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인 밀면 다른 후보 사퇴할 수"
    반이명박 단일화 압력 역공 성격도
        2009년 10월 22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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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임종인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를 이룰 경우 “민주노동당 후보 출마지역에서 과감하게 정치적 결단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안산에서 김영환 민주당 후보가 임종인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한다면 타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후보 역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 "제안은 환영, 대표회담은 무의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22일 오후 의정지원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으로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양당 대표회담을 긴급 제안했다. 강 대표는 “늦어도 이번 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제안은 환영한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대표회담은 무의미하다”며 사실상 제안을 거부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운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민주노동당은 22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결정한 뒤 각 지역 선거대책본부장들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은 안산 상록을에 임종인 후보를 지지한 외에 당의 후보로 양산에 박승흡 후보, 수원장안에 안동섭 후보,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 박기수 후보가 출마한 상태다.

    민주노동당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사실상 당선권에 놓여있는 임종인 후보를 지원하는 의미 외에도 현재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각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 간 초박빙 접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에는 민주당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후보단일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 초박빙에 단일화 압력 거세져

    특히 수원장안의 경우 안동섭 후보는 박찬숙-이찬열 후보가 1%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5~7% 정도의 지지율을 얻고 있어 캐스팅보트로 주목되고 있다. 때문에 손학규 이찬열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은 22일, 안 후보에게 “민주노동당이 역사적 결단을 내려 민주개혁진보진영의 이름으로 현 정부의 반민생-반민주 행보를 막자”며 호소하는 등 압력을 가하고 있다.

    양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박희태 한나라당 후보를 송인배 민주당 후보가 따라잡고 있는 상황에서 5%의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는 박승흡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연일 후보단일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말이 후보 단일화지 박 후보의 지지가 낮아 사실 민주노동당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건데 그거 저희 캠프에서 대놓고 요구할 수가 있겠나?”라며 “그것은 박승흡 후보 스스로가 판단하셔야 될 문제”라고 말하는 등 간접적으로 사퇴 압박을 가한 바 있다.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이번 제안은 임종인 후보로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며 야권연대의 진정성을 보이면서도 자당 후보에 가해지는 민주당의 후보단일화 압력에 대한 역공을 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안을 역으로 풀이하면 “임종인 후보로의 단일화를 이루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의 후보단일화는 없다”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강기갑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명박-한나라당 심판은 민주노동당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제1야당 민주당의 태도”라며 “민주당의 변화 없는 후보단일화는 연대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향후 더 크고 강한 반MB연대를 실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민노 접촉 사실 무근"

    또한 오병윤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민주당이나 각 언론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후보단일화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특별한 제안도 없이 민주당이 이 같은 제안을 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공세로, 사표심리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의미있는 제안”이라면서도 “우리는 후보 단일화가 진전되어야 하고 이루어져야 하는데 동의하며 이를 위해 진지하게 협상 임할 것이지만 1등을 달리는 후보에게 납득할만한 절차를 밟지 않고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우 대변인은 “지금은 단일화 할 수 있는 룰 미팅에 더 성실하게 임해야 할 때이지, 이 문제로 당 대표가 회담할 때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우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이 다른 지역 후보의 사퇴를 언급한 것은 의미있다”며 “안산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상황을 보고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임종인 후보 측 공동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이 오늘 주장한 것은 최초 야3당이 민주당에게 야3당이 지지하는 후보를 대승적으로 지지해달라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면서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민주노동당이 대승적 결단을 한 만큼 민주당도 대승적 결단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대승적 결단"…민노, 당내 후폭풍일 듯 

    한편 민주노동당의 이번 제안은 당내에서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임종인 후보가 중앙위원회를 통해 민주노동당의 지지후보로 결정되긴 했지만, 임 후보가 민주노동당의 후보가 아닌 상황에서 자당의 후보를 사퇴시키면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도모하는 방식이 당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 지금부터도 이번 결정에 따른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겠지만 최고위원회가 진정성을 가지고 당원을 설득시켜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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