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신부님 얼굴이 밝으셨는데”
    2009년 10월 23일 09: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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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신부님의 얼굴이 밝고 좋으셨는데….”

22일 오전 용산참사 현장에서 만난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전날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며 11일째 단식 중이었던 문규현 신부가 의식을 잃고 쓰려졌다는 소식 때문이다. 전씨 등 용산 유족들은 이날 오전 문 신부가 치료를 받는 여의도성모병원을 방문하고 오던 길이었다.

전재숙 씨는 지난 21일 아들인 이충연 씨(용산4구역 상가공사철거민대책위원장) 등 철거민 농성자에 대한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전, 용산 남일당 농성천막 앞에서 자신을 위로했던 문 신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신부님 단식을 말렸어야 했는데"

“신부님이 저희들을 위로해주셨는데…. 재판에 다녀온 뒤 다시 뵙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유족들도 많이 놀랐습니다. 저희들이 처음부터 단식을 말렸어야 했는데….”

   
  ▲ 22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만나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 (사진=손기영 기자)

마음을 가라앉힐 틈도 없이, 전재숙 씨는 전날 법정에서 만난 아들 이충연 씨 생각에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저희가 바라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입니다’라고 밝힌 뒤 말을 잇지 못하던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하지만 전씨는 단호한 어조로 “우리 아들만 생각하면서, 마음 아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용산 남일당 망루 농성에는 용산4구역 철거민들뿐만 아니라,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거주하던 철거민들이 다수 참여했다.

"우리 아들만 생각하면 안 된다"

“저희에게는 많은 ‘식구’들이 있습니다. 저희를 돕기 위해 망루에 오른 분들이 5~8년을 (구형) 받았습니다. 너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나님이 그 사람들을 거기(감옥)에서 살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분들은 단지 ‘도와준 죄’, ‘없는 죄’ 밖에 없습니다.”

전재숙 씨는 ‘망루 화재는 농성자들의 던진 화염병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힌 검찰의 구형 의견에서 대해서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려고 화염병을 던졌느냐. 아니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려고 화염병을 던졌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 사람들(검찰)은 3,000쪽은 내놓지 않고 계속 ‘화염병’만 들먹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경찰특공대장, 경찰 관계자들은 ‘화염병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검사들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철거민들은 살려고 망루로 올라갔지, 죽으려고 올라간 것은 아닙니다.”

   
  

오는 28일 오후 철거민 농성자들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공판이 예정된 가운데, 전씨는 “정말로 바로 선 분들이라면 정의의 편, 그리고 서민들의 편에 서서 올바른 판결을 하실 걸로 믿는다”라며 실날 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추석에 자신들을 찾은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강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당시 정 총리는 사태의 원만할 해결을 약속했지만, 며칠 전 ‘상황 진전이 없는 현 시점에서 유족을 만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이들과의 면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정운찬 총리에 강한 배신감

“그 사람(정 총리)이 여기에 와서 유족들과 대화를 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앞에 가서는 그런 입장을 바꿨습니다. 총리로써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만 충성하는 총리는 총리로써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전재숙 씨를 포함해 용산 유족들은 지난 9월 초 거처를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양회성 씨가 용산4구역 근경빌딩 2층에서 운영했던 삼호복집으로 옮겼다. 마지막으로 전씨에게 ‘이곳 생활은 어떠나’는 질문을 던져봤다.

“철거지역이라서 그런지 모기가 많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좀 불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순천향대병원에서 생활할 때보다 마음은 편합니다. 장례식장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다시 ‘우리 지역’으로 돌아왔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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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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