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건설, 원안대로 추진하라"
    2009년 10월 22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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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서울의 땅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부 수도권 땅 부자들의 우려가 그렇게 신경이 쓰였던 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 무력화 작업이 점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현재 정부여당은 세종시 계획의 변질, 축소를 위한 세종시법 변경 수순을 본격화하려는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 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는 말로 기존 세종시 계획의 수정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이명박의 ‘백년대계’?

그러나 우리는 이 대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백년대계’란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모든 생산력을 수도권에 몰아넣고 ‘수도권 공화국’을 만들어 지방은 나 몰라라 하고 내 팽개쳐 두는 것이 국가의 백년대계란 말인가? 오히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온갖 폐해와 지방의 몰락을 미연에 방지하고,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행정 수도 이전 결정이야말로 진정으로 국가 백년대계 차원의 결정인 것이다.

   
  ▲ 세종시 조감도

대통령의 이 같은 언행은 과거의 약속과도 다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후보시절 “서울시장 시절엔 반대했지만 기왕 시작된 것,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더 빨리, 더 크게 해 놓겠다. 행복도시는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뒤이어 11월에는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가 안 될 거라고 하지만, 저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올해 6월에도 ‘세종시 문제는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고 변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가 백년대계를 명분으로 세종시법 수정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대통령의 백년대계는 손바닥 뒤집히듯 이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란 말인가!

국가 균형 발전의 패러다임 전환

또한, 우리는 세종시법 문제에 대한 야당의 대응도 보다 합리적이기를 기대한다. 세종시 문제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 샅바싸움도 아니고 보혁대결의 소재도 아니다. 일부 야당은 이번 세종시 논란을 단지 ‘충청권 민심잡기’와 같은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지역 대결로 몰고 가려는 일부 야당의 국론 분열 시도 역시 진정성을 찾기 힘들다.

우리는 야당의 대응이 행정수도 이전의 철학적 의미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지한 논리로 행정수도 이전을 구체화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번 행정 수도 이전은 그 동안 불균형 성장 전략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우리나라가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균형발전 전략으로 전환한다는 이른바 전면적인 패러다임의 교체 문제로 이해해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행정 수도 이전이 가져올 효과는 단순히 충청권의 발전으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 지역은 국토의 중심부로 충청권 뿐 아니라 경남권과 전라권 등 전체적인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이다.

우리는 정부 여당의 세종시 흔들기가 무엇보다도 이미 결정된 정책의 추진 안정성이라는 차원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전 정권에서도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빚었던 문제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추진하기로 결정된 사항이다. 이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유 없이 변질을 가한다면, 그것은 어떤 매뉴얼을 중심으로 국가의 공적 권력을 운용하는 조치가 아니라 정권을 사적으로 소유한 일부 집단이 자기들 취향에 맞게 국정을 농단하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 할 수 없는 것이다.

폭넓은 부처 이전으로 ‘자족도시’ 실현

나라의 백년지대계는 정권의 교체와는 상관없이 일관된 전략과 정책으로 그 추진 안정성에 대한 훼손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경인운하의 사례에서 보듯이, 많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중간에 중단, 왜곡된다면 나중에 이를 복구하거나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몇 배의 예산이 더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세종도시 수정론자들은 말한다. “자족도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원안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그러나 진정한 자족도시가 요청된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더해서 지금 논의되는 대학과 연구소 이전까지 추가하면 될 일이다. 또,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해 정부 부처 간 분산의 비효율이 우려된다면, 국방부, 외교부 등 비 이전 부서와 청와대까지 내려가는 좀 더 폭넓은 부처 이전을 고민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제기되는 각종 문제들을 계속 보완해 나가면서 우리는 꼭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정책의 일관성을 수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안이 한 번 결정되기까지는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을 겪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결정된 사안이라면 정권의 임기를 넘나들며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이 위협을 받는다면,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어떤 정책이 파도를 칠 것인지? 그런 두려움에 몸서리를 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충청권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세종시 무력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정치적으로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공학의 일반 공식에 맞추어 생각해 본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서 있는 현재의 정치적 위치는 자신의 핵심 지지 세력인 강남 땅 부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정치적 선택으로 볼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4대강도 삽질하다 중단된다면?

그러나 우리는 충고한다. 이러한 얄팍한 정치 공학적 정치력은 정권 붕괴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50%를 상회하며 고공행진을 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최근 33.0%로 급락했다고 한다. 특히, 경상남도와 충청북도 등의 지역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50∼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여당은 이러한 현상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 정책의 추진 안정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자기 지지층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수호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한다면, 언젠가 한나라당의 4대강 사업 역시 중도 포기의 아픔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이런 식이라면, 이른바 4대강 살리기를 하던 중에 정권이 교체되어 강바닥에 삽을 꽂은 채 모든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올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009년 10월 22일
사단법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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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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