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이 뭐 길래, 단일화 삐그덕
    2009년 10월 20일 05: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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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안산 상록을에서 이어지던 민주당 김영환 후보와 무소속 임종인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이 20일 재개되었지만 최종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루기까지는 ‘당명’이라는 큰 난관이 남아있다.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라는 방식까지 합의한 양 측이 18일, 돌연 결렬을 선언하고 상호간에 십자포화를 퍼부은 원인이 바로 이 ‘당명’에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단일화 협상에도 큰 영향

20일 재개된 단일화 협상에서도 바로 이 당명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인 후보 측에 의하면 양 측이 ‘쉬운 부분’에서부터 의견접근을 이루기로 하는 등 다시 진지한 자세로 협상을 재개했지만 필연적으로 ‘당명’이 다시 거론되면 의견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양 측이 ‘당명’을 두고 각자의 의견을 고집하는 것은 ‘당명’의 유무가 당장 단일화 여론조사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주요 변수인데다 오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쟁점이 될 각지의 후보단일화 협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무소속 임종인 후보와 민주당 김영환 후보 (사진=손기영 기자, 김 후보 홈페이지)

우선 당장의 안산 선거와 관련해 임종인 후보 측은 ‘당명’ 표기가 말 그대로 “민주당의 기득권 수호 의지”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이름만으로 자동으로 얻고 들어가는 득표율이 있는 상황에서, 단일후보에 대한 적합도 조사만큼은 후보 개인의 이름을 놓고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양 후보 간 공정한 대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종인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이미 여론조사 시작에서부터 ‘민주당 김영환 후보’와 ‘무소속 임종인 후보’라고 나오는데다 정작 경쟁력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야권 단일후보 아무개’라고 합의해 놓고 정작 당보다는 인물이 중심이 되야 하는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당명을 넣자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쪽 공방 치열

반면 민주당은 “당의 이름을 여론조사에 넣는 것은 정당 존립근거 그 자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당명은 협상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소속 당명을 표기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차원으로 보기 어렵다”며 “지난 4월 울산 재보궐선거 경우에도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당명을 표기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철 진보신당 임종인 후보 측 공동대변인은 “이미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몽준 후보 단일화에서 당명을 삭제하고,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다”며 “그러므로, 당명 표기는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야당의 공동후보로서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이 이번 단일화의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양 측이 겉으로는 당장의 선거 여부에 관심을 쏟으며 논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속내는 한층 더 복잡하다. 이번 후보단일화 협상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벌어질 곳곳의 후보단일화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보다 당세가 미약한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으로서는 민주당이 일정 부분 기득권을 포기해야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 등 주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후보단일화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가운데 유의미한 득표력을 지닌 후보들이 ‘단일화’ 프레임으로 고스란히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식은 경계할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중심의 ‘민주대연합’을 이루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단일화 협상에서 당명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기득권 고집하면 안돼"

이 같은 생각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우상호 대변인은 “임종인 후보 측이 당명을 삭제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임종인 선거 때문이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며 “선례를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그 의도가 불순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역으로 보면 민주당 역시 ‘선례’를 만들어 주지 않기 위해 당명을 수호하려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또한 3자 대결구도에서 김영환 후보가 앞서있다는 점도 단일화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을 한층 두텁게 만들었다.

심상정 임종인 후보 측 공동선대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야4당 단일화는 당을 넘어 제안한 것으로 신뢰있고 능력있는 후보라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도록 4당이 함께 밀자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당명을 고집하는 것은 (민주당이)기득권을 고집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그렇지만 “협상은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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