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세로 만든 국산 석유
        2009년 10월 20일 04:04 오후

    Print Friendly

    한국은 2004년 1월, 동해-1 가스전 생산 개시에 따라 세계에서 95번째 산유국이 되었다. 그런데 천연가스는 하루 1,000톤으로 전체 사용량의 1.55%, 원유는 하루 1,200배럴로 0.05%에 불과하여, 해외 에너지 의존도는 여전히 97%에 달한다. 그만큼 한국은 고유가 및 에너지수급 등 세계 에너지시장의 변동에 취약하다.

    한국 경제는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업종 중심으로 성장하였고, 낮은 에너지효율 시스템을 유지한 결과 해외의존형 에너지 다소비국으로 고착화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박정희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시종일관 해외에너지개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자주개발, ‘종이로 만든 석유’

    특히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에는 한국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안정적인 에너지 도입 중심에서 점차 적극적인 해외 에너지 개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권부터는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적극 지원․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자주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계승한 노무현 정권은 자원외교, 성공불융자(사업실패시 상환을 감면 또는 면제해주는 제도-편집자 주) 확대, 국가에너지위원회 설치, 에너지자원 전담 차관 신설 등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정부 정책을 강화했다. 이명박 정권 역시 이러한 정책 기조를 충실하게 확대하여 자주개발률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한국은 극히 소량만 존재하는 에너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액면과 달리 그 이면을 살펴보면 자주개발은 거짓 숫자놀음일 뿐이다.

    자주개발은 에너지 확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광의의 개념과 생산에 성공하여 국내에 도입하는 물량을 기준으로 한 협의의 개념으로 나뉜다. 정부는 국내에 수입되는 전체 도입량 중 해외 광구에서 한국기업의 참여지분에 해당하는 생산량을 나타내는 광의의 개념을 자주개발로 설정한다. 그런데 정부의 입장대로라면 자주개발은 사실상 ‘종이로 만든 석유’에 불과하다.

    공기업인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그리고 사기업인 SK에너지나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해외에 진출하여 생산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석유․가스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기업의 판매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합한 국가에 넘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식적인 외교라인을 통해 자원외교를 펼치고, 막대한 혈세를 동원하여 재벌특혜성 성공불융자를 쏟아 붓는다.

    이렇듯 자주개발 논리는 기업의 이익을 위한 보증수표이다. 에너지기업은 수직적인 공급구조를 완결시킴으로써 안정적인 사업체계를 갖추는 한편 비용절감 및 이윤 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반면 국가는 원론적으로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개별기업의 이윤 창출을 넘어서 국내로 도입할 수 있는 물량의 안정적인 확보 및 비용 절감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에너지기업이 국내 도입과 무관하게 해외에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국내의 에너지 사용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데 정부의 자원을 투입하는 시스템에 갇히게 된다.

    기후변화대응과 자주개발의 모순

    이명박 정권이 과거 정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주개발을 녹색성장과 접목시키는 상상력에 있다. 2009년 7월에 발표된 녹색성장위원회의 녹색성장 5개년계획(2009~2013)을 보면, 정부는 ‘기후변화 적응 및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 ‘탈석유․에너지자립 강화’를 추진하고, 주요 정책으로 ‘해외자원개발 역랑 확충’을 설정했다. 이렇듯 녹색성장의 이면에는 에너지자립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의 유․가스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기존 정책이 고스란히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의 상상력은 진정한 녹색성장과 기후변화대응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에너지기후시대를 역행한다. 우선 국내도입과 무관하게 계산되는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의 목표는 야심차다(2009년 7.4%, 2010년 9.1%, 2011년 13.9%, 2012년 18.1%, 2013년 20%). 그렇지만 이러한 고갈성 화석에너지에 대한 자주개발은 근본적으로 에너지 자립과 거리가 멀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에너지자립 달성

    에너지기후시대에 에너지자립을 바란다면 고갈성 에너지가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률의 목표는 턱없이 낮게 잡혀 있다(2009년 2.7%, 2010년 3.0%, 2011년 3.2%, 2012년 3.54%, 2013년 3.68%). 정부의 정치구호인 녹색성장이 회색성장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대목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석유․가스의 화석에너지를 위한 해외진출보다 국내의 재생가능에너지를 보급․확대하는 정책 프레임 전환과 장기적인 비전 수립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외 석유․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에너지 안보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예컨대 스웨덴의 ‘석유독립’과 같은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고 세부적인 전략과 과제를 추진하는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의 자주개발 논리를 인정하더라도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편이 긍정적이다. 국내에 도입되는 해외 에너지가 줄어들게 되어 자주개발률(자주개발량/국내수입량) 자체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한마디로 정리해보자.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 방안으로서 우리 국적의 기업이 ‘자원보유국에 진출하여 직접 자원을 생산’하는 자주개발을 ‘국내의 재생가능한 자원을 생산’하는 에너지 자립으로 전환해야 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