원장을 ‘시국선언 참가 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 요구 시국대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파면했다. 정헌재 민주공무원노조 위원장과 오병욱 법원공무원노조 위원장도 같은 이유로 지난 8일 해임됐다.

    조직 대표자들 연이어 해임

    보수언론을 통한 공무원 노조 탄압도 자행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23일자 신문 1면에서 "공무원노조, 민노총 가입 철회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2일 통합노조 핵심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에서 ‘(통합)대의원회의에서 좀 더 논의가 돼야겠지만 민노총 가입 때문에 통합노조의 공식 설립에 지장이 있다면 가입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통합공무원노조는 “사실과 다르다”며 <서울신문>측에 “과잉확대 보도”에 대해 항의했다. 통합공무원노조 이상원 홍보실장은 “통합공무원노조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시련의 길을 걸으리라 예견하고 있었다”며 “정부의 탄압이 힘들다고 탈퇴할 생각이었으면, 처음부터 민주노총과 손을 잡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노동부는 “전공노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 4명이 조합탈퇴서 및 직위 사퇴서를 제출한 뒤에도 조합간부로 계속 활동한 사실이 확인돼 전공노는 공무원 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며 전공노를 사실상 불법노조로 간주했다.

    또 ‘공무원 복무규정과 보수규정’을 입법예고하며 특정이념이나 정치지향적인 목적으로 정부 정책을 지지․반대하는 활동을 금지하도록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전공노와 체결한 기존의 단체협약을 무효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노조들과의 단체교섭에서 전공노를 배제하고  전공노 전임자 34명에 대해 전원 업무 복귀 조치를 취하고, 사무실 80여 곳에 대해서도 퇴거조치를 내렸다. 행안부는 다음주 초 각 기관에서 조치 사항을 보고 받은 후, 미복귀자에 대해 복무규정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다. 또 전공노가 다음달 20일까지 사무실을 비우지 않을 경우 사무실 폐쇄 등의 행정대집행을 할 방침이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권선택 의원(자유선진당)은 23일 노동부 감사에서 “노동부가 전공노에 대해 불법단체로 규정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정부의 전공노에 대한 불법단체 규정은 오는 12월 출범예정인 통합공무원노조의 출범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4

    또 해직자 문제와 관려“일부 조합원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전공노가 노동부의 지적사항을 수용해 문제가 된 6명 전원에 대해 조합원 탈퇴서 및 직위 사퇴서를 첨부해 시정결과보고서까지 제출한 만큼 노동부의 처사는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노동부가 전공노에 ‘노조 불인정’ 통보를 하기에 앞서 사전에 관련 정부 부처간에 소위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가진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영태 위원장 "노조에 재갈 물리려는 것"

    손영태 위원장 역시 22일 오전 YTN FM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과 관련해 “공무원 노조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태”라며 “어떠한 정책이든 국민들에게 좀 손해가 가거나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할 능력이 있는 단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국대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 “전공노 시절 시국대회를 했고, 시국선언은 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통합에 대한 이러한 방해를 위해서 지도부들을 고발하고 징계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법원에 전공노 설립신고 반려 취소소송 및 가처분 신청 등을 23일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12월 대규모 항의 집회는 물론 공무원이 정부 정책을 반대하지 못하도록 한 복무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안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사무실 폐쇄 조치 등에 대해서는 검찰에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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