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 아이가 갑자기 통곡을 하다"
        2009년 10월 22일 10: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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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영찬이가 좀 이상한거 같아요"

    둘째 영찬이가 다니고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선생님이 다분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옆에서 귀찮게 해서 친구들이 영찬이랑 잘 안 놀려고 해요"

    당황스럽다. 큰 아이 영서와 다르게 작은 아이 영찬이는(6살) 어렸을 때부터 밝고 씩씩했다. 그리고 심성이 착해 많은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았다. 영서가 태어난 직후부터 앓은 아토피 때문에 온 집안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아토피가 나아질 즈음에는 성격적인 문제로 신경을 써줘야 할 때 무던하고 착했던 작은 아이 영찬이는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커졌던 것이다.

    "나한테도 얘기해 줘!"

    그 때 알아채야 했었다. 올해 초였다. 아빠가 영서와 재미나게 웃으며 얘기하는 중에 영찬이가 끼어들었다.

    "무슨 얘기하는 거야? 형하고 아빠하고 무슨 얘기하는 거야?"
    "응. 그냥 형 학교 얘기하는거야."
    "무슨 얘기인데? 나도 얘기해 줘! 응. 히히히"

       
      ▲ 필자의 둘째 아이 윤영찬

    이러면서 웃으면서 계속 물어보는데 점점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더니 이윽고 웃다가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웃다가 통곡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분명히 그 시작은 웃음이었는데 조금 지나자 통곡이었다.

    "나도 형이랑 아빠랑 얘기하고 싶다구. 엉엉. 나한테도 알려줘!"

    그제서야 놀란 내가 뒷 수습을 하느라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자세히 설명했지만 영찬이의 통곡은 계속됐다. 그 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형하고 바둑을 두기 시작하면(영서는 올해부터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9급 정도인 나와 16점을 깔고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8점을 깔고 두기 시작했다) 와서 바둑알을 집어던지거나 훼방을 놓았다. 웃으면서 말이다.

    "난 형이 싫어"

    야구를 하게 되면 손으로 집어 던지는 대신 야구공을 입으로 물거나 배트를 거꾸로 잡고 휘두르는 등 일부러 규칙을 어겼다.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게다. 적어도 아빠가 형에게 대해준 관심만큼 또 하나인 아들인 자신에게도 아빠가 바라보기를 원했던 것이다. 한번은 영찬이가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혼자말을 하듯 말한다.

    "난 형이 싫어"
    "형이 영찬이 때리고 그래서 싫은 거야?’
    "때리기도 하지만 형이 다 싫어. 지난 번에는 형준이(같은 어린이집 다니는 친구)하고 노는데 형이 끼어들어서 나만 빼돌리고 둘이 놀았어."
    "알았어. 다음부터는 아빠가 영찬이하고 더 많이 놀아줄게"

    그래도 영찬이의 심드렁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아내 역시 최근의 영찬이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나한테 충고를 해준다. 집에 CCTV를 찍어서 한번 봐야 한다고 했다. 내가 얼마나 큰 아이만 집중하고 둘째 아이에게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아내와 어머니, 장모님에게 이쁨을 받고 있는 영찬이에 비해 영서가 덜 이쁨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영찬이보다는 영서에게 집중했던 것 같다. 어디서 소개를 할때도 ‘영서 아빠’라고 하지 ‘영서, 영찬 아빠’라고 하지는 않았고 집에 들어가서 첫 눈을 마주치는 아이도 영서였다.

    집으로 전화하면 먼저 영서를 찾았다. 내 나름으로는 영서가 더 이뻐다기 보다는 더 안타깝고 더 짠해서 그랬는데 그런 모습들이 영찬이에게는 상처로 남았나 보다.

    "미안하다. 영찬아! 아빠랑 영찬이에게 더 신경을 쓸게. 우리 더 재미있게 놀아보자!"

    두 아이를 가진 아빠의 처세

    기계적 평등이 중요하다.

    편애까지는 아니어도 조금 더 관심이 가는 아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라도 두 아이에게 똑같이 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를 재워줄 때도 최근에는 시간을 재서 5분씩 정확하게 재워주고 얘기한다. 예전에는 더 길게 재워도 불만이 있었는데 시간을 재니까 두 아이의 불만이 확실히 적어졌다. 

    같은 얘기 반복을 귀찮아 하지 말라.

    한 아이에게 얘기를 해줬다면 다른 아이에게 이왕이면 토시 하나 안 다르게 똑같이 얘기해주면 좋다. "형한테 얘기했던거 나도 해줘". "영찬이한테 무슨 얘기 했어. 나도 똑 같이 해줘" 이런 얘기가 반드시 나온다.

    형. 아우 순으로 순서를 미리 정하지 말라.

    영찬이의 가장 큰 불만은 왜 언제나 형이 먼저이냐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야구를 하면서 배트에 먼저 들어가는 것도 영서. 목욕하면서 때를 먼저 미는 것도 영서. 잠자기 전 재워주는 순서도 영서가 먼저였다. 두 아이에게 무언가를 할 때는 먼저 순서를 공평하게 정해야 한다. 그래야 둘째가 덜 서운할 것이고 첫째도 수긍할 수 있다.

    큰 아이는 왕의 자리를 놓고 물러난 상왕의 심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는 왕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대군’의 마음이라고 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온전히 자기만 받고 싶은 것은 어쩌면 본능일 것이다. 그 ‘상왕’과 ‘대군’의 피말리는 전쟁의 중재자가 바로 부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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